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칸에서도 통한 ‘몸값’의 메시지

장수정 2023. 5. 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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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악인인 이야기 하고팠다…자본주의 은유하며 현대사회의 모순들 풀어보고 싶었다.”
“인정 받는 건 좋지만 꼭 세계적인 걸 염두에 둘 필요는 없어…하던 대로 창작자 개인의 이야기 해나가고 싶다”

“아직 체감하는 변화는 없다. 그런데 이제 우리 ‘몸값’이 오르지 않을까. 부모님께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받은 축전을 액자에 걸어둘 만큼 좋아하신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의 최병윤 작가는 한국 최초로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K-콘텐츠의 경쟁력을 다시금 증명해 낸 ‘몸값’의 전우성 감독과 곽재민, 최병윤 작가는 자신들이 이뤄낸 쾌거에 대해 거듭 감사를 표하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티빙

“실제로 기립 박수를 받으니 신기하고 재밌더라. 당시 환호를 많이 해 주셔서 감사했다. ‘이렇다던데’라고 이야기만 듣던 것을 실제로 보니 감사한 마음이 컸다.”(전우성 감독)


“예상은 못 하고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 시나리오가 아닌 작품을 보고 나서 주신 것이지 않나. 현장에 계신 스태프분들과 배우님들 덕분에 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곽재민 작가)


‘몸값’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동명의 단편 영화에 ‘지진’이라는 재난물의 성격을 가미해 스케일과 메시지를 확장했다. 원조교제 현장이 장기매매의 현장으로 바뀌며 충격적 반전을 선사하는 한편,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를 보여줘 호평을 받은 단편영화를 오락물로 변모시키면서도 메시지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단편은 완결성이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충격적인 반전이 매력적이라 사랑을 받았다. 시리즈로 길게 만들어 가기 위해선 고민을 많이 했다. 대지진과 같은 거대한 사건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곽재민 작가)


“모텔 안에 과연 멀쩡한 사람이 있을까. 물론 그 안에 순수한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론 멀쩡한 사람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대지진을 천벌처럼 가지고 가면서, 모두가 악인이었을 때 나오는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다. 자본주의로 은유하면서 현대사회의 모순들을 풀어보고 싶었다.”(전우성 감독)


단편영화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극 전체를 ‘원테이크’로 선보이는 새로운 시도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에 ‘말맛’을 살린 거침없는 대사부터 과감한 표현들까지. ‘OTT라 가능한’ 표현들을 마음껏 활용하며 처절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촬영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연습을 거듭하며 ‘몸값’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신경을 썼다.


ⓒ티빙

“쉽지 않았지만. (원테이크는) 초기부터 있던 계획이었다. 배우분들도 리허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주셨고, 나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여겼다. 리허설을 많이 진행했다. 프리 단계에서도 연습 과정이 있었고, 프로덕션 단계에서도 세트에서 ‘리허설 1회, 촬영 1회’로 스케줄을 짜며 진행을 해나갔다. 긴 테이크를 소화해 준 배우분들의 공이 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전우성 감독)


해외 관객들 또한 이러한 ‘몸값’의 새 시도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메시지부터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며 K-콘텐츠의 경향에 대해 흥미를 보였다는 것. 이 과정에서 전 감독은 국내 콘텐츠를 향한 해외의 시선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돈에 집착하는가’라는 질문들이 있었다. 잔인한 구석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기도 하시고. 잔인한 묘사에 대해선 답변을 한 게 ‘장르물이었고, 오락적인 부분을 도드라지게 표현을 하고 싶었지만 수위에 있어선 외국 작품들에 비해 크게 높지 않다’고 말씀을 드렸다. 직접적으로 보여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장면들만 포인트를 넣었다. 그런 질문에서 오리엔탈리즘적인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전우성 감독)


이렇듯 ‘몸값’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주역이지만, 전 감독과 작가들은 앞으로도 그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써 내려갈 계획이다. 해외 관객들까지 의식하며 고민을 하기보단,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확장될 때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인정을 받는 건 좋지만 꼭 세계적인 걸 염두에 둘 필요는 없지 않나. ‘기생충’도 그랬고, 한국적인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던 대로 창작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이 좋지 않나. 그러다 보면 좋게 봐주시는 일들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곽재민 작가)


“한국적인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이야기들, 보편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사는 한국인이라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것이 묻어 나올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는 감정적인 것들을 표현하는데 관심이 많다. 관객분들께서 내가 표현한 것을 잘 느껴주실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다. 그런 것들이 잘 전달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전우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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