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22조 코스닥 시총 1위 신화…에코프로 창업자 구속에 술렁
1998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로 코스닥 1‧2위 기업을 일궈낸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이 구속됐다. 상고와 야간대학을 나와 회계사로 일하다가 자본금 1억원으로 차린 회사를 성장시킨 창업자의 구속으로 업계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창업자가 구속된 에코프로는 송호준 사장 등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송호준 사장은 삼성SDI 출신이다.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도 삼성SDI 출신인 주재환 사장이 이끌고 있다. 에코프로 측은 “5월부터 공시대상기업 집단으로 지정돼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경영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왔다”고 전했다.
삼성SDI 등 출신 전문 경영인 체제
앞서 지난 11일 서울고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원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이 회장은 2020년 1월∼2021년 9월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공급계약 관련 정보가 공개되기 전 차명 계좌로 미리 주식을 사들인 뒤 되팔아 11억원의 시세차익을 번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기소 됐다.
1심은 이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그가 부당 이익을 환원한 점 등을 들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그를 구속하면서 “기업 총수이자 최종 책임자로 다른 피고인들보다 책임이 더 무겁다”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범죄로 본인의 행동을 되돌아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 대송면 출신인 이 회장은 1남 7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대구상업고를 졸업한 그는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야간에 학업을 병행해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삼성그룹에서 잠시 일하다가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창업에 대한 꿈이 컸던 그는 1998년 서울 강남구에 10평 규모의 사무실을 얻어 자본금 1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으로 환경 관련 사업이 커질 것으로 예측한 그는 흡착제나 필터 등 소재 생산에서 배터리 분야로 사업을 넓혀간다.
일본으로 넘어가려던 양극재 기술·장비 구입
2003년부터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에 이차 전지 용매를 납품하던 에코프로는 2006년 기회를 맞게 된다. 당시 삼성그룹은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제일모직이 개발했던 이차전지 관련 장비와 기술을 포기하려 했다. 이동채 회장은 ‘사업을 개척하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으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본에 80억원에 팔릴 뻔한 양극재 시설과 기술을 제일모직을 설득해 3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회사는 10년 가까이 수익을 내지 못했다. 80억원이 넘는 순손실이 난 해도 있었다. 그러던 중 2010년부터 일본 소니의 가전제품 배터리에 에코프로 소재가 쓰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점차 수주가 많아졌다. 2014년, 비로소 14억원 규모로 첫 순이익을 달성했다. 현재 이 회장이 설립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코스닥에서 시가 총액으로 나란히 1위(22조2498억원)와 2위(14조4855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로 인해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서 스스로 물러나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다. 검찰 수사는 이 회장이 차명 계좌를 이용해 미공개 정보로 주가 시세 차익을 본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회장의 부인과 자녀, 그의 동생과 조카들을 중심으로 친인척 일가의 에코프로 지분은 2022년 기준으로 26.8%를 차지한다. 2007년 상장 당시에도 에코프로 지분을 갖고 있던 막내 여동생 이모(52)씨의 지분율은 지난해 1.51%로 공시됐다.
“중국 업체 기술 추격 속 창업자 빈자리 커”
다만 이 회장의 고교 동창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회장의 막내 여동생은 젊어서부터 학원·교육 사업을 해 재산이 있었다”며 “양극재 개발 초기 회사가 수십억 적자를 낼 때부터 아버지처럼 따르던 오빠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업체가 양극재 기술을 추격하는 상황에서 밤낮없이 일하던 창업자의 빈자리가 배터리 업계에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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