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음식 피하라는데… 태운 콩 우려낸 커피는?

오상훈 기자 2023. 5.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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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음식은 피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탄 음식을 피해야 하는 이유로 꼭 언급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감자튀김, 빵류 처럼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음식일수록 아크릴아마이드도 많지만 육류 등에도 있다.

벤조피렌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일종으로 인체 발암 가능성이 명백히 인정된 1급 발암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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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탄 음식은 피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발암물질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런데 태운 콩을 우려낸 커피는 괜찮은 걸까?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생두를 볶는 로스팅 과정을 거친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커피의 향과 맛은 달라진다. ‘마이야르 반응’ 덕분이다. 식품을 120도 이상으로 가열할 때 탄수화물인 당에 단백질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이 결합하면, 여러 연쇄 반응을 거치면서 색이 갈색으로 변한다. 당과 어떤 아미노산이 얼마나 반응하는지에 따라 형성되는 최종 분자량이 달라진다. 커피마다 풍미가 다양한 까닭이다.

문제는 마이야르 반응이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라는 성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아크릴아마이드는 무언가를 고온에서 조리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최종당화산물(AGEs) 중 하나로 몸속에서 분해가 잘 안 돼 혈액이나 조직에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동물 실험 결과 발암 가능성이 인정돼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크릴아마이드를 발암추정물질(Group 2A)로 분류했다. 탄 음식을 피해야 하는 이유로 꼭 언급되곤 한다.

아크릴아마이드는 물론 커피에도 들어있다. 식약처가 지난 2016년 식품 400여 품목 24만건에 대해 총 64종의 유해물질 위해 평가를 실시한 결과 커피의 kg당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은  0~818㎍이었다. 국제적 권고 수치인 kg당 1000㎍ 이하이긴 하지만 그래도 높은 수치다. 커피는 먹지 말아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학계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발암추정물질로 분류된 지 거의 30년이 지났지만,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입증 연구는 여전히 엇갈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아크릴아마이드를 많이 섭취한 비흡연자 여성들에게서 폐경 후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많은 양의 아크릴아마이드를 섭취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암 발생률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크릴아마이드는 식품을 고온으로 조리하는 과정이라면 대부분의 음식에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감자튀김, 빵류 처럼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음식일수록 아크릴아마이드도 많지만 육류 등에도 있다. 사실 아크릴아마이드의 발암성을 밝혀내기 어려운 이유도 사람이 얼마나 많은 양의 아크릴아마이드를 섭취하는 지 알아내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아크릴아마이드보다 확실하게 경계해야 할 대상은 탄 육류와 물질이 연소할 때 나오는 연기다. 탄 육류는 아크릴아마이드 외에 벤조피렌 함량이 높을 수 있다. 벤조피렌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일종으로 인체 발암 가능성이 명백히 인정된 1급 발암물질이다. 연기에는 1급 발암물질이 훨씬 많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고기 구울 때 나는 이 연기를 분석했더니 벤조피렌은 물론 인데노피렌, 플로렌 같은 발암성 유기화합물에다가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성분도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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