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은 합격, 학폭은 불합격?…대학들 '학폭 반영' 고민
202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교폭력 가해 이력을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학들이 고민에 빠졌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전형 시행 방안은 대학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전형 계획을 짜야하는 대학들이 수험생 간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소송전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학폭 의무 반영, 대학은 여전히 고민 중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오는 8월 현 고1이 치를 2026학년도 대입 전형 기본사항을 발표한다. 고등교육법 상 사전예고제에 따라 대교협은 매년 8월, 2년 6개월 뒤에 치러질 대입 전형의 공통 운영 원칙을 기본사항으로 제시해왔다.
정책 방향은 정해졌지만, 대학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소송 우려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를 보면 ‘학교생활기록부 상으론 가해자지만, 사실은 피해자에게 오랫동안 폭력을 당해왔다’는 류의 내용이 종종 보인다. 가해 이력으로 불이익을 당한 지원자가 억울하다며 소송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사립대의 기획처장은 “(학폭) 불합격자가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걸면 대학 차원에서 대응이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폭 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소년범의 범죄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는다. 그런데, 학폭 가해자에게만 불이익을 줄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소년법(32조)에 따르면 소년의 보호처분은 장래 신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게 돼있다.
감점 기준, 소송 결과 반영 여부 등도 논란…“사회적 합의 필요”
대입 기간과 맞물려 징계 불복 심판, 소송이 진행될 경우도 문제다. 합격 후 징계 결과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0일 발간한 ‘학교폭력 가해학생 분리조치 집행 지연의 쟁점과 과제’ 리포트에서 “지원자에게 동의를 받아 입학 이후라도 대학·고교가 소송 종결 결과를 반영해 입시 결과를 재산정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가 분분한만큼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5학년도 입시에 학폭 기록 반영을 유보한 연세대 관계자는 “아직 학교 폭력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보존하는 기간에 관한 찬반 의견도 정리가 안 되는데, 당장 내년부터 대학이 책임지고 입학 전형에 교육부 방침을 적용하는 건 너무 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서울 사립대 전 입학처장은 “학폭 가해자가 정시 지원하는 경우는 극소수다. 대학별로 10~20명에 불과한데 이 때문에 (대학이) 치르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의 고민 지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오는 8월 발표 시 구체적인 안내 사항들을 함께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지·이후연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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