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세번 거친 한반도통…美국무 2인자 '백발마녀' 셔먼 사임

임주리 2023. 5. 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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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의 2인자이자 '한반도통'으로 꼽히는 웬디 셔먼(74) 미 국무부 부장관이 사임한다. 셔먼은 조 바이든 정부의 초대 국무부 부장관으로,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그 자리에 앉은 이다.

'한반도통'으로 알려진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오는 6월 사임한다. 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같이 밝히고 "셔먼은 21세기 역사가 쓰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의 관여를 이끄는 데 도움을 줬다"며 "특히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친구들과의 유대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역량을 강화하려 노력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우크라이나의 독립·주권·영토 보전을 수호하고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기 위해 유럽·아시아 동맹과 단결된 대응을 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리더십 덕에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면서다.

블링컨은 또 셔먼을 "친구"라 칭하며 "그는 미국의 첫 여성 국무부 정무차관(2011~2015년, 버락 오바마 정부)이자 첫 여성 국무부 부장관으로 (여성에 대한) 장벽을 허물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국무부 직원들에게 자신의 사임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내 "이번 임기 동안 아프가니스탄 철군, 중국과의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조류의 변화와 함께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맞이한 도전,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를 통합하려 한 우리의 작업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열린 당시, 조현동 주미대사(당시 외교부 제1차관, 오른쪽)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도 함께였다. AP=연합뉴스

1993년 국무부 입법담당 차관보로 시작해 외교·안보 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셔먼은 민주당 정부를 이끈 대통령 3명(빌 클린턴·버락 오바마·조 바이든), 국무장관 5명과 함께 일한 베테랑이다. 미 정치매체 더힐은 "미국 역사상 가장 격동의 시기에 외교 정책을 수립하는 데 공을 세웠다"고 평했다.

그가 '한반도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것은 빌 클린턴 정부 2기 시절이다. 대북정책조정관(1999~2001년)이던 셔먼은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북한 관리 중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배석했다. 같은 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때도 함께하는 등 클린턴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에 있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뿐 아니라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을 여러 차례 열어 동맹의 단합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도 한·미간 사전 협력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다만 2015년 위안부 문제로 한국과 일본이 갈등하자 북핵 등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발언 등을 해 과거사 문제를 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셔먼은 북한과의 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오바마 정부에서 이란 핵 합의를 끌어내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8년 출간한 회고록 『약한 사람은 사절(Not for the Faint of Heart)』에서 이란 핵 합의가 얼마나 지난하고 힘겨운 과정이었는지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냉정한 일처리 스타일로 '백발 마녀'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지난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왼쪽부터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조현동 주미대사(당시 외교부 제1차관) EPA=연합뉴스

바이든 정부 들어선 중국 정책의 핵심 담당자로 일해왔다. 지난 2월 중국의 정찰 풍선 사태로 미·중 갈등이 불거지자 이에 대한 미국 측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한 것도 셔먼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셔먼은 외교 분야에서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어 온 인물"이라며 "북한, 이란, 러시아, 중국 등 미국의 라이벌 및 적국과 어려운 협상을 이끌어온 외교관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외교계에서 주목을 받아왔다"고 평가했다.

셔먼은 오는 6월 30일 은퇴할 예정이다. CNN 등 미 언론은 셔먼의 후임자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고 보도했다.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는 "셔먼은 미국 외교에 있어 '철의 여인'이라 할 만하다"며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에 매우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셔먼은 조 차관과 각별한 사이로 그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사임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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