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곳 먹으면 폭망한다"…美 놀래킨 워게임 시뮬레이션[글로벌 리포트]
“중국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 ‘이곳’에 군사 기지를 세우면 우리는 폭삭 망한다(fXXd).”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정부가 최근 중국과의 전쟁을 전제로 극비 시뮬레이션한 인도·태평양 ‘워 게임’ 시나리오. 이 미공개 보고서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달 1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시뮬레이션의 결말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중국이 남태평양 제도인 솔로몬제도나 바누아투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면, 호주 본토에서 불과 2000㎞ 떨어진 곳에 중국군이 위치하게 돼 현재 지역의 세력 균형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가 나온다”면서다. 호주의 차기 국방 전략을 집대성한 ‘국방 전략 검토’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호주·뉴질랜드 인근의 ‘깨알 섬’, 14개 태평양 도서 국가(이하 태도국)가 핵심 변수라는 얘기다.
파푸아뉴기니·솔로몬제도·피지·바누아투·팔라우·미크로네시아연방·나우루·마셜제도·키리바시·투발루·사모아·통가·니우에·쿡제도. 영토 면적이 21㎢(나우루)~46만㎢(파푸아뉴기니)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꼽히는 이들 태도국이 최근 미국·서방 진영과 중국 양쪽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오는 22일 파푸아뉴기니를 찾는다. 백악관은 “현직 미 대통령이 남태평양 제도를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일찌감치 2018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방문한 바 있다.
기후변화 호소하던 깨알섬
게임 체인저 된 중국 안보협정
솔로몬제도는 중국군의 상시 주둔에 대해선 부인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충격에 빠졌다. 솔로몬제도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과달카날 전투’(1942년 8월~1943년 2월)가 벌어진 남태평양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미 연합군은 이곳에서 승기를 잡으며 태평양 전쟁의 판세를 뒤집었던 터라 이런 곳이 중국 손아귀에 떨어지는 건 서방에 치명타다. “우리가 뒤처졌다”는 한탄이 미 정부 내에서 나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은 올해 2월 솔로몬제도의 미 대사관을 재개했다. 1993년 이후 30년 만이다. 탈냉전 이후 호주·뉴질랜드에 맡겨둔 태도국을 미국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에 앞서 작년 6월 미국은 태도국 협력체인 ‘파트너스 인더 블루퍼시픽(PBP)’을 출범시켰고, 석달 뒤 바이든 대통령이 태도국 정상들을 백악관에 초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솔직히 말하면 미국과 세계 안보가 여러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10년 간 8억 달러(약 1조 600억원)를 추가 지원하겠다는 선물 보따리도 내밀었다. 마셜제도·미크로네시아연방·팔라우 3개국엔 20년에 걸쳐 71억 달러(약 9조 4400억원)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불 붙은 미·중 '쩐의 전쟁'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태도국을 야금야금 장악해왔다.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앞세웠다. 중국은 앞서 투발루에 2019년 “4억 달러를 들여 인공섬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투발루는 최종적으로 거절했지만, 수몰 위기에 처한 입장에선 무시못할 유혹이었다. 솔로몬제도에는 ‘수교 선물’로 2020년부터 80억 달러(약 10조 6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5300만 달러(약 703억) 상당의 국립 주경기장을 비롯해 스포츠 시설 7개를 중국 기업이 짓고 있다. 중국은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팔라우에 2017년부터 자국 단체 관광객을 제한하는 것으로 압박하고 있다.
태도국도 제각각, 中도 안심 못해
단 일부 태도국이 친중 노선으로 기울었다고 해서 중국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나우루는 2002년 중국과 수교했다가 대만의 금전 공세로 중국을 끊어낸 전적이 있다. 작년 5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대만과 단교한 10개국과 집단 안보 협약을 추진하려 했지만 일부의 거부로 무산됐다. 중국과 수교 중인 미크로네시아에선 “중국이 태평양에서 정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도 대만에 5000만 달러(약 664억)를 요구하고 중국은 끊어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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