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닝 8K' 백정현, 화려하게 부활한 '백쇼'

양형석 2023. 5. 13. 1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O리그] 12일 LG전 7이닝 3피안타 8K 무실점 역투, 삼성 4-0 승리

[양형석 기자]

▲ 투구하는 백정현 4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이 1회에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이 LG를 상대로 주말 3연전의 첫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12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4-0으로 승리했다. 대전에서 열린 주중 3연전에서 한화 이글스에게 1승 뒤 연패를 당했던 삼성은 안방으로 돌아와 상위권의 LG를 꺾으면서 이날 KIA 타이거즈를 6-1로 제압한 두산 베어스와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15승 16패).

삼성은 5월 들어 타격감을 회복한 호세 피렐라가 3회 LG선발 이지강으로부터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린 것을 포함해 2안타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2번 3루수로 출전한 강한울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삼성은 이날 4명의 투수를 투입해 LG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는데 역시 7이닝을 책임졌던 선발투수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 지난해의 부진을 씻고 '백쇼'로 불리던 2021년의 구위를 되찾고 있는 베테랑 좌완 백정현이 그 주인공이다.

대투수들에게도 한 번씩 찾아오는 슬럼프

가장 부진했던 시즌의 평균자책점이 2.73(1994년)이었던 '국보투수' 선동열 같은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건강 또는 다른 문제 때문에 부진한 시즌을 보내는 슬럼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결국 이를 빨리 극복하는지 아니면 슬럼프가 고착화돼 '실력'이 될지는 전적으로 선수들의 노력에 달린 문제로 야구팬들이 흔히 '레전드'로 부르는 선수들은 이 슬럼프를 빨리 극복해냈다.

삼성 시절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리며 2004년 정규리그 MVP와 두 번의 다승왕을 차지했던 배영수(롯데 자이언츠 투수코치)에게 2009년은 떠올리기 싫은 시즌이다. 2006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배영수는 2008년 마운드에 복귀해 9승을 따내며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하지만 배영수는 2009년 23경기에 등판해 1승 12패7.26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끔찍한 시즌을 보내고 말았다.

배영수는 2009년 정도의 부진은 아니었지만 2010년과 2011년에도 나란히 6승에 머물며 수술 전의 성적을 회복하기는 힘들 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2년 12승 8패 3.21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한 배영수는 2013년 27경기에서 14승을 따내며 MVP에 선정됐던 2004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다승왕에 등극했다. 모두가 재기는 힘들다고 했던 배영수가 다시 '푸른 피의 에이스'로 날개를 활짝 펴는 순간이었다.

통산 161승에 빛나는 '대투수' 양현종(KIA)에게도 감추고 싶을 만큼 부진했던 시즌이 있었다. 2007년 KIA에 입단했을 때부터 윤석민과 함께 KIA 마운드를 이끌 좌완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양현종은 2009년 12승에 이어 2010년에는 16승을 따내며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KIA의 좌완에이스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던 양현종은 슬럼프도 빠르게 찾아오고 말았다.

양현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문제까지 해결했던 2011년 28경기에 등판해 7승 9패 6.18에 머물며 선발투수로 자리 잡은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양현종은 2012년에도 28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치며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는 듯했지만 2013년 9승으로 구위를 회복한 후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만약 2011~2012년의 슬럼프를 빠르게 극복하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대투수' 양현종은 없었을지 모른다.

지난해의 부진 씻고 화려하게 부활한 '백쇼'

2007년 대구 상원고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연고팀 삼성에 입단한 백정현은 2020년까지 프로 14년 동안 통산 36승, 한 시즌 최다승수가 8승에 머물렀던 평범한 투수였다. 좌완 투수라는 이점과 준수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얻었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시즌은 없었다. 그렇게 평범한 투수로 30대 중반을 향해가던 백정현은 FA를 앞둔 2021년 14승 5패 2.63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FA로이드 효과'를 누린 백정현은 2021년 12월 삼성과 4년 총액 38억 원의 좋은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 1987년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었지만 애초에 구위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닌 만큼 앞으로 3~4년 정도는 충분히 선발투수로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모범FA'를 기대했던 백정현은 1년 만에 삼성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지난해 24경기에서 124.2이닝을 소화한 백정현은 8월까지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12패 6.00이라는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했다. 백정현은 시즌 후반 뒤늦게 4승을 챙기며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고액연봉을 받는 FA선수의 성적으로는 한참 부족했다. 삼성 입장에서 더욱 큰 고민은 한계가 명확하게 보인 30대 중반의 좌완 투수를 최소 2025년까지 많은 연봉을 주고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백정현은 올해 지난해의 부진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다시 2021년의 위용을 되찾고 있다. 지난 4월 1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1이닝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던 백정현은 4월 한 달 동안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1승 3패 4.13을 기록했다. 하지만 백정현은 5월의 첫 등판이었던 12일 LG전에서 7회까지 100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LG타선을 잠재우면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올해 KBO리그는 한화의 문동주와 김서현, 키움의 안우진 등 젊은 투수들의 스피드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며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는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빠른 공의 평균구속이 시속 135km에 불과한 백정현은 올 시즌 부활투를 통해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은 스피드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