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바이올니스트 조슈아 벨 “세상에서 가장 열정적인 한국 청중 그리웠죠”

류태형 2023. 5. 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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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중은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입니다.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흥(excitement)이 있죠. 젊은 관객들도 많고요. 2년에 한 번씩은 오고 싶었는데 코로나 이후 첫 방한이라 기대됩니다. 한국음식을 좋아해서 이번에는 고급 식당뿐 아니라 노포 맛집도 가보려 합니다.”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56)의 말이다. 14세에 데뷔해 40년 넘게 세계 청중을 사로잡고 있는 그는 그래미상(최우수 독주자 부문, 2001년)은 물론 영화 ‘레드 바이올린’으로 아카데미상까지 받았다(1998년). 2007년 거리의 악사로 변장한 몰래카메라에서 워싱턴 랑팡 지하철역에서 3억 8천만 원짜리 바이올린으로 45분간 6곡을 연주해 32달러를 벌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벨이 18·19일 예술의전당에서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 서울시향과 쇼송 ‘시’와 비외탕 협주곡 5번을 협연한다. 음악감독으로 재임중인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와 내한한 지 5년 만이다. 서울시향과는 첫 협연, 슈텐츠와 연주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미국 최고의 인기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조슈아 벨. 5년 만에 내한해 서울시향과 함께 비외탕 협주곡을 들려준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서면 인터뷰에서 벨은 이번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피아니스트 쇼팽의 협주곡이 피아니스틱(pianistic)하듯 바이올리니스트 비외탕의 협주곡은 바이올린을 잘 알고 썼기 때문에 오페라처럼 극적이면서도, 연주자에게는 인체공학적으로 다가온다. 쇼송의 곡은 아름답다. 듣는 이의 기분을 좋게 하고 고양시킨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승인 조지프 깅골드가 비외탕의 제자이기에 벨에게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벨은 스승을 통해 하이페츠·크라이슬러·밀스타인 등 과거 거장들의 연주를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깅골드 선생님은 배타적이지 않았어요. 다른 분야에서도 배울 점이 있으니 바이올리니스트 뿐 아니라 첼리스트·피아니스트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라 권하셨죠. 저도 젊은 연주자들이 독주만 추구하지 말고 실내악·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해요.”

굴지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ASMF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음악을 담당한 네빌 마리너가 창단했다. 1959년부터 세인트 마틴 아카데미 합주단을 이끌었던 마리너(2016년 별세)에 이어 벨이 지난 2011년 단원들에 의해 음악감독에 추대됐다. 바이올린 연주뿐 아니라 지휘 실력도 인정받은 결과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지휘와 협연을 겸하는 연주는 많았지만, 조슈아 벨처럼 지휘자, 협연자, 악장, 세 가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음악감독은 드물다”고 극찬한 바 있다.

12년 차 음악감독이지만 벨과 ASMF의 인연은 더 오래됐다. 객원연주자로 18세부터 함께 연주해 가족 같다고 했다. “지휘를 해보니 협연 때와 달리 음악을 더 깊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며 "지휘자가 되려면 세 가지를 알아야 한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다음 음악, 그리고 악기를 잘 알아야 한다”고 했다.

확장성 풍부한 연주가답게 "호기심이 강해 다른 문화권과 작업을 즐긴다"고 했다. 특히 "재즈나 컨트리 음악가들과 연주하며 리듬이나 표현, 즉흥연주에서 배울 점을 체크한다"고 소개했다. 올여름에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는 천강 & 허정하오의 ‘나비 연인’ 협주곡 음반을 발매하는 게 그래서 낯설지 않다. 쑹예가 지휘하는 싱가포르 중국 오케스트라와 녹음했다.

조슈아 벨의 2013년 공연 모습. 벨은 14살에 데뷔해 40년 넘게 세계 청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The United States Army Band

존 코릴리아노의 ‘레드 바이올린’으로 대표되는 동시대 음악 연주 또한 조슈아 벨이 중시하는 부분이다. 벨은 ‘디 엘리먼츠’라는 곡을 다섯 명의 미국 작곡가에게 위촉했다. 불·물·땅·공기·대기를 주제로 각각 한 악장씩 쓰도록 한 이 작품을 오는 9월에 초연한다. “작곡가의 선택에는 까다로운 편”이라는 그는 “무조음악이나 아름답지 않은 곡을 좋아하지 않는다. 쇼스타코비치는 아름답지 못한 부분도 결국 아름다움과의 대비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예외다. 음악이 시종일관 추하기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벨은 아내인 소프라노 라리사 마르티네스와 함께 팬데믹 기간 동안 ‘보이스 앤 바이올린’이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했다. 바이올린과 목소리의 듀오 연주다. "번스타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편곡, 함께 공연할 만큼 레퍼토리가 쌓였다"고 전했다. "클래식 음악으로 하는 버라이어티쇼같이 재미있고, 바이올린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와 닮았기에 목소리의 뉘앙스를 다루는 법을 바이올린에 적용할 수 있어 좋은 공부가 된다"라고도 했다.

“라리사의 취미가 한국 TV쇼와 드라마 시청이에요. 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열렬한 팬이죠. 이번에 동행하지 못해 아쉬워했는데 다음에는 꼭 함께 오고 싶어요.”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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