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쫓겨난 中배터리, EU서 한국 기업 위협

박영국 2023. 5. 1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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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EU 배터리 시장 동향과 시사점' 발간
EU 전기차 배터리 시장내 국가별 점유율 변화. ⓒ한국무역협회(SNE Research)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미국 진출길이 막힌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연합(EU) 시장에 집중 투자하며 우리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4일 ‘글로벌 배터리의 최대 격전지, EU 배터리 시장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한국도 배터리 분야에 대한 전략적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역내 배터리 제조역량을 강화하고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글로벌 배터리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2030년 EU가 전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많은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EU 내 신규 설비투자 및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EU 역내 배터리 소재, 장비의 공급 역량이 부족하고 주요 회원국들이 배터리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적 지원에 나서고 있어 투자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IRA로 인해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의 EU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우리 기업과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과는 달리, EU는 중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개방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EU 배터리 시장점유율이 2020년 14.9%에서 지난해 34.0%로 두 배 이상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68.2%에서 63.5%로 하락했다.


EU 완성차 회사(OEM)의 배터리 기업과의 제휴가 본격화되는 향후 1~2년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결정적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중국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 확대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이다.


배터리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선제적으로 수반되는 수주 산업으로 완성차 업체별 상이한 요구사항에 맞춰 생산 설비를 빠르게 확충할 수 있는 자금력과 기술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공장 건설과 수율 확보를 위한 시운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향후 1~2년 내 수주 경쟁의 결과가 5~6년 이후의 시장 점유율을 좌우하게 되므로, 단기적인 자금 조달능력이 수주 경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그동안 EU 배터리 시장의 성장에 따른 매출과 점유율 확대는 국내 배터리 소재 및 장비 업체들의 수출 증대로 연결돼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우리나라 배터리 3사가 사용하는 제조 장비의 국산화율은 약 90%에 육박하며, 소재 및 부품 국산화율도 30%에 달하여 EU 내 배터리 생산이 증가할수록 배터리 소재, 부품 및 장비의 수출도 늘어나는 구조다.


우리 기업의 배터리 공장이 EU 내에서 가동되기 전인 2016년과 2022년을 비교했을 때, 대 EU 양극재 수출 증가로 인해 국내에 유발된 생산액은 53억6000만 달러, 부가가치액은 12억1000만 달러에 달하며, 취업인원은 1만1751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이 신속한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의 자금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에 추월당할 우려가 있다고 무협은 지적했다.


우리 기업이 EU 시장에서 중국과 동등한 조건 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확대 ▲핵심광물 공급망 확충 ▲투자 세액 공제의 실효성 강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협은 국가 첨단전략 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기존의 기간산업 안정 기금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 ‘국가 첨단전략 산업 진흥기금’(가칭)을 조성하는 한편, 한국수출입은행 신용공여 한도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현재 입법 추진 중인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기본법)’상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활용해 해외자원 개발, 핵심광물 비축 등에 나설 수 있도록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하고 배터리 기업이 이익이나 손실에 관계없이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직접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제도 도입 검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폐지된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해외광물자원 직접투자 기능을 회복하고 2013년 일몰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를 재도입하는 등 해외 자원 개발 활성화 추진 필요성도 주장했다.


김희영 무협 연구위원은 “배터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이자 수출, 생산, 고용 등의 파급효과가 큰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으로, 향후 1~2년 내 EU시장에 충분한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 중국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 기업이 EU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대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집중적 자금 지원과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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