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트레이드' 고민지, 현대건설에 새 둥지
[양형석 기자]
현대건설이 백업 리베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젊은 선수를 보강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구단은 12일 공식 SNS를 통해 2022-2023 시즌까지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했던 아웃사이드히터 겸 리베로 고민지를 조건 없는 트레이드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공식발표는 12일에 했지만 고민지 트레이드는 이미 지난 8일에 양 구단이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구단은 새로 영입한 고민지가 서브 리시브와 수비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현대건설은 12일 인삼공사로부터 고민지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
아쉬움 가득했던 현대건설의 지난 두 시즌
현대건설은 2021-2022 시즌 정규리그 31경기에서 28승 3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시즌이 조기종료 되면서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하기 시작한 2019-2020 시즌에 이어 두 번이나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을 때 시즌이 조기 종료되는 불운을 경험했다. 시즌이 아쉽게 조기 종료될수록 우승에 대한 현대건설의 열망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현대건설은 2022-2023 시즌에도 개막 15연승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시즌 초반을 보냈다. 풀타임 주전 세 시즌 째를 맞는 김다인 세터의 안정된 경기운영 속에 한국에서 2년 차 시즌을 맞는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의 공격은 여전히 위력적이었고 '최강 미들블로커 듀오' 양효진과 이다현도 변함 없이 견고했다. 여기에 세 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아웃사이드히터 포지션도 물 샐 틈이 없었다.
현대건설은 6시즌째 현대건설에서 활약하고 있는 주장 황민경(기업은행)을 중심으로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게 인정 받은 신예 공격수 정지윤, 공수 밸런스가 뛰어난 고예림이 번갈아 가면서 왼쪽을 지켰다. 안정적인 수비와 서브리시브가 필요할 때는 황민경과 고예림이 코트에 투입되고 공격에서 활로를 풀어줘야 할 때는 정지윤이 코트에 등장해 강한 공격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꾸곤 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일찌감치 예약한 듯했던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의 부상 이후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시즌 후반에는 수비의 핵 김연견 리베로마저 부상을 당하면서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상승 흐름이 꺾인 현대건설은 시즌 막판 흥국생명에게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줬고 플레이오프에서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연패를 당하면서 단 2경기 만에 봄 배구 일정을 마쳤다.
현대건설은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김연경 영입전에 뛰어 들었지만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잔류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주장 황민경이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여기에 백업 리베로 김주하의 선수생활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진 현대건설은 백업 리베로와 수비가 좋은 아웃사이드히터가 부족해졌고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인삼공사와 조건 없는 트레이드를 통해 프로에서 7시즌을 보낸 고민지를 영입했다.
▲ 인삼공사에서 노란 리베로의 백업으로 활약했던 고민지는 현대건설에서도 김연견 리베로의 백업으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
ⓒ 한국배구연맹 |
대구여고 출신의 고민지는 청소년 대표팀에서 리베로로 활약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수비에서 뛰어난 재능을 선보였다. 2016년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했지만 한 시즌 만에 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로 이적했고 대부분의 프로생활을 인삼공사에서 보냈다. 고민지는 2017-2018 시즌 15경기에서 96득점, 2019-2020 시즌에는 13경기에서 92득점을 올릴 정도로 공격에서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지민경(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과 나현수(현대건설), 고의정, 정호영, 이선우 같은 장신 공격수 유망주들을 차례로 지명했다. 여기에 2021년에는 FA로 이소영, 트레이드로 박혜민을 영입하면서 공격수로서 고민지의 입지는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고민지를 끊임없이 괴롭힌 고질적인 무릎부상 역시 아웃사이드히터로서 고민지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2021-2022 시즌까지 부상으로 결장하는 기간이 더 많았던 고민지는 주전 리베로 노란이 부상을 당하면서 2022-2023 시즌 리베로로 변신했고 노란 리베로가 돌아올 때까지 신인 최효서와 함께 인삼공사의 수비를 책임졌다. 고민지는 전문 리베로로 활약하던 선수가 아니라 경기마다 다소 기복을 보이기도 했지만 2022-2023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40.52%의 리시브 효율과 함께 세트당 3.09개의 디그를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다.
인삼공사에서 노란 리베로의 백업으로 활약했던 고민지는 현대건설에서도 지난 4월 현대건설과 3년 총액 10억 5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김연견 리베로의 백업으로 나설 확률이 높다. 다만 현대건설이 황민경의 이적과 고예림의 수술로 수비가 좋은 아웃사이드히터 자원이 크게 부족해진 만큼 아웃사이드히터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민지의 아웃사이드히터 출전여부는 무릎의 건강상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인삼공사는 주장 이소영이 어깨수술을 받아 다음 시즌 초반 결장이 확실시되고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와의 재계약이 무산된 데 이어 고민지마저 팀을 떠나면서 전력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리베로 포지션에서는 2022-2023 시즌 부상으로 고전했던 노란 리베로의 건강유지가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2022-2023 시즌 여자부 최초 리베로 신인왕에 선정됐던 최효서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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