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매출 줄었어도 영업이익 늘었다...“다이궁 수수료 내린 때문”
국내 대형 면세업체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세점의 '큰손'이 된 '다이궁'(보따리상)들에 대한 송객수수료 인하 이후 이들과의 거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수료 비용 부담이 줄면서 수익성은 개선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0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줄었다. 반면에 영업이익은 252억원으로 98% 늘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매출은 46.6%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448억원 증가해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엔 1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매출(5112억)은 33.8% 줄었으나, 영업이익(243억원)은 264억원 늘어 흑자 전환했다. 오는 15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면세점도 비슷한 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면서 영업이익은 나아지는 현상은 다이궁 송객수수료 인하와 관련이 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다이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대량 구매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유통하는 중국인 보따리상을 말한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이 자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입국을 통제하고, 뒤이어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이 사실상 끊기면서 국내 면세업계에선 다이궁의 입지가 커졌다.
면세점들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다이궁에게 정상 가격의 40∼50%를 수수료 명목으로 환급했고, 이런 출혈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엔데믹이 가시화한 작년 하반기부터 나아지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해외여행자 수가 늘면서 다이궁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었다.
관세청도 면세업계에 시장 정상화를 위한 자정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면세점들은 지난 1월부터 다이궁 수수료를 인하했고, 그에 따른 거래 감소의 결과가 1분기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각 면세점이 현재 적용 중인 다이궁 수수료율은 대체로 30% 안팎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기간 3년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졌으나 과거 단체관광객을 인솔한 여행사에 지급하던 수수료 10∼20%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면세업계는 국제 여객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와 맞물려 앞으로 다이궁에 대한 의존도를 한층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과의 외교 갈등 리스크로 최대 고객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언제 돌아올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의 국제 여객 회복세에 비춰 하반기부터는 업황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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