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초음속 '킨잘' 굴욕…패트리엇 때리다 패트리엇에 당했다

이승호 2023. 5. 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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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리 클리치코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한 러시아 초음속 미사일 킨잘의 잔해를 취재진에게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미국산 지대공 방공 체계 패트리엇(PAC)을 파괴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도리어 요격당했다고 미 CNN 방송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6일 미콜라 올레슈추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이 러시아가 쏜 킨잘을 패트리엇으로 격추했다고 주장했는데, 미국 정부가 이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해 준 보도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4일 자국산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h-47)’을 발사해 우크라이나에 있던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를 타격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도리어 우크라이나군의 패트리엇 미사일에 킨잘이 요격당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CNN에 “당시 킨잘을 격추하기 위해 패트리엇 미사일 여러 발이 다양한 각도에서 발사됐다”며 “(이번 격추는) 패트리엇을 들여온 지 몇주도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가 사용법을 능숙하게 익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패트리엇 도입 한 달도 안돼 격추 성공


지난달 19일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PAC) 방공체계가 처음 도착했다며 관련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들어온 것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달 19일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아름다운 우크라이나 하늘은 패트리엇 방공체계가 도착한 덕에 더욱 안전해졌다”며 관련 사진과 함께 패트리엇의 첫 인도 사실을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65명의 방공 부대원을 미국에 보내 패트리엇 운용 및 유지 보수를 위한 훈련을 받게 했다. 부대원들은 패트리엇 사용법을 표준 훈련 기간인 1년보다 짧은 몇 개월 만에 속성으로 숙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도착한 패트리엇이 어떤 나라에서 몇 대가 제공됐는지 구체적 지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CNN은 “우크라이나는 미국에서 하나, 독일에서 하나를 받아 최소 2개의 패트리엇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킨잘 격추가 사실이라면 러시아로선 큰 굴욕을 맞본 셈이다. 킨잘은 전투기에 실려 공중에서 발사된 뒤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날아가 표적을 때리는 순항 미사일이다. 최대 비행 속도가 시속 1만2240㎞, 사거리는 3000㎞에 달한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방공 레이더를 교란해 요격을 어렵게 하는 기능도 갖췄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극초음속 미사일을 세계 최초로 실전에 사용했다고 자부해왔다. 최근엔 우크라이나에 인도된 패트리엇이 러시아군의 표적이 될 것이라며 킨잘을 비롯한 미사일 공격을 예고했다.


우크라 대반격 시작?…러 전투기 헬기 등 4대 추락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하무트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를 발사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3일엔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러시아 전투기 2대와 군 수송 헬리콥터 2대가 추락하는 일도 발생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북동부 국경에서 약 48㎞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주 클린치에서 러시아군 수호이-35(Su-35), 수호이-34(Su-34) 전투기 각각 1대와 Mi-8 헬기 2대가 추락했다. 이 추락으로 러시아 군 승무원 9명이 숨졌다. 현지 주민 여성 1명이 다치고 집 5채도 손상됐다.

추락의 사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타스 통신은 응급구조 당국이 엔진 화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어깨에 메고 발사하는 휴대용 미사일로 공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받은 무기로 러시아 전투기·헬기를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추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군 항공 전력의 최대 손실”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에서 휴대용 대공미사일 등을 장비한 채 임무를 수행 중인 우크라이나 대공 부대원들의 모습.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항공기 공격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추락 사건을 겨냥한 듯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러시아인들이 매우 화났다”고 적었다. 러시아 본토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가 직접 언급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이번 추락은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어났다. 지난 12일엔 동부 루한스크 지역의 연료 창고와 산업단지가 공격받았다. 당시 러시아는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톰 섀도’ 공대지 순항 미사일이 공격에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WSJ은 “우크라이나가 향후 몇주 안에 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반격을 앞두고 서방에서 받은 무기로 미리 러시아군을 약화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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