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수사기관, 구내식당은 “가성비 좋다” 인기

유병돈 2023. 5. 14. 1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내 검찰청·법원 구내식당 점심시간이면 일반 시민 몰려
주변 식당보다 저렴하게 한 끼…균형잡힌 식단·가성비 덕

지난 12일 낮 12시 무렵, 서울 양천구 신월동 서울남부지법 정문으로 주변 직장인들이 속속 들어왔다. 재판받으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 점심을 먹으러 온 '식객'이었다. 이들은 지하 1층에 자리한 법원 구내식당으로 줄지어 들어가 식권을 샀다. 이날 남부지법 구내식당 점심 메뉴는 쑥갓 어묵국과 생선까스, 비빔국수, 흑임자연근샐러드, 숙주무침, 배추김치. 특별한 것 없어 보였지만 1인당 6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인기를 끈다. 남부지법 근처의 식당들은 짜장면이 7000원, 순댓국이 8900원, 돈가스가 9000원 등 대체로 이곳보다 음식값이 비쌌다.

구내식당을 찾은 직장인 문진수씨(35)는 “남부지법 구내식당은 가격이 저렴하고 음식 맛도 좋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남부지법 구내식당은 끼니를 놓친 사람들을 위해 점심시간 전후로 라면을 4000원에 판매하고,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 외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2일 오전 11시께 서울남부지법 지하 1층 구내식당 및 카페 전경. 점심시간을 한참 앞둔 시간임에도 구내식당을 찾은 민원인들이 눈에 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

법원, 검찰청 등 일반인이 갈 일도 적고 가기도 꺼려지는 수사·사법기관을 점심시간만 되면 찾는 사람이 늘었다.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관공서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서울에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 외에 '동서남북' 지법과 지검이 있다. 15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법, 서부지법, 남부지법, 북부지법과 서울동부지검, 서부지검, 남부지검, 북부지검 모두 구내식당을 점심시간에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직원들에게는 4500~5000원, 일반인은 약간 비싼 5500~6000원 수준에서 식권을 판매한다.

일반 식당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밥과 반찬을 골고루 식단에 구성해 인기가 좋다. 특히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구내식당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도드라진다. 이미 직장인들 점심 가격은 '1만원'이 넘었다. 부담 없었던 비빔밥·냉면의 서울지역 판매 가격은 1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1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인 '참가격'에 따르면, 올 3월 비빔밥의 가격은 8.6% 올라 1만192원, 냉면의 가격은 7.3% 올라 1만692원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지수는 117.15(2020년=100)로 한 달 전보다 0.7% 상승했다. 외식 물가 지수는 전월 대비 기준 2020년 12월부터 29개월간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29개월간 외식 물가 누적 상승률도 16.8%에 달한다. 햄버거(27.8%), 피자(24.3%), 김밥(23.2%), 갈비탕(22.5%), 라면(21.2%) 등의 상승률이 특히 높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 물가가 상승할수록 관공서 구내식당을 찾는 이들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청·법원과는 달리, 서울시내 경찰서는 구내식당 문을 일반 시민에게 활짝 열어놓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 구내식당 상당수를 일반인에게도 개방해, 인근 직장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주변 식당가의 문제 제기로 현재는 일반인 취식을 허용하지 않는 경찰서가 다수다. 5월 현재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가운데 구내식당을 일반인에게 개방한 곳은 마포·성동·성북경찰서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예전에는 서울시내 경찰서 대부분이 구내식당을 민원인과 외부인에게 개방했지만, 외식업 단체의 항의로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대표 사례가 중부·용산·혜화·영등포경찰서 등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2019년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에 해당하는 경찰서 구내식당이 불특정 다수에게 식권을 판매하면 안 되니 협조 부탁한다”며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법상 경찰서 등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집단 급식소’에 해당해 비영리로 운영돼야 한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원래부터 구내식당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영리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면서 “우리 경찰서는 직원 복리후생 차원에서만 구내식당을 운영한다”말했다.

원래 구내식당 외부인 식사를 허용하다가 코로나19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불허로 전환했던 경찰서들은 대체로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직원들과 일부 민원인에게만 구내식당을 개방한다. 방배·서대문·남대문경찰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