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강조하며 이재명 힘싣기 나선 문재인…선제적 수사 대비?
돈 봉투 사건과 코인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에 ‘겹악재’가 드리운 가운데, 퇴임 1년이 지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주목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내부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거듭 당의 단합을 주문하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민주당 지도부가 문 전 대통령을 경남 양산 평산책방에서 만난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책방 입구에 나와 과거 비문재인계로 분류됐던 이재명 대표를 반갑게 끌어안았다. 그는 비공개 만남에서도 “민주당이 내부 차이를 최소화하고 단결해야 한다. 서로 같은 생각이 많은 사람이 아니냐”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표는 “힘을 합쳐 잘하고 있다”고 답하며 박광온 원내대표의 손을 잡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향해 “총선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시라”고도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1월 2일 새해 인사차 찾아온 이 대표를 만나서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민생 경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날은 민생 경제, 외교 안보 등과 관련해 1시간 40분간 환담을 했다.
이재명 체제 출범 이후 계파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이 대표에게 거듭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친문재인계(친문)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뚜렷한 물증이 나오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당이 깨질 명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변함없이 통합을 강조해왔다”고 했다. 친문 박 원내대표의 지도부 입성으로 현 체제를 옹호할 명분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의 당내 화합 강조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마음의 발로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0일 취임 1년을 맞은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를 탓하는 경우가 잦았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에서 “5년간 이룬 성취가 무너졌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허망하다”며 윤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친문 윤건영 의원은 지난 11일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1년 내내 ‘기승전 문재인’ 탓을 한다. 국민의힘은 너무 문 전 대통령을 소환한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강도는 최근 더 세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과거 정부에서는 국군 통수권자가 전 세계에 ‘북한이 비핵화할 거니 제재를 풀어달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에 골병이 들고 말았다”며 문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눴다.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엔 화합을 강조하고, 여권을 향해선 날을 세우는 이유를 검찰 수사와 연결짓는 해석도 있다. 야권을 향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 본인과 측근을 방어하기 위한 의도적 메시지 발산이란 것이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문 전 대통령도 정치를 떠난 사람 입장에서, 본인을 위해 싸워줄 사람은 현재 지도부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다음 총선에서 문재인과 이재명의 표가 분산되면 다 같이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17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을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첫 5·18 묘역 참배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정치 재개 신호탄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윤건영 의원은 “시골 마을에서 책을 파는데 무슨 정치 재개냐”고 선을 그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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