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면죄부 우려…韓 후쿠시마 시찰단 쟁점들

구채은 2023. 5. 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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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장급 협의 12시간 마라톤 회의
나흘 방일 일정 합의…세부내용 추가조율
IAEA 중간보고서 통해 '문제없음' 결론
韓시찰단 별도의 결과 내기 어려워

한일 양국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현장을 살펴볼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방문을 4일 일정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2일 한국 외교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한일 국장급 회의는 심야까지 진행됐다.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였다. 하지만 세부 쟁점은 후속 협의를 통해 결정키로해 현장 시찰단의 활동 범위를 놓고 양측이 팽챙한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찰단의 성격을 놓고 양국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었다. 지난 9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 안전성을 평가,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성도 살피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현장시찰단의 활동 범위가 제한되면, 이번 현장 방문이 요식 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실효성 없이 일본 정부에 면죄부만 주는 ‘관찰’에 국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① IAEA 넘어서는 검증 나오긴 어려워..'요식 행위' 우려 높아

문제는 한일 국장급 협의해서 안전성 검토까자 합의해도, 우리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을 넘어서는 결과를 내놓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문단의 명칭은 ‘현장 시찰단’이다. IAEA가 주도한 검증 작업은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이번 현장시찰은 ‘관찰’과 ‘확인’, ‘검토’ 차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이유다.

정부도 이를 시사했다. 박구연 국무총리실 국무1차장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우리가 파악한 것, 또 IAEA가 하는 것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이나 문제점은 바로바로 조치를 할 것이기 때문에 (결과가) 완전히 독립해서 따로 따로 나오진 않을 걸로 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IAEA가 발표한 검증보고서에는 일본의 관리·감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IAEA는 이달 초 중간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검증 결과 ‘문제없음’이라고 밝혔다. 일본 규제당국의 방사성 핵종 점검 대상 가운데 주요 핵종이 배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음달 쯤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일본은 여름 중 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② 대만, PIF 시찰은 '관찰단' 수준...한일 후속 협의에서 우리 측 입장 관철해야

후쿠시마 원전 시찰은 앞서 두차례 있었다. 대만과 태평양 섬나라 18개국 모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먼저 방문단을 보냈다. 대만과 PIF의 경우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오염수 탱크, 다핵종제거설비, 해저터널을 살펴보는 일정이 전부였다.

현장시찰단이 국내 여론의 불안감을 달래기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은 지속되고 있다. 한·일 관계 해빙 분위기에서 시찰단이 정부측 인사들로만 구성된다면 이들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그것이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외교부의 한일 국장급 후속 협의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야당은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일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이 아니라 일본을 위해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를 묵인해 주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도 현장 시찰단의 활동이 소극적이라며 '국민안전을 위협하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매국적인 행위'라고 저격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③ IAEA 최종보고서 곧 나와..별도 확인트랙 만든 점은 의미

한편 한국은 IAEA가 주도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작업에 회원국으로서 참여하고 있다. 현재 IAEA의 검증은 크게 11개국 검증과 4개국 검증 등 두 가지 갈래로 진행 중이다. IAEA는 2021년 7월 일본 오염수 처분 계획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11개국 11명의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현재 후쿠시마 현장 실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김홍석 박사가 참여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찰단 파견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합의사항이다. 한국 정부가 오염수 문제에 있어서 IAEA와 별도의 확인트랙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IAEA 회원국 중에 일본 현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한국 사례가 최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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