G7 걱정되나…中, 한정·왕이·친강 이어 우크라 특사까지 유럽 총출동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외교 수뇌부가 유럽 챙기기에 한창이다. 미·중 전략 경쟁의 캐스팅보트를 쥔 유럽을 미국의 반중(反中) 연대에서 분리하려는 중국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 줄이기에 합의하면서 중국의 고립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유럽 공략은 한정(韓正) 국가부주석이 시작했다. 지난 6일 영국 찰스 3세 즉위식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신분으로 참석한 한 부주석은 곧이어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를 찾았다. 지난 11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난 한 부주석은 “글로벌 산업 공급 체인의 안정”을 강조하며 첨단 반도체 기술의 중국 배제를 견제했다.
왕이(王毅)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중앙정치국 위원은 유럽을 찾아 미·중 관계와 오스트리아 챙기기를 맡았다. 왕 위원은 지난 10~11일 이틀간 10시간에 걸쳐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만나 지난 2월 정찰 풍선 사건 이후 경색된 미·중 현안의 돌파구를 모색했다. 곧이어 11일에는 알렉산더 샬렝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을 만나 “중국은 유럽과 상호 존중, 호혜 공영의 기초 위에서 대화와 협력을 원한다”며 관계 정상화 의지를 전달했다.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독일과 프랑스, 노르웨이를 찾아 대서양 연맹을 견제했다. 독일에서 신냉전과 공급망의 디커플링에 반대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일방 제재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외교장관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선 유럽의 전략적 자주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아니켄뷔트펠트 노르웨이 외교장관과 기자회견에서는 “신냉전은 더 큰 재난을 가져올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은 신냉전에 함께 반대하고 대국(大國) 사이의 협조를 앞장서 추진해야 한다”고 미국을 견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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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외교장관 “중국 의존도 줄여야”
중국의 노력에도 유럽의 외교 장관들은 대중국 전략을 조정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중국의 유럽 공략은 무위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지난 12~13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교장관회의에서 조셉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제출한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중국과의 교류와 경쟁’ 문건에 유럽 외교장관들이 찬성하면서 가치관과 경제, 전략 안보 세 방면에서 기본적인 컨센서스를 이뤘다고 홍콩 명보가 14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보렐 대표는 만약 중국이 러시아의 철군을 촉구하지 않는다면 EU와 중국의 관계는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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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우크라이나 특사 유럽 5개국 순방
이런 가운데 리후이(李輝·70) 중국 유라시아 특사가 15일부터 우크라이나, 폴란드, 프랑스, 독일, 러시아를 돌며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소통을 진행한다. 중국 관영 신화사 산하의 SNS인 ‘뉴탄친(牛彈琴)’은 13일 리후이 특사의 유럽 순방에 대한 분석하는 글을 발표하며 중국의 중재 외교를 과시했다.
뉴탄친은 “각 측의 첨예한 이견을 봉합하고 최대 공약수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중국 특사가) 한 번 방문으로는 부족하고 두세 차례나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지도자는 전술과 전략을 세우고 호의와 위협을 동시에 보여 당사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으로 당장 전쟁을 멈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어 “러시아를 설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고 있다”며 “러시아와 소통에서 러시아 대사를 역임한 리후이는 분명히 경험이 풍부하다”며 이번 특사 선발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자신을 잘 보호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미국 등 서방 국가도 모두 함께 노력해야지 뒤에서 헐뜯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리 특사의 순방이 G7 회담을 겨냥한 행보임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의 유럽 외교에 대해 중국 전문가는 유럽의 분열 가능성을 부각했다. 왕이웨이(王義桅) 인민대 국제사무연구소 소장은 14일 명보에 “EU가 현재 대중국 포지셔닝을 토론하고 정책을 수정했지만 이와 동시에 프랑스와 독일 두 대국의 리더십은 부족하고 EU의 내부가 통일되지 않은 데다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과 유럽 관계를 우크라이나 사태와 분리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다음 달 거행될 중국-독일 정부 간 협의, 중국-유럽 지도자 회의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낙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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