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그림의 떡”…‘업무 과중’ 시달리는 미술·CG팀 [K-스태프 역할과 한계②]
지난 2019년 영화 ‘기생충’이 ‘밥때’를 제대로 지켜 화제를 모았었다. 밤낮없이 바쁘게 촬영하며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던 영화 스태프들도 이제는 밥때와 적정한 근로 시간을 지키며 촬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반가운 반응들이 이어진 것이다.
‘기생충’은 물론, 다수의 한국영화 스태프들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주 52시간 상한제를 준수하고, 상식적인 임금을 받으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이미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74.8%였다.
여기에 최근 영화 스태프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근로환경 또한 긍정적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개선되고 있다. 한 영화 촬영 스태프는 “임금 상승도 있지만, 작품을 쉬는 텀이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것이 촬영, 조명 또는 동시녹음 등 주로 현장의 기술 파트 스태프들에게 한정된 면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각광받고, 작은 디테일까지도 평가의 대상이 되면서 미술부터 CG까지. 모든 파트들의 전문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자연스럽게 업무 강도는 높아졌지만, 아직 현장의 기술 파트 스태프들에 비해 노동 시간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세트, 소품 등을 준비하는 미술팀은 긴 노동 시간에 대한 어려움을 밝혔다. 특히 현장에서의 유연한 대처가 힘든 미술팀의 특성상 ‘준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데, 인원까지 적어 업무가 과중될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 중인 한 미술 스태프는 “하루 12시간을 찍고도 다음 촬영을 위해 준비를 하다 보면, 15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 휴차날 역시도 쉬지 못할 때가 많다. 미리 준비를 해둬도 생기는 현장에서의 변동 사항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52시간은 기본으로 지키고 그 이상의 일을 하는 것이니 해당 제도는 내겐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장의 기술 스태프들 역시 상황에 따라 초과 근무를 하기도 한다. 다만 이들은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위해 휴차 등을 통해 전체 노동 시간의 균형을 맞추곤 하지만, 이 시간에도 원활한 촬영을 위해 준비에 임하는 미술 스태프들의 노동 시간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미술팀 스태프는 그 이유에 대해 “물론 사람이 많은 미술팀이라면 어느 정도 돌아가면서 쉬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미술팀은 적은 인원으로 최대효과를 내야 하기에 촬영 도중 쉬는 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촬영이 끝난 후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는 CG 분야 역시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또한 마감 시간에 맞춰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다 보면 노동 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편집 스태프는 후반 작업에 할애되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이것이 노동 환경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거에는 방송 시간 등에 맞춰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바빴다면, 지금은 촬영 기간과 후반 기간이 늘어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는 했다”면서도 “다만 오히려 하는 일은 좀 더 많아진 느낌도 든다. 고 퀄리티의 작업을 필요로 하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들 역시도 밤샘 작업을 수시로 이어가던 이전보다는 근로 시간이 단축되기도 했지만, 업체 소속으로 작업에 참여하는 미술팀 또는 편집, CG 팀의 경우 아직 ‘결과물이 우선’이라는 인식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7년 차 드라마 편집 스태프는 “아무래도 마감일까지 반드시 만들어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근로 시간을 철저히 지키기도, 그리고 초과된 근로 시간에 대해 보상받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것을 해낼 수 있냐, 아니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부분이 있어 우선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 CG 관련 스태프는 “후반이 시작되면 감독이 한 곳에만 집중하는 스케줄은 아니라서 짧은 미팅을 통해 작품을 재해석하며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VFX의 경우, 최종 편집본을 기준으로 작업이 필요한데, 감독님도 여러 투자사와 블라인드 시사 등을 통해 내용을 다듬다 보니 실제 논의됐던 기간보다 훨씬 더 짧은 기간 내에 완성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러겠지만, 저희 또한 밤샘 업무가 대다수다. 촬영 시간이 정해진 현장보다 덥거나 춥지는 않더라도 피로감과 의무감으로 작업을 마무리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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