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이겨내고 창업...트로마츠 칫솔로 인생 2막 ‘프록시헬스케어’ 스토리 [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윤혜진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4@mk.co.kr) 2023. 5. 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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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시헬스케어의 트로마츠 칫솔. (프록시헬스케어 제공)
칫솔.

일상에 너무나 가까이 있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혁신이 더딘 분야기도 하다. 이런 시장에 진출, 올해 CES에서 특이한 칫솔을 앞세워 주목을 끈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트로마츠 웨이브 기술을 바탕으로 ‘트로마츠 칫솔’을 개발한 프록시헬스케어다.

트로마츠 칫솔은 생체전기력을 활용, 치아 마모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치아와 잇몸 사이에 쌓이는 치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한 번 써본 사람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트로마츠 칫솔은 출시 첫해(2021년) 매출액 12억원, 지난해 3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분위기는 더 좋다. 1분기에 이미 2021년 매출액을 념겼고 연간 매출 100억원을 바라볼 정도다.

원천 기술 얘기를 하다 보면 사실 김영욱 대표 이력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이력은 고개가 갸우뚱해질 만큼 특이하다. 스스로도 시대를 역행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과거나 현재나 모두들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 의대를 3년이나 다니다가 전자공학으로 재입학하고, 미국 박사 유학을 갔다가 한국 기업에 직행하고, 대기업을 다니다 중소기업으로 이직하고 지금의 스타트업을 경영하고 있다.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얘기를 자세히 안 들어볼 수 없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프록시헬스케어 제공)
Q. 창업 계기에 대해 설명한다면.

A. 창업 전 대장암 판정을 받아 두 차례의 수술과 3개월에 걸친 치료를 받았다.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앞으로 정상적인 회사 생활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내 마음대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나에게 더 보람이 가는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삼성과 씨젠 재직 시절 박사 학위를 바탕으로 언젠간 창업하겠다고 생각만 하던 것을 실천에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아이러니하게도 대장암 수술을 받았던 시점이다. 긍정적인 성격이기에, 돌이켜보면 이 세상에 불행한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Q. 핵심 기술인 ‘트로마츠 웨이브’ 기술 논문을 쓰지 않았나. 논문 쓰는 것과 사업화하는 것은 다른데 첫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선정했나.

A. 일단 우리 기술의 확장성이 좋기 때문에 빠르게 시장에서 검증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창업 이전 씨젠에서 근무하며 의료기기 인허가의 복잡함에 대해 경험했던 터라,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공산품이면서 기술의 홍보 효과가 있을 곳을 고민하게 됐다.

‘트로마츠 웨이브’ 기술은 물때를 제거하는 기술이다. 때문에 매일 쓰는 칫솔이 떠올랐고 더욱이 생활용품으로 분류돼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장점이 있었다. 우리의 신기술로 혁신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칫솔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Q. 최근 매출이 계속 증가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A. 우리나라의 치의학 서비스 부문은 ‘사거리에 치과만 8개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접근성을 갖췄다. 그만큼 치과 가기 편하고 시중에 칫솔도 다양하게 매년 신제품이 쏟아진다. 주변에서 칫솔 시장은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 지켜보면 신규 치과도 늘고 칫솔 제품도 쏟아지는데 대부분 건재하다. 그만큼 치아 관련 고통과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구매력도 높아졌다. ‘트로마츠 칫솔’이 치고들어갈 여지가 있겠다 싶었다.

이 칫솔은 칫솔모가 닿지 않는 영역에도 생체전류를 통해 침이나 구강 내의 물이 따라 흘러 들어가, 치아와 잇몸 경계면의 치태를 제거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종전 제품과 차별화 요소가 확실히 있다. 물론 처음부터 시장에서 열광한 건 아니다. 그래도 사업 초기(2020년 11월~ 2021년 12월) 가능성을 확인했다. 구강건강이 취약한 계층의 입소문으로 제품 출시 1년 만에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초기 제품이라 불량도 많고 완성도도 떨어졌지만, 칫솔질 이후의 개운함과 치석·치태 제거 부분에서 소비자들이 사용 3일 안에 체감할 정도의 느낌을 준 것이 주효했다. 기술의 독보적 성능이 제품의 아쉬움을 보완했다고 생각한다.

1년여의 품질 개선 노력을 거쳐 2022년 하반기 신제품을 출시하며, 동시에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100%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인지도가 높아지자 월매출이 4배가량 성장했고, 지난해 단일 품목 매출 3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중 손익분기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하반기 신제품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해, 지난해 단일 품목 매출 34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손익분기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프록시헬스케어 제공)
Q. 핵심 기술이 다른 어떤 분야에 응용 가능한가. 가장 실용화에 가까워진 사업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A. 우리 기술은 물기가 있는 곳에서 이끼, 물때,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인 미생물막을 제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양의 물이끼 위에 붙는 따개비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에어컨이나 생활용기, 싱크대에서 나는 악취나 여드름·비염 등 염증 반응으로 인한 통증은 모두 미생물막이 그 원인이다. 미생물막은 700가지 이상의 미생물이 복합적으로 구성하고 있어 항생제를 활용해 특정 미생물을 제거한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총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기술은 이러한 영역에 모두 적용 가능하다.

2022년 해수에 자체 보트를 통해 해양 파울링 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우리 기술이 적용된 경우 확연하게 파울링이 해결되는 것을 확인했고 실험결과는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논문에 투고 중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인천·울산항만공사와의 협력해, 보다 직접적인 결과를 얻고자 한다. 이 기술의 해양 부문 적용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는 항만, 선반, 해상플랜트의 수명 연장과 연비 절감을 통해 저탄소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현재 2024년 항만 적용, 2025년 선박 적용, 2026년 해양플랜트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활 가전 분야에서는 에어컨 표면의 물때에 의한 악취 발생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공조장치 모식 실험 결과 1시간에 81.8% 제거 효과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공동 검증했으며, 그 결과는 저명한 논문에 게재됐다. 2023년에는 자동차에 실제 적용해 검증할 계획이며 2024년 애프터마켓 진출을 목표하고 있다.

Q. 이런 기술이라면 의료 기기 개발도 가능할 듯하다.

A. 대학병원 의사들이 제안한 게 비염 치료기다. 비염이 실은 점액질이 코에 계속 붙어 발생하는 거니까 이걸 떨어내는 기기만 있으면 ‘대박’일 거라 했다. 호기심에 접근했다가 지금은 개발 완료했다. 어린이 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자극 없고 통증 없이 비염 증상을 완화해주는 비강 삽입형 모델이다. 그냥 5분 정도 코 속에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2024년 4분기 의료기기 허가 취득을 목표로 인증을 진행 중이다. 울산대병원 외에도 주요 대학병원과 협력을 통해 임상 수행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기기 제조허가, 품질허가, 생물학적 안정성, 전자파안전인증을 모두 취득했다. 비염 환자의 40%를 차지하는 청소년 환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며 2024년 4분기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2025년 미국 FDA 취득을 목표하고 있다.

Q. 투자 유치 실적, 상장 추진 계획이 있다면.

A. 2019년 9월 창업 이후 현재, 시리즈A 라운드까지 총 14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시리즈B 유치를 통해 해양과 의료기기 분야까지 기술 확장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덴탈케어 분야는 상반기 중 손익분기점 돌파를 시작으로 회사의 주요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4년 4분기 혹은 2025년 1분기 중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록시헬스케어의 핵심기술은 칫솔뿐만 아니라 해양, 생활,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하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프록시헬스케어 제공)
Q. 해외 시장 개척은 어떻게 하고 있나.

A. 미국 박사 유학 시절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창업 초기부터 오히려 미국 시장 진출에 관심이 많았다. 2022년 2월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현재 아마존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판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의료기기, 해양 부문의 글로벌 진출 가속화를 위해 2024년에는 실리콘밸리에 제2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 협력 확대를 통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길 바라나.

A. 의대를 다니다 전자공학을 공부한 특이한 제 인생처럼, 프록시헬스케어는 이름은 헬스케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다. 하나의 원천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서 생각지 못한 혁신을 이끌어가는,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는 기업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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