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국토횡단...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성낙선의 자전거여행]

성낙선 2023. 5. 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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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국토횡단, 전남 목포시에서 경북 포항시까지 1

[성낙선 기자]

 목포 갓바위, 그 너머로 멀리 영산강 하구언이 보인다.
ⓒ 성낙선
  
장거리 자전거여행에는 날씨가 가장 큰 변수다. 날씨에 따라서 운명이 결정된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먼저 날씨를 살핀다. 여행 중에 비나 눈이 올 조짐이 보이면, 날짜부터 조정한다. 장거리여행에는 자동차들이 다니는 일반도로를 달려야 할 경우가 많아 날씨가 특히 더 신경 쓰인다. 비나 눈이 오는 시기는 무조건 피하고 본다.

비나 눈뿐만이 아니다. 날씨를 살필 때는 풍향과 풍속, 미세먼지 등도 함께 살핀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엔 여행을 떠나더라도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자전거를 탄 상태에서 맞바람이라도 맞게 되면,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런 날은 페달을 밟는 일이 고역이 될 수도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몇 날 며칠을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하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이번 국토횡단 여행도 어렵게 날을 정했다. 다행히 여행을 시작하는 날인 3일, 날씨가 문제가 될 일은 없어 보였다. 비구름이 서해에서 동쪽으로 서서히 이동한다는 일기예보를 확인했지만, 여행 시작점인 목포에 비가 내릴 무렵 자전거는 이미 그곳을 떠난 뒤가 될 터였다. 하지만 요즘 일기예보는 하루 사이로 급변하는 경우가 많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목포에서 포항까지, 애초 계획했던 국토횡단 전체 이동 경로. (카카오맵 캡처)
ⓒ 성낙선
 
자전거를 타고 국토를 횡단하겠다는 생각은 오래 됐다. 하지만 섣불리 길을 나설 수가 없었다. 우선 서해에서 동해까지, 혹은 동해에서 서해까지, 국토를 횡단해서 자전거여행을 한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가려고 하는 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보니, 국토횡단 구간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횡단 구간은 '목포'에서 '포항'까지로 정했다.

이 구간을 지나가는 길에는 '광주', '대구' 등의 큰 도시들이 걸쳐 있다. 그 구간에 딱히 무슨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니다. 그냥 자전거를 타고 어딘들 못 가겠나 하는 생각이 앞섰을 뿐이다. '군산'에서 '영덕'이나 '울진'까지 달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그곳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중부 지방 어딘가를 가로지르는 횡단 여행을 한 번 더 시도할 생각이다.

자전거 국토횡단 여행은 4일에서 5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어느 길을 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거리는 약 400km가 될 것 같다. 앞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종단을 하는 데 5일이 걸렸다. 자전거 좀 탄다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 보통 3일이 걸린다고 하는데, 나는 있는 힘을 다해 5일이나 달려야 했다. 국토횡단도 국토종단만큼이나 힘들 게 분명하다.
 
 목포 평화광장.
ⓒ 성낙선
첫째 날, 목포에서 광주까지

3일 아침, 목포 하늘이 쾌청하다. 공기도 맑고 깨끗하다. 춤추는바다분수가 있는 평화광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비가 올 조짐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늘 갈 길이 멀다. 시간을 지체하는 일 없이 평화광장을 떠나 영산강 하구언을 찾아간다. 영산강 하구언에서 시작되는 자전거도로가 강줄기를 굽이굽이 거슬러 올라가 광주를 거쳐 담양까지 이어진다.

목포에서 광주까지의 거리는 자전거도로로 100km 가량 된다. 그 길이가 결코 짧지 않다. 일반도로를 이용하면 거리와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영산강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이 길을 다시 달릴 일이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 굳이 이 길을 이용하기로 한다. 영산강 자전거도로는 전체 길이가 약 130km다.

그렇다고 시간을 마냥 늘려 잡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 자전거 여행을 한 경험으로 봐서, 아무리 짧은 여행이라고 해도 시간은 늘 부족하다. 해가 지기 전에 광주에 도달하려면 중간 중간 쉬어 가는 시간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하구언에서 영산강 자전거도로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돼 '자전거터미널'이라고 이름을 붙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영산강 자전거터미널.
ⓒ 성낙선
 영산강 자전거도로. 영산 제1경, 영산석조.
ⓒ 성낙선
이 건물은 자전거 여행자들이 쉬어가거나, 자전거 관련 정보와 교육을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자전거터미널은 지어진 지 얼마 안 돼, 외관이 꽤 깔끔해 보인다. 자전거여행자들에게는 꽤 유용한 시설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영산강 자전거도로는 도로 상태가 영 좋지 않다. 도로 표면 곳곳이 들뜨고 파여 있다. 평탄화 작업이 잘 안 돼, 턱이 진 곳도 있다.
자전거도로를 관리하는 데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런 도로를 달리는 게, 긴 시간 자전거를 타야 하는 자전거여행자에겐 꽤 피곤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장거리 여행에는 엉덩이 통증이 늘 골친데, 이런 길에서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충격 때문에 통증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영산강 자전거도로변, 어선 선착장.
ⓒ 성낙선
 
 영산강 자전거도로, 길가에 핀 꽃. 도표 표면에 자갈이 드러나 있는 게 보인다.
ⓒ 성낙선
 
숨 넘어가는 느러지고개

그나마 길이 대체로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위안을 준다. 강변 자전거도로가 대체로 그렇듯이 영산강 자전거도로도 굴곡이 심한 데 반해, 경사 길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어딜 가든 복병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나주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계속 평지나 다름이 없는 길을 달린다.

그러다 나주에서 드디어 경사길, 느러지고개를 넘는다. 한적한 강변길을 여유 있게 달리다가 갑자기 산길이 나타나는 바람에 나도 모르는 새 브레이크부터 잡는다. 길이 의외로 높고 가파르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건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고개 초입부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그런데도 심장이 방망이를 두드리는 것처럼 거칠게 뛴다.
 
 느러지고개 오르는 산길.
ⓒ 성낙선
 
 느러지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 성낙선
 
고개 위에 올라서서 멀찍이 강을 내려다볼 때가 돼서야 겨우 가슴이 진정된다. 눈앞에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는 물동이동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느러지고개는 영산강 8경중에 하나에 속한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답다는 얘기다. 느러지고개에서 그야말로 늘어지게 쉬어간다. 그러다 문득 지금이 점심을 먹을 때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도 '주유' 없이는 주행이 불가능하다. 장거리를 가야 할 때는 특히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지금은 마냥 늘어질 때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근처에서 식당을 찾을 수가 없다. 주변엔 온통 산과 들, 아니면 강물뿐이다.

나주 시내까지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한다. 한강도 아니고, 영산강에서 자전거도로를 타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충분히 예상을 하고 대비를 했어야 했다. 이곳이 인간의 일상과 이렇게까지 동떨어진 곳인 줄은 미처 몰랐다. 더군다나 산길에서 점심시간을 맞을 줄 누가 알았겠나?

느러지고개를 내려가기 전에, 간식 몇 개를 입안에 털어 넣는다. 하지만 이 간식으로는 단지 허기를 면할 뿐이다. 어이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 길 어딘가에 있을 밥집을 찾아 페달을 밟아야 한다. 날씨에 신경을 쓰다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걸 잊었다. 사실 내게는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벌써부터 고난이 시작된다.
 
 목포 평화광장에서 나주 느러지전망대까지. 거리는 36.3km. (카카오맵 캡처)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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