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는 데도 80일간 약사 찾아간 경비원…“스토킹 유죄”

두 달 넘게 44차례 방문
귤·딸기 등 선물…법원 “정신적 고통”
1심서 징역 6개월·집유 1년

3개월 가까운 기간 약국을 수십 차례 찾아 약사에게 구애를 한 20대 남성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6)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A씨는 서울의 한 건물 경비원으로 일하던 중인 지난해 5월쯤 같은 건물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또래 약사 B씨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A씨는 여러 번 약국에 찾아갔는데 그해 11월 본격적으로 B씨에게 관심 표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인적 사항을 밝히면서 남자친구가 있는지,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할 말이 있으니 시간을 내 달라” 등의 말을 했다. B씨는 명확하게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지난해 11월 22일부터 올해 2월 8일까지 약 80일 간 모두 44차례에 걸쳐 B씨를 방문했다.

A씨는 6일 연속으로 찾아간 적도 있었고 하루에만 5차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건을 사는 것 뿐아니라 B씨가 거부하는데도 귤, 딸기 등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명시적으로 더는 찾아오지 말라고 요청했음에도 수십 차례 찾아가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