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집 사장님 부탁드립니다, 제발 오이 좀 빼주세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가끔 주문을 할 때 미리 오이를 빼달라고도 한다.
굳이 리뷰를 남기지는 않지만 배달된 산더미(?) 같은 오이를 볼 때면 한숨만 나온다.
누군가는 '그냥 오이를 빼고 먹으면 되잖아?'라고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임병도 기자]
▲ 배달앱으로 비빔냉면을 주문하면서 오이를 빼달라고 했지만 오이가 그대로 있었다. |
ⓒ 임병도 |
냉면이나 비빔국수, 짜장면에 고명으로 올라가는 오이는 무조건 빼서 먹거나 다른 사람에게 준다. 가끔 주문을 할 때 미리 오이를 빼달라고도 한다. 하지만 열의 아홉은 안 빼준다. 특히 배달앱으로 오이를 빼달라고 요청을 해도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굳이 리뷰를 남기지는 않지만 배달된 산더미(?) 같은 오이를 볼 때면 한숨만 나온다.
누군가는 '그냥 오이를 빼고 먹으면 되잖아?'라고 한다. 물론 그렇게 먹는다. 하지만 맛보다 더 싫은 게 오이 냄새라서 매번 맛있게 먹지는 못한다.
가장 힘든 메뉴가 김밥이다. 김밥을 주문할 때는 오이가 들어갔냐고 꼭 묻고 만약 넣었다면 아예 먹지 않는다. 가끔 오이를 빼달라고 했지만 들어있을 때가 있다. 왜 오이를 넣느냐고 하면 몸에 좋으니 그냥 먹으라고 한다. 나에게는 땅콩 알레르기 있는 사람에게 땅콩이 몸에 좋다고 먹으라는 것과 같다.
제일 황당한 것은 그냥 빼고 먹으면 되지 왜 유별나게 구느냐는 핀잔이다 고명 위에 올라간 오이와 다르게 김밥에 들어간 오이 냄새는 밥과 다른 속 재료에 이미 배어 있어 먹기 고통스러울 정도이다.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나 샐러드는 아예 손을 대지 않는다. 피클이 들어간 햄버거는 꾸여 꾸여 먹어도 생오이가 들어간 햄버거는 안 먹는다.
오이 냄새에 민감하다 보니 오이 비누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에 군대에서 오이 비누가 보급품으로 나와 어쩔 수 없이 사용했는데 하루 종일 얼굴에서 오이 냄새가 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Cucumber Haters라고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많다. |
ⓒ 임병도 |
과학계에서는 '오이 알코올(cucumber alcohol)'이라는 특유의 향이 거부감을 유발한다고 하거나 유전 인자 때문에 오이를 싫어한다고 한다. 내 경우에는 어떤 이유인지 모른다. 오이 싫어하는 이유를 밝히겠다고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는 없잖은가.
SNS가 발달되면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만들어지고 오밍아웃(오이+커밍아웃)도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오이를 싫어하거나 못 먹는 사람을 이해하지 않는다. 그래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식당 사장님들! 힘들고 귀찮아도 오이 빼달라면 빼주세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오이가 들어가면 보기도 싫어집니다. 몸에 좋은 인삼도 안 받는 사람이 있듯이 오이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제발, 꼭, 무조건 오이 빼주세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딸 책상 한구석에 남은 '취뽀'... "이제 날아갈 일만 남았었는데"
- 검사마저 울먹이자 법정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 정신과 약은 늘어나지만... 나는 아직 유치원에 다닌다
- "전하, 통촉하시옵소서!" 외치는 무슬림 남자가 해준 음식
- '코인 논란' 김남국 탈당 "끝까지 맞서 진실 밝힐 것"
- 오늘도 받기 싫은 전화... 6년째 이러고 삽니다
- 세종대왕이 즐겨드신 떡이자 치유식
- 숙의가 낳은 반전... "비례대표 더 늘려야" 70%
- 법원 "재건축으로 2채 택한 다주택자…종부세 중과는 정당"
- "일본 방사성 오염수, 검증단 아닌 시찰단 파견은 면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