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아닌 후드티 입고…이재용이 실리콘밸리서 만난 美별종

김수민 2023. 5. 1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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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실리콘 밸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났다. 이 회장이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우주왕복선 사업 ‘스페이스X’ 등을 가진 머스크와 따로 미팅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0일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칸 부디라지(Karn Budhiraj) 테슬라 부사장, 앤드류 바글리노(Andrew Baglino) 테슬라 CT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한진만 삼성전자 DSA 부사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 미래 먹거리는 ‘전장·AI’?


삼성전자는 14일 “이 회장이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 밸리의 삼성전자 반도체 북미법인(DSA)에서 머스크를 만나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테슬라와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반도체’ 공동 개발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대해 폭넓게 교류하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북미 반도체 법인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은 물론 AI 등 삼성전자의 미래 반도체 사업 기술이 집대성 돼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만남 장소 역시 테슬라 쪽에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AI 휴머노이드 로봇인 ‘테슬라 봇’을 지난 2021년부터 개발하고 있다.

삼성의 전장용 시스템 반도체 영토가 더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FSD 칩을 직접 설계하는 테슬라 입장에서는 삼성 같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삼성은 테슬라의 차세대 칩 수주를 놓고 TSMC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협력 물량이 늘어날 지도 주목된다. 이날 참석한 칸 부디라지 테슬라 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방미 때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생산량을 늘려가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자리에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참석한 만큼 디스플레이 부문의 협력 또한 강화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지난 2016년 테슬라 모델 3부터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테슬라에 디스플레이 기기를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페라리, BMW, 현대차 등에 올레드를 공급하며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0일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 두번째부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칸 부디라지(Karn Budhiraj) 테슬라 부사장, 앤드류 바글리노(Andrew Baglino) 테슬라 CT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한진만 삼성전자 DSA 부사장이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 경기 침체에도 ‘실적 효자’ 노릇을 해온 전장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 2019년부터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을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이 경험을 토대로 엔비디아, 모빌아이 등의 고성능 반도체 위탁 생산 주문을 따내는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에서도 “기술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전장용 반도체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며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신규 고객사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리서치앤드마켓 등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전장부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4000억달러(2024년 기준·약 520조원)에서, 2028년에는 7000억달러(약 9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이단아’ 머스크 만난 JY, 삼성식 혁신 시작되나


IT업계의 ‘별종’이자 ‘이단아’로 손꼽히는 머스크와 만났다는 것 자체가 삼성식 혁신의 신호탄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전기차뿐 아니라 우주개발, 위성 인터넷 서비스 등 불가능해 보이는 혁신적 사고를 곧바로 실행하는 ‘문샷(Moonshot)’의 대표주자가 바로 머스크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과 머스크는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사교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 등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별도 미팅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자신만의 ‘문샷’을 만들어 삼성을 대대적으로 변신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지난 22년 8월 기흥 반도체R&D단지 기공식) 거나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지난 22년 10월 ‘미래를 위한 도전’ 중)고 강조해왔다. 출장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과감하고 끈기 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고 독려했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 기간 중 젠슨 황(왼쪽 첫 번째) 엔비디아 CEO 등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AI와 전장, 차세대 통신, 바이오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글로벌 CEO들을 두루 만났다. 특히 이 회장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도 일식집에서 회동했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 분야의 ‘구루(Guru·최고 전문가)’와의 교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인 ‘챗GPT’로 촉발된 전 세계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AI 칩 개발에 주력 중이다.

한편 이 회장은 이번 출장 중 미국에 22일간 머물렀다. 이는 지난 2014년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래 최장 출장이기도 하다. 이 기간에 이 회장은 테슬라뿐만 아니라 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존슨앤드존슨‧BMS‧바이오젠‧오가논‧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등 20여 개 글로벌 기업 수장들을 만났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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