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참치, 꽁치…히히" 예비부부 55년 웃게한 마법주문 돌아왔다
“김치~참치~꽁치~”
55년간 형편이 어려운 1만4000쌍을 무료로 맺어준 고(故) 백낙삼 신신예식장 대표가 생전 외쳤던 ‘사진 촬영 구호’다. 예비 부부의 경직된 얼굴 근육을 풀어준 ‘마법 같은 주문’이다. 백 대표가 1년간 투병 끝에 지난달 28일 별세하면서 이 주문은 영영 들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젠 고 백 대표 아들 남문(54)씨가 이 주문을 대를 이어 외치고 있다. 남문씨는 여기에 “히히~”를 더했다. 남문씨는 예식장을 찾는 예비부부가 환하게 웃었으면 해서 이렇게 한다고 한다.
신신예식장 운영하나요?…계속합니다!
남문씨는 “아버지 장례식 이후 ‘심기일전’하려고 머리도 싹 잘랐다”고 했다. 불과 2주 전 장례식 때만 해도 꼬불꼬불하고 덥수룩했던 그의 헤어스타일은 지금 짧고 단정하게 바뀌었다. 예식장에선 항상 ‘올백 머리’에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던 백 대표를 연상케 했다. 그런 남문씨를 본 주변 사람은 “(머리 자르니) 생전 아버지와 닮았다” “(구호) 목소리가 똑같다”고 말하곤 한다.
남문씨는 신신예식장 운영에 전념하기 위해 별도 운영해오던 사업체도 지난 1월 모두 정리했다. 생전에 “네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 “잘해라. 열심히 해라”던 부친 당부를 따르기 위해서였다.
부친 발인 당일에도 ‘무료 예식봉사’
백 대표가 떠난 뒤에도 신신예식장은 휴식기 없이 ‘무료 예식’은 계속 열리고 있다. 최근까지 경남을 포함해 서울·제주 등에서 온 9쌍이 결혼식을 올렸다. 이번 달 말까지 6쌍 더 남았고, 다음 달 예식 문의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예식 비용은 여전히 ‘무료’
하지만 이마저도 다 받지 않을 때가 있다. 남문씨는 부부 사정에 따라 적게는 비용을 10만원에 맞춰 예식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기도 한다. 떠난 부친이 해왔던 방식이다. 또 “돈 몇 푼이 없어 수십년 동안 못 풀었던 한(恨), 오늘 풀었다”며 자신 앞에서 펑펑 울었던 여러 부부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돌고 도는 선행…도움 손길 이어져
또 부친 생전인 지난해 3월 신신예식장과 ‘후원 협약’을 맺은 맞춤 정장ㆍ맞춤 예복 전문업체 ‘루쏘소’는 예식 의상과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남문씨는 “아버지 선행을 보고, 다시 도움을 주시는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라며 “모든 분이 만족하는 예식장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형편 어렵더라도 언제든 연락해주시라”고 말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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