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골든위크 쉬고나서 더 힘들어"…'5월병' 창궐

전진영 2023. 5. 14.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학기·인사 이동으로 쌓인 스트레스
무기력·권태감…중증시 전문의 도움 필요

"잘 쉰 것 같은데 어쩐지 더 일하기 싫네."

5월 황금연휴가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시간입니다. 잘 쉬고 에너지를 얻고 복귀를 하신 분도 있겠지만, 쉬었는데도 더 무기력해진 느낌을 받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증상, 그냥 단순히 직장인 만성 질환 '회사 가기 싫어 병'으로 넘길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5월 골든위크가 지난 뒤의 무기력증을 일컫는 '5월병'이 있습니다. 올해도 골든위크가 끝나고 5월병과 관련한 심리 상담이 급증해 일본 언론에서도 꽤 이에 대해 다뤘는데요. 연휴 뒤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일상을 우리는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일본의 5월병을 통해 이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일본의 5월병…연휴 이후 무기력·권태감 발현

5월병은 말 그대로 5월에 증상이 발현되는 무기력증을 뜻합니다. 공식 병명은 아닙니다만 5월 황금연휴가 지난 뒤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는 일본에서 개학, 입학, 입사, 부서 이동 등 1년을 시작하는 일정이 모두 4월에 몰려있기 때문인데요. 4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5월 골든위크 연휴로 긴장이 풀리면서 심신에 증상처럼 발현되는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리했던 것들이 터져 나오는 시점이라는 것인데요.

증상도 다양합니다. ▲기분이 처지거나 몸이 무겁고 무기력하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침착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편하게 할 수 있었던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좋아하던 취미에 흥미를 잃었다 ▲이유 없는 복통이나 두통이 있다 ▲입맛이 사라졌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잠들더라도 금방 깬다 등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이후 5월병 환자가 유독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는 코로나19 당시 재택근무, 원격 수업 등 비대면으로 이뤄졌던 사회생활이 다시 대면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적응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일본의 골든위크와 중국의 노동절 등 인접 국가들의 황금연휴가 이어진 3일 서울 명동거리가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서울시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6일까지 '2019년 외국인 관광객 환대주간'으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환대행사를 개최한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5월병 잘 걸리는 사람 따로 있다

일본 의사들은 특히 5월병에 잘 걸리는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일단 눈앞의 일은 해치우고 보는 ‘불도저 타입’입니다. 열정이 넘치고 성실한 대신 자기 뜻대로 일이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 느끼는 자괴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두 번째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나 이상이 높은 사람'입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큰 경우 괴로움을 느끼기 쉽고, 차이를 얼른 메우기 위해 긴장하고 조마조마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 번째는 '흑백논리나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우유부단함을 싫어하고 명확한 결정을 좋아하는 사람들인데요. 이런 사람들은 실패, 패배, 실수 등 '흑의 상태'에서도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완벽히 성공하지 않은 회색의 상태도 부족한 것으로 보고 본인을 계속 채찍질하게 됩니다. 완벽한 성공 등 '백의 상태'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몸과 마음에 큰 부담을 준다고 합니다.

또 장소나 분위기 변화에 민감한 사람도 5월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이런 타입은 타인의 표정이나 기분 변화를 잘 알아채는 장점이 있지만, 본인이 타인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쉽습니다.

5월병 어떻게 예방하나

그렇다면 5월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일본의 심리상담가는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 가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한 가지 행복을 실감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조언했는데요.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줄여두는 것으로도 마음의 무게를 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뻔한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규칙적인 생활과 수면이라고 합니다. 특히 마음의 무게는 몸의 무게와 연결돼있다는 말이 있으니, 가벼운 운동으로 자율신경계의 혼란을 줄일 것을 권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권태감이 몰려들 때 '사람 만나기도 귀찮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가까운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5월병은 잠시 지나가는 증상일 수도 있으나, 만약 증상이 심각한데도 이를 방치한다면 우울증이나 적응장애, 수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5월이 지나고도 이런 증세가 이어진다면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오늘은 일본의 오월병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사실 일본뿐만 아니라 연휴를 보내고 온 모든 직장인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읽으시면서 '혹시 이거 내 이야기인가?'라고 느껴지시는 분들은 본인의 상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바쁘게 달려오면서 내 마음 살필 일은 참 없는 것 같습니다. '잘해야 한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 '성과를 내야 한다'라는 말에 밀려 정작 나를 살핀 적이 있었나 하게 되는데요. 크게 아프고 난 뒤에야 내가 나에게 너무 소홀했다고 느끼게 됩니다. 모두 마음이 편안한 주말 되세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