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카드 또 사라진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2023. 5. 14.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플페이로 촉발된 삼성페이 유료화
카드사 수수료 비용 부담 증가
혜택 축소 따른 단종카드 확대 불가피

[한국경제TV 장슬기 기자]

"카드 혜택 또 줄겠네…알짜카드 미리 발급받아야겠다" 삼성페이가 유료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기사에 달린 한 댓글입니다. 그 동안 카드사들에게 무료로 제공됐던 삼성페이가 유료화 전환 방침을 내비치면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해진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줄일 것이란 관측 때문입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그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이유로 부가서비스 등 비용을 줄여왔는데, 추가 수수료 부담이 더해지면 허리띠를 더 졸라맬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알짜카드는 만나볼 수 없는 걸까요?

◆ "애플페이도 수수료 받는데…"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카드사들에 삼성페이 계약의 자동 연장을 종료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그간 삼성페이는 별도의 수수료 없이 카드사와의 계약을 이어왔는데, 오는 8월 이 계약이 만료됩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유료화 전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지만, 각 카드사별로 삼성페이 개별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는 곧 유료화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입니다.

이번 수수료 유료화 사태는 간편결제서비스, 애플페이로부터 촉발됐습니다. 그간 국내에서 수수료 없이 운영됐던 간편결제사들과 달리 애플페이는 카드사에 건당 0.15%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카드사는 현대카드뿐인데,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해외에서 물건너온 애플페이가 '유료화'라는 새로운 틀을 제시하자, 그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삼성페이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겠죠. 아직 정확한 수수료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페이와 유사한 수준인 0.15%의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사실 삼성 입장에서는 그 동안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비용만 나갔던 삼성페이 사업이 이제서야 정상화 길을 되찾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카드업계 내부에서도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 단종카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일은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죠. 소비자들의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국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에 따라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소비가 늘수록 신용카드 승인액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산업은 간혹 사양산업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주 수익원인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이 수년에 걸쳐 인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드사는 신용판매, 즉 가맹점에서 카드결제에 대한 수수료를 거둬들인 돈을 주 수익원으로 삼는데, 현재 국내 전체 약 300만 가맹점 중 80%에 달하는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이 과거 2012년 1.5%에서 2023년 현재 0.5%까지 인하됐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선 신용판매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카드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카드사들은 카드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기 시작하죠. 이전에 비해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혜택, 할인 등이 줄어든 이유는 카드사들이 이런 비용을 줄여야 수익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혜택이 과도하게 담긴 카드의 경우엔 단종 수순을 밟게 됩니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 3월말까지 국내 카드사들의 단종카드는 총 210종에 달합니다. 신용카드 169종과 체크카드 41종이 각각 사라졌습니다. 여러 혜택을 담을 수록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페이 유료화 등 간편결제서비스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추가적으로 늘어난다면, 혜택 축소 그리고 단종카드 확대는 정해진 수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빅테크가 지배한 결제시장…'한 방'이 필요하다 꼭 소비자가 피해를 봐야 하는 구조일까요? 카드사 자체적으로 타개책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요? 신용판매 외에 카드사들의 대표적인 수익 사업으론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상품도 있습니다. 다만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시점에선 무리하게 대출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등 추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플랫폼들과 계약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용이 더 드는 일은 없겠죠. 하지만 이미 국내 소비자들의 결제수단에는 '지갑과 카드' 대신 '스마트폰과 간편결제'가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떨어뜨려 점유율을 빼앗기는 것보단 울며 겨자먹기로 대세에 따르는 게 카드사 입장에선 어쩔 수없는 선택일 겁니다.

대안책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카드사들의 자체 플랫폼화입니다. 국내 일부 카드사들은 힘을 합쳐 각자의 카드앱에서 다른 카드 결제가 가능한 '오픈페이'를 출시해 운영 중입니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의 앱인 '신한플레이'에서 KB국민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도 'KB페이'에서 롯데카드, 하나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이미 이 시장은 빅테크가 지배한 분위기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꼭 오픈페이를 써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카드사들의 몫입니다. 생존을 위한 '한 방'이 필요해 보입니다.

★ 슬기로운 TIP 재테크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선 입소문이 난 몇몇 알짜카드들이 있죠. 하지만 카드업계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느 순간 일부 혜택이 줄거나 단종 소식이 전해지곤 합니다. 카드사들은 경영상황에 따라 마음대로 혜택을 줄일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여신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는 신용카드 신상품을 출시한 뒤 부가서비스를 변경하지 않고 3년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상품의 수익성이 낮더라도 최소 3년간은 의무적으로 혜택을 유지해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선 독소조항으로 꼽히지만 소비자들은 꼭 챙겨야 할 포인트이기도 하죠.

카드 단종 소식은 어디서 알 수 있을까요? 해당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문자메시지로 안내가 가기도 하고, 이와 별도로 카드사들은 홈페이지 또는 앱 공지사항 등을 통해 '상품·서비스변경'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신규 발급이 중단된 카드 중에는 재발급시 유효기간 연장이 가능하거나, 유효기간 연장이 불가능한 카드로 각각 구분되니 유효기간 연장 여부도 꼭 체크해야 합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