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야권표 뭉친 튀르키예 대선…야당서 과반 득표할까
“올해 치러지는 세계 모든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영국 이코노미스트)로 꼽히는 튀르키예 대선이 14일(현지시간) 시작됐다. 20년 넘게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6개 야당의 단일 후보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야당 ‘과반 득표’ 가능성
최근 여론조사에선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박빙 우세다. 폴리트프로(Politpro)가 지난 30일간 시행된 설문 결과를 종합한 결과, 클르츠다로을루 후보(48.9%)가 에르도안 대통령(43.2%)을 5%포인트 앞섰다.
튀르키예 대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만으로 결선투표(2주 뒤인 28일)를 치른다. 당초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선 사흘 전인 지난 11일 또다른 야권 후보인 무하렘 인제 조국당 대표(지지율 5%)가 전격 사퇴하며 변수가 생겼다. 4위 후보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남아 있지만 지지율(3%)이 미미해 사실상 ‘1대 1 맞대결’로 좁혀졌다. 인제 대표는 2018년 대선에서 CHP 후보로 나와 에르도안과 맞붙었던 인물로, 그의 지지자 표심이 대거 클르츠다로을루에게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튀르키예 전체 유권자의 약 15%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의 지지도 받고 있다. 친(親) 쿠르드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이번 대선에서 야당 단일 후보 진영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는 500만여 명의 청년 표심도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으로 출생 이후 한 번도 다른 지도자를 경험해 보지 못한 만큼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커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대통령 권한 축소, 의회 민주주의 복원’을 공약했다. 의원 내각제를 부활하고 법안 거부권 등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통령 임기를 7년 단임으로 조정,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화 등의 내용도 포함된다. 현재 튀르키예의 대통령 임기는 2017년 개헌에 따라 5년 중임제다.
NYT “에르도안 실각, 푸틴의 실패될 것”
뉴욕타임스(NYT)는 “튀르키예 대선 결과를 서방과 러시아가 누구보다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내정 간섭이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이 에르도안의 실각을 기뻐할 거란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미군의 중동 직역 작전의 전초 기지로 사용되는 곳이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국에 러시아 원전 건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對)러 제재에도 불참 등 친(親)러 행보로 유럽연합(EU)과 나토의 결속에 구멍 역할을 해왔다.
반면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는 서방과의 관계 복원 의지도 표명해왔다. EU 가입 재추진, 오스만 카발라 등 반체제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한 유럽인권재판소 결정에도 따르겠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도 활로가 열릴 수 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고 불리는 S-400 지대공미사일을 구입하면서 제외된 ‘F-35 스텔스 프로그램’에도 다시 들어가겠다는 각오다. NYT는 “에르도안의 축출은 푸틴의 실패로 간주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는 과거 여러 차례 주요 선거 때에도 결과에 불복하고 재선거를 요구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2일 튀르키예 TV 인터뷰에 “어떤 선거 결과도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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