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끝없는 기립박수…임윤찬, 성공적인 뉴욕필 데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 뉴욕에서 쏟아지는 기립 박수 속에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진제공=사진작가 크리스 리(Chris Lee), 뉴욕필하모닉]

임윤찬은 10~12일(현지시간)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홀에서 제임스 개피건이 지휘하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결선에서 연주했던 곡이다. 다만 이번 무대에서는 콩쿠르때와 다른 오시아 카덴차를 선보여 뉴욕 클래식팬들을 열광케 했다.

화려하면서도 섬세하고 폭발적인 임윤찬의 연주가 끝나자 2200석 규모의 게펜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첫 공연 당시 두 곡의 앙코르 연주 이후에도 대다수 관객이 공연장을 떠나지 않고 환호를 보내자, 결국 임윤찬이 콘서트마스터에게 다가가 도움을 청하듯 짧게 대화하고 콘서트마스터의 주도로 뉴욕필 단원들이 함께 퇴장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공연장을 떠나지 않을 것만 같던 관객들은 이후에야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이러한 장면은 다음 날에도, 앙코르 곡을 3곡까지 늘린 마지막 날까지도 계속됐다. 말 그대로 성공적인 뉴욕필하모닉 데뷔를 확인시키는 장면이다. 임윤찬은 3일간 앙코르 곡으로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소네트, 리야도프의 프렐류드, 안톤 루빈스타인의 멜로디 F장조, 쇼팽 녹턴 등을 선보였다.

11일 저녁공연을 마치고 기자와 만난 지휘자 개피건은 "임윤찬처럼 뛰어난 테크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음악성을 가진 이는 흔치 않다. 말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 평생 그와 같은 이를 본 적이 없다"며 "나는 그가 스스로를 잘 돌보기를 바란다. 왜냐면 그는 매우 매우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필하모닉 최고경영자(CEO)인 데보라 보르다 역시 "놀라운(amazing) 밤", 뛰어난(Remarkable) 공연"이라고 임윤찬의 뉴욕필하모닉 데뷔 무대를 축하했다.

이번 무대는 한국인 연주자들의 뉴욕필 데뷔를 후원해온 미숙 두리틀 뉴욕필 이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뤄졌다고 뉴욕필은 확인했다. 향후 5년간 한국인 아티스트의 뉴욕필 데뷔를 위해 조성된 ‘미숙 두리틀 한국인 아티스트 펀드’의 첫 대상이 바로 임윤찬이다.

미국 내 한인 음악인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 한국음악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한 미숙 두리틀 이사는 “뉴욕필 관객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면서 “그런 관객들에게 그런 환호와 박수를 받은 아티스트는 흔치 않다. 첫날 공연이 끝난 이후 많은 관객들이 집에 돌아갈 생각 없이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의 뉴욕필하모닉 데뷔를 앞두고 2200석 규모의 게펜홀 좌석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그의 공연이 진행되는 3일 내내 오전에는 스탠딩 티켓이라도 구하고자 하는 긴 줄이 박스오피스 앞에 늘어서기도 했다. 뉴욕필은 3일 간 공연에서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 외에도 개피건의 지휘로 발렌틴 실베스르토브의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3번도 선보였다.

[사진제공=사진작가 크리스 리(Chris Lee), 뉴욕필하모닉]

뉴욕 클래식팬들을 열광케 한 임윤찬은 내년 2월에는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데뷔한다. 카네기홀은 해당 소식을 전하며 당시 콩쿠르 심사위원장이었던 지휘자 마린 앨솝이 임윤찬을 '깊은 음악성과 놀라운 테크닉을 결합한 연주자'라고 평가한 내용도 덧붙였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