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간 쿠데타 12번 겪은 태국 '운명의 날'…총선 본투표 개시
군부 정권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태국의 총선 본투표가 14일(현지시간) 오전 8시 시작됐다. 지난 2014년 5월 쿠데타로 쁘라윳 짠오차(69) 현 총리가 정권을 잡은 뒤 두 번째 열리는 총선이다.
방콕포스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총선 본투표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실시되며 오후 11시(한국시간 15일 오전 1시)께 비공식 개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전체 유권자가 5200만 명인 이번 총선에선 임기 4년인 하원의원 500명을 뽑는다. 400명은 지역구에서, 100명은 정당 비례대표로 뽑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총선 투표율이 85%로, 지난 2019년 총선 투표율(75%)보다 10%포인트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총선에선 지난 2014년부터 권력을 장악해온 친(親)군부 세력과 정권을 되찾으려는 민주 계열 야권이 맞붙었다. 방콕포스트는 "태국인들이 극심한 불평등을 초래한 현 정권을 유지할지, 아니면 진정한 민주 정부를 향해 급진적인 변화를 겪을지 선택의 순간에 놓였다"고 전했다. 태국인들은 이번 총선일을 ‘운명의 날’로 여기고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은 최근 여론조사를 토대로 탁신 친나왓(2001~06년 재임)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37) 대표가 이끄는 프아타이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패통탄 대표는 지난 12일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 “우리가 집권할 때마다 국민에게 번영을 가져왔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5월 14일은 군정 통치에서 민주 통치로 옮겨가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또 다른 축인 진보 정당 전진당(MFP)이 그 다음으로 많은 의석을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피타 림짜른랏(42) MFP 대표는 왕실모독죄·징병제 폐지 등 개혁적인 공약을 내세워 젊은 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쁘라윳 총리가 이끄는 루엄타이쌍찻당(RTSC)과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의 팔랑쁘라차랏당(PPRP) 등 친군부 정당의 의석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BBC는 “쁘라윳 총리 등 친군부 정당은 반(反)군부 정당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지난 90여 년간 12번의 쿠데타가 성공한 태국에선 이번 총선이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위스콘신대 아시아 언어·문화학과의 타이렐 하버콘 연구교수는 “청년층과 군부 통치로 피해를 입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이번 총선 결과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9년간의 군부 통치 이후 선거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민주 계열 야권이 정권을 잡으려면 압승을 거둬야 한다. 쁘라윳 총리는 2014년 쿠데타 직후 헌법을 개정해 상원 250석을 군부가 지명하고, 하원 500석만 선거로 선출하게 했다. 총리는 상·하 양원(750석)의 과반(376석) 득표로 결정된다
상원의원 250명 전원이 군부 진영 후보를 총리로 지지할 가능성이 커, 야권은 하원에서만 상·하원 전체 의원의 과반인 376표를 확보해야 한다. 프아타이당은 250~300석, MFP는 최소 100석을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군부 측인 RTSC와 PPRP 등은 하원에서 126표만 모으면 된다. 알자지라는 최근 여론조사를 토대로 두 정당이 80~100석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각 당은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집권을 위한 연립정부 구성에 나서게 된다. 총선 공식 결과는 투표 후 60일 이내에 발표된다. 총리 선출은 오는 7월 말∼8월 초께 이뤄질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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