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자부심 아냐”…미술·CG에도 필요한 ‘정당한 보상’ [K-스태프 역할과 한계③]

장수정 2023. 5.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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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소속 다르지만 …결국에는 뭉쳐서 우리 요구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

“촬영, 조명, 사운드 팀 등 현장에서 주로 고군분투하는 팀들에게는 ‘휴차’라는 개념이 철저하게 지켜지지만, 흔히 ‘연제미’라고 불리는 연출, 제작, 미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인 것 같다. 법정 휴게시간이라고 주어지는 휴차날에 일을 하지 않으면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감내하고 일을 하지만, 이을 감안한 휴게 방식, 페이 계산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 중인 한 프리랜서 미술팀 스태프는 콘텐츠 제작 관계자들의 ‘현장 중심’ 인식에 대해 지적했다. 연출, 제작, 촬영, 조명, 동시녹음, 편집, 미술, CG 등 다양한 파트의 전문가들이 모였지만, ‘현장 중심’으로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 그 외 스태프들의 복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시각특수효과(VFX)로 바닥 구현한 영화 '한산' 촬영 현장. 기사 내용과는 무관ⓒ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

한 CG 관련 스태프는 ‘서로 간의 이해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감독조차도 후반작업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고, 결국 일하는 인력들에게 그 부담이 지워지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 영상 편집 업체 직원은 “아무래도 현장에서는 배우나 감독, 다른 여러 분야의 스태프들과 소통하고 그때그때 의견도 조율해 가면서 함께 만들어나가지만, 후반작업은 아무래도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로운 싸움이 많은 것 같다”면서 “말 그대로 후반 단계이기 때문에 마무리 잘 지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후반에서 어떻게든 다 해결하려고 하거나 책임을 밀어 넣는 사람들도 있고. 이해 없이 기대만 큰 부분이 힘들게 하는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인식이 ‘정당한 보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물론 과거에 비해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제작비 규모도 함께 커진 것은 사실이다. 2, 300억 원대의 큰 제작비가 투입되기도 하지만, 할리우드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예산이며 이것이 후반 작업에 할애되는 비중도 극히 적다는 지적이었다. 높아진 중요도, 위상만큼 제작비 규모를 늘리더라도 각 분야에 할당되는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스태프는 “전체 제작비에서 실제로 VFX가 가져가는 비용은 생각보다 적다. 갈수록 더 단가가 맞지 않는 상황도 있다. 적은 비용에 고 퀄리티를 내기 위한 갖은 방법들을 고민하곤 한다”라며 “국내 대작들이 할리우드의 1/100 또는 1/1000의 금액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자부심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미래를 봤을 때는 그에 맞는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아니라 영화 전체 산업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게 맞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물론 제작사와 스태프들이 직접 계약을 맺는 현장의 기술 스태프들과 달리, 계약을 맺은 업체에 소속된 미술 또는 편집, CG 팀의 경우 더딘 환경 개선 문제를 어느 한쪽의 잘못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드라마 편집 스태프는 “업체가 다양하다 보니 그 안에서의 환경이 다른 부분도 있다. 현장 스태프들처럼 어떠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가 힘든 것엔 이러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현장 바깥의 스태프들 역시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내는 등 결집력을 높여 상황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CG 관련 스태프는 “각자의 자리에서 작업을 하고 마감에 쫓겨 작품이 아닌 작업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에 비해서 결속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앞서 후반작업 스태프들에게 지워지는 무리한 요구에 대해 언급한 스태프는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소속이 달라 쉽지는 않겠지만, 다른 곳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이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한 요인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CG 업체 관계자는 “영화 스태프들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정착시키고 근로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을 통해 결집해 목소리를 낸 것이 컸다”라며 “후반작업 스태프들은 아무래도 회사 소속이다 보니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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