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홍준표, 이번엔 선 넘었나

김희정 2023. 5.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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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이재명 만나 "김기현 옹졸"
홍준표 '자기정치'…與내 시선 악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비판을 한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에 대한 당내 시선이 곱지 않다. 홍 시장이 '자기정치'를 위한 목적으로 이 대표를 만났고, 만난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김 대표 비판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를 두고 홍 시장은 같은 당 소속 하태경 의원과 설전(舌戰)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재원·태영호 리스크'를 가까스로 봉합한 국민의힘에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尹대통령 취임 1주년에 홍준표 예방한 이재명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지난 10일 대구시청에서 이재명 대표와 30분간 만났다. 달빛내륙철도'(광주 송정∼서대구) 조기 착공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이 대표가 홍 시장을 예방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당(국민의힘)에도 쓴소리를 한 번씩 해달라"고 하자 홍 시장은 "(국민의힘) 당대표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 "당대표가 나를 상임고문에서 해촉하더라. 그런다고 내가 할 말 못 할 사람이 아닌데" 등 김기현 대표를 향해 작심비판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홍 시장이 '상임고문 자격'을 내세우며 '김재원·전광훈 문제'로 김 대표를 연일 비판하자, 지난달 13일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한 바 있다.


또한 홍 시장은 "대부분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고도 했다.

野 박지원도 "洪, 尹보다 내 그릇이 훨씬 크다 보여준 것"

홍 시장이 이 대표를 만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지 않는 것을 들어 "나라도 이 대표를 만나야 하지 않냐"고 반박했다.


야권 인사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1일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홍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이해서 자기 그릇이 훨씬 크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지만 나는 대국적 견지에서 만나서 협력할 건 협력하고 따질 것 따진다 이런 태도 아니냐"며 "윤 대통령과 차별화한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같은날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 입장에선) 대통령 만나려고 하는데 안 만나주네, 그런데 딱 보니까 (홍 시장이) 대체재가 된다. 일종의 B급 영수회담이 돼 자기도 좋기 때문"며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용호 "밖에서 집안 흉이나 보는 마음 꼬인 시아버지"
유상범 "이재명 의도한 정치적 목적 다 달성해 준 듯"
하태경 "洪, 어떨 때는 똑똑, 어떨 때는 매우 모자라"

당내에선 홍 시장 발언이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홍카콜라'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평소 속시원한 돌직구를 날리고 쓴소리도 참지 않는 홍 시장이지만, 적어도 '상대 당 대표' 앞에서 '우리 당 대표' 험담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두 사람의 회동 직후 곧바로 페이스북에 "'윤 정권은 정치를 모르고, 김기현 대표는 옹졸하다'고 해서 으레 야당 대변인의 비판 성명이려니 했는데 우리 당 소속 홍 시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차마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날 덕담은 못 할망정 밖에 나가 집안 흉이나 보는 마음이 꼬인 시아버지 같은 모습이어서 참 보기 딱하다"며 "결과적으로 정치를 잘 아신다는 홍 시장께서 이 대표에게 보기 좋게 이용만 당한 꼴"이라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튿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이 대표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나오지 않았을까"라며 "이 대표가 의도했던 정치적 목적을 다 달성해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홍 시장을 보면 어떨 때는 참 똑똑하다.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똑똑한데 어떨 때는 굉장히 모자라다"며 "지금 대통령을 적대시하는 야당 당대표 앞에서 자기가 소속한 걸 비하하는 것이다. 자기 면상에 오염물을 지금 퍼붓는 것이다. 본인 얼굴에 지금 먹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의 변 "내가 대통령도 아닌데 이재명 거부하면 이상하지 않나"

이러한 비판에 홍 시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11일 페이스북에 "나는 썩은 사체나 찾아 헤메는 하이에나가 아닌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살았다"며 "공천에 목이 매여 어디에 줄 설까 헤매지 말고 한번 하고 가더라도 지금 이 순간 국회의원답게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했다.


또한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선 "대통령은 사법절차를 관장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중범죄로 기소된 사람(이재명 대표)을 어떻게 만나냐"며 "내가 (대구시장실로 찾아오겠다는 이 대표를) 거부하면 좀 이상하지 않느냐. 나는 그런 사법절차 관장하는 사람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김재원·태영호 리스크 끝나자, 홍준표 리스크?

홍 시장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홍 시장이 페이스북에서 하 의원을 저격하며 두 사람 설화로 번진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당 관계자는 "김재원·태영호 리스크가 겨우 사라질 판인데, 홍준표 리스크가 나타난 격"이라고 평가했다.


홍 시장은 12일 페이스북에 "하루를 해도 국회의원답게 처신하라. 그리고 당 간부라면 당을 위해서 활동하라. 당 권력자 개인을 위해서 설치다가는 그 권력자가 실각하는 순간 같이 날아간다"고 했다.


이어 "부산의 모 의원처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면서 정치생명을 연명하는 것은 얼마나 보기 추하냐. 나는 아직도 탄핵 이후 궤멸 직전의 당을 난파선의 쥐새끼처럼 배신하고 나가서 우리 당을 향해 저주의 굿을 하던 못된 자들을 잊지 못한다"고 날을 세웠다. 직접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하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홍 시장, 본인이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도 용기"라며 "이제 보니 실명 비판하실 용기도 없는 것 같다. 지난 대선 때 조국을 비호한 '조국수홍' 사건에 이어 이제는 '재명수호'까지 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적으로 보고 있는 야당 당수 앞에서 자기 당 대통령을 비하한 것이 잘한 일이냐"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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