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국토횡단...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성낙선의 자전거여행]
[성낙선 기자]
▲ 목포 갓바위, 그 너머로 멀리 영산강 하구언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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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자전거여행에는 날씨가 가장 큰 변수다. 날씨에 따라서 운명이 결정된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먼저 날씨를 살핀다. 여행 중에 비나 눈이 올 조짐이 보이면, 날짜부터 조정한다. 장거리여행에는 자동차들이 다니는 일반도로를 달려야 할 경우가 많아 날씨가 특히 더 신경 쓰인다. 비나 눈이 오는 시기는 무조건 피하고 본다.
비나 눈뿐만이 아니다. 날씨를 살필 때는 풍향과 풍속, 미세먼지 등도 함께 살핀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엔 여행을 떠나더라도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자전거를 탄 상태에서 맞바람이라도 맞게 되면,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런 날은 페달을 밟는 일이 고역이 될 수도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몇 날 며칠을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하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 목포에서 포항까지, 애초 계획했던 국토횡단 전체 이동 경로. (카카오맵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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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국토를 횡단하겠다는 생각은 오래 됐다. 하지만 섣불리 길을 나설 수가 없었다. 우선 서해에서 동해까지, 혹은 동해에서 서해까지, 국토를 횡단해서 자전거여행을 한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가려고 하는 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보니, 국토횡단 구간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횡단 구간은 '목포'에서 '포항'까지로 정했다.
이 구간을 지나가는 길에는 '광주', '대구' 등의 큰 도시들이 걸쳐 있다. 그 구간에 딱히 무슨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니다. 그냥 자전거를 타고 어딘들 못 가겠나 하는 생각이 앞섰을 뿐이다. '군산'에서 '영덕'이나 '울진'까지 달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그곳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중부 지방 어딘가를 가로지르는 횡단 여행을 한 번 더 시도할 생각이다.
▲ 목포 평화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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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아침, 목포 하늘이 쾌청하다. 공기도 맑고 깨끗하다. 춤추는바다분수가 있는 평화광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비가 올 조짐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늘 갈 길이 멀다. 시간을 지체하는 일 없이 평화광장을 떠나 영산강 하구언을 찾아간다. 영산강 하구언에서 시작되는 자전거도로가 강줄기를 굽이굽이 거슬러 올라가 광주를 거쳐 담양까지 이어진다.
목포에서 광주까지의 거리는 자전거도로로 100km 가량 된다. 그 길이가 결코 짧지 않다. 일반도로를 이용하면 거리와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영산강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이 길을 다시 달릴 일이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 굳이 이 길을 이용하기로 한다. 영산강 자전거도로는 전체 길이가 약 130km다.
▲ 영산강 자전거터미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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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자전거도로. 영산 제1경, 영산석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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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자전거도로변, 어선 선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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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자전거도로, 길가에 핀 꽃. 도표 표면에 자갈이 드러나 있는 게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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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넘어가는 느러지고개
그나마 길이 대체로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위안을 준다. 강변 자전거도로가 대체로 그렇듯이 영산강 자전거도로도 굴곡이 심한 데 반해, 경사 길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어딜 가든 복병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나주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계속 평지나 다름이 없는 길을 달린다.
▲ 느러지고개 오르는 산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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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러지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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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위에 올라서서 멀찍이 강을 내려다볼 때가 돼서야 겨우 가슴이 진정된다. 눈앞에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는 물동이동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느러지고개는 영산강 8경중에 하나에 속한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답다는 얘기다. 느러지고개에서 그야말로 늘어지게 쉬어간다. 그러다 문득 지금이 점심을 먹을 때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도 '주유' 없이는 주행이 불가능하다. 장거리를 가야 할 때는 특히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지금은 마냥 늘어질 때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근처에서 식당을 찾을 수가 없다. 주변엔 온통 산과 들, 아니면 강물뿐이다.
나주 시내까지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한다. 한강도 아니고, 영산강에서 자전거도로를 타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충분히 예상을 하고 대비를 했어야 했다. 이곳이 인간의 일상과 이렇게까지 동떨어진 곳인 줄은 미처 몰랐다. 더군다나 산길에서 점심시간을 맞을 줄 누가 알았겠나?
▲ 목포 평화광장에서 나주 느러지전망대까지. 거리는 36.3km. (카카오맵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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