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니 멈출게요"…삼성물산 현장 근로자 하루평균 70번 외쳤다
지난 3월 삼성물산의 한 건설공사현장. 추락사고를 막기 위한 난간의 일부가 잘못 설치된 것을 발견한 협력업체 직원이 작업 중단을 요청했다.
현장 관리자는 즉시 작업을 멈추게 하고, 난간을 고정한 뒤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협력업체 직원은 지난 3월 ‘우수 근로자’ 상을 받았다. 같은 달 카타르의 삼성물산 플랜트 현장에서도 공사용 트레일러 바퀴에 ‘고정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것을 발견한 협력업체 근로자가 작업 중단을 요청해 곧바로 조치했다.
삼성물산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한 지 2년여 만에 국내외 113개 현장에서 5만3000건의 작업중지권이 행사됐다고 14일 밝혔다. 하루 평균 약 70여건이다. 작업중지권은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 스스로 작업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작업중지권을 요청한 적이 있다는 삼성물산 협력업체 소속 서인수(64)씨는 “즉시 안전한 곳으로 작업 구간이 변경되는 경험을 했다”며 “현장 작업자가 존중받고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작업중지권은 사고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2021년 3월부터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하고 이를 사용한 근로자에 대해 포상하고 있다. 또 작업중지권 행사에 따른 협력업체의 손실도 보상한다.
작업중지권 사용을 유형별로 보면 충돌과 관련한 건이 23.1%로 가장 많았고, 전도(21.6%)·추락(20.3%) 등이 뒤를 이었다. 또 현장 근로자는 작업중지권이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근로자 96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응답자의 52%가 작업중지권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작업중지권이 현장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90%, 작업중지권 사용을 동료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겠다는 응답은 95%였다.
앞서 삼성물산은 건설안전연구소를 신설하고 안전상황실 구축, 협력사 안전지원 제도 신설, 안전교육체계 정비 등 안전 예방 활동도 하고 있다. 또 산업안전보건관리비와 별도로 최근 2년간 약 500억원을 안전과 관련해 집행했으며, 141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1400여 차례에 걸쳐 컨설팅하기도 했다.
안병철 삼성물산 안전보건실장은 “안전에 대한 사회적 기준에 맞춰 예산 등 인프라를 조성해 왔다”며 “근로자와 협력사의 자율적인 안전관리 역량 개선을 위해 인력과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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