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 피해자도 ‘전세사기 특별법’ 지원받나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5. 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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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국회 국토위 소위원회에서 수정 의견 제시
‘미필적 고의’ 전세 피해, 특별법 지원
피해자 1명·근린생활시설 피해자 대상 포함 해석도
여야, 전세사기 특별법 25일 처리 합의
지난 5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정재 소위원장과 의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무자본 갭투자’.

자금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여러 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전세 시세가 급락하자 무자본 갭투자를 통한 전세사기가 드러나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앞으로 집주인의 무자본 갭투자로 피해를 본 임차인도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에 따른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안 심사 과정에서 국토부는 특별법 적용 기준에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능력 없이 다수의 주택을 취득해 임차하는 경우’를 추가한 2차 수정 의견을 냈다. 애초에 반환 능력이 없음에도 주택을 매수해 임차한 경우에는 전세사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범위가 5월 들어 2차례 수정되면서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토부의 이번 수정안은 앞서 법무부가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로 인한 깡통전세 피해자도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시점에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있음에도 무자본 갭투자로 임차를 한 경우는 법무부의 표현에 따르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이 돼 사기 의도로 볼 수도 있다는 표현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별법의 피해자 인정 기준은 애초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서 ▲임대인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거나 임대인 등의 기망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자에 대한 주택 소유권 양도 ▲보증금 반환 능력 없이 다수 주택을 취득해 임차한 경우 등 구체화한 사유가 포함됐다.

다만 국토부는 무자본 갭투자 피해자라 해도 대항력·확정일자 확보 또는 임차권 등기 등 다른 요건을 충족해야 특별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해당 수정안이 반영되면 전세사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는 모든 깡통전세가 다 포함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국토부는 사기 의도가 없는 일반적인 갭투자는 포함이 안 된다는 원칙을 계속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한 지난 5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주최 전세사기 피해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108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밖에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다수가 아닌 1명이더라도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한 정황과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피해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해석을 밝혔다. 기존 안은 다수의 피해 예상을 임차인이 입증해야만 했지만, 수정안은 특별법 적용 대상을 검토하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임차주택 현황과 수사 자료를 검토해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피해 사례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조짐이 있어야 한다”며 “다수가 아니라도 특별법 적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 무조건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토부는 근린생활시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해석도 내놨다. 근린생활시설은 식당, 학원, 미용실처럼 주택가 가까이에 위치한 상업시설을 의미한다. 일반 주거용 건물이 아닌 상업용 빌라를 불법 개조해 임대한 경우에도 상당수 피해 사례가 발생한다는 판단에서다. 전체가 주거용인 건물보다 주차 공간을 적게 마련해도 되기 때문에 건물주들이 1∼2층을 근린생활시설로 등록해놓고 주거용으로 불법 개조해 임차하는 경우가 많다.

국토부는 불법 개조한 근린생활시설이더라도 임차인이 주거용으로 사용해왔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등의 요건을 갖췄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불법 ‘근생빌라’는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이용해 경매에서 낙찰받을 실익이 낮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매입임대주택으로 사들일 수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2차 수정안 조문을 따로 제출한 것은 아니고 최근 논의 과정에서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해드린 것”이라며 “또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여야 결정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야는 오는 5월 25일 본회의를 열어 전세사기특별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는 5월 1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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