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있어" 한정판 LP로 돌아온 '듀스'
1993년 데뷔, '나를 돌아봐' '여름 안에서' 등 히트
트렌디한 음악·패션으로 새롭게 인기 끌어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있어 ~" "나를 돌아봐 그대 나를, 너의 맘속엔 내가 없지만~ " "난 누군가 ~ 또 여긴 어딘가"
1990년대 활동한 '듀스(DEUX)'의 곡 가사 중 일부다. 듀스는 최근 데뷔 30주년을 맞아 유통가와 활발하게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재조명받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출생)들에게는 추억 소환을, MZ세대(1990년대 출생)에게는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지만, 새롭다는 평이 많다. 이런 듀스에 대해 전문가는 일종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듀스는 고 김성재, 이현도로 구성된 힙합 듀오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던 그들은 1993년 데뷔해 1995년에 해체했다. 짧은 음반 활동에도 '나를 돌아봐', '여름 안에서', '우리는' 등 히트곡을 내며 수많은 팬을 이끌었고 국내 프로듀서와 힙합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이현도는 보컬과 랩을 맡았고 대부분의 노래를 작사·작곡·편곡했다. 흑인 음악 뉴잭스윙, 힙합, 재즈, 펑크(Funk), R&B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곡을 발표했다. 여기에 헐렁한 힙합 바지와 세련된 프린팅의 티셔츠를 직접 디자인하고 스타일링 하면서, 당시 '듀스 패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었다. 힙합 가수이면서 동시에 유행을 이끄는 일종의 패션 트렌드 세터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팀 해체 이후 이현도는 그룹 신화, 에픽하이, 비, 룰라, 김진표, 휘성 등 수많은 가수의 음반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또 엠넷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에 초기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래퍼를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길을 닦았다.
패션 등 유통업계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한, 데뷔 30주년을 맞은 듀스와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음반 업계에 따르면 음원 IP 전문 투자 및 매니지먼트 기업 비욘드뮤직은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함께 듀스의 30주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듀스의 1집 'Deux'와 2집 'Deuxism' 앨범을 LP로 제작해 5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지난 2일 '디스이즈네버댓 레코즈'와 '데이토나 레코즈'는 듀스의 디지털 싱글을 공개하기도 했다. 디지털 싱글의 타이틀은 'Hip-Hop정신(精神) 2023' 이며, 이현도를 필두로 'Jupiter, 365Lit, Toigo 및 Paloalto'가 리메이크했다.
앞서 3월에는 액션 스포츠·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반스(Vans)'가 듀스를 테마로 풋웨어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현도는 "반스는, 학창 시절 스케이트보드를 탔던 성재가 내게 처음 알려준 브랜드이기에, 이번 협업이 더욱 의미 있고 감회가 새롭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반스의 오리지널리티와 듀스의 아이덴티티를 균형 있게 담아낸 것 같아 매우 흡족하다. 분명, 성재도 흐뭇해할 것이다"라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또 디자인 전문 출판사 '안그라픽스'는 듀스 데뷔 30주년을 맞아 김성재 사진집을 지난 4월 18일 고 김성재 생일에 맞춰 출간했다. 사진작가 안성진이 참여해 완성한 이 책은 겨울 첫 솔로 무대를 선보인 다음 날 23세의 나이로 타계한 김성재를 촬영한 사진 6000장 가운데 138장을 선별해 담은 사진집이다. 김성재가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고 공연한 고별 콘서트 사진 등 김성재가 대중의 눈앞에 나타난 3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됐고,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일상의 모습도 함께 담겼다.
데뷔 30년이 지난 시간임에도 유통가에서 꾸준히 듀스를 찾는 배경에는 당시 듀스가 보여줬던 독특한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1990년대 듀스 음악을 즐겨 들었다고 밝힌 박형민(39) 씨는 "듀스는 음악도 좋았지만, 패션이 너무 좋았다"면서 "세련된 패션에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다가왔던 힙합 음악이 만나, 큰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MZ세대 사이에서는 듀스의 곡 '여름 안에서'가 언급된다. '여름 안에서'는 2020년 7월 MBC '놀면 뭐 하니'에서 유재석, 이효리, 비(정지훈)가 리메이크한 바 있다. 20대 중반 회사원 최모씨는 "('놀면 뭐 하니'에서)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곡을 들어봤는데 원곡도 좋다. (원곡 당시) 분위기도 좋은 것 같고, 여름이면 즐겨 듣는다"고 덧붙였다.
'여름 안에서'는 1994년 9월에 발표된 듀스의 2.5집 타이틀곡이다. 발매된 지 30년 가까이 지난 현재에도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 중 하나로, 걸그룹 소녀시대, 솔로 가수 서연, 오마이걸 효정, 폴킴, SES 바다 등 많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했다.
이 곡은 이현도가 10분 만에 작사·작곡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듀스는 지방을 오가며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경포대 행사를 앞두고 이동 중 잠들었다가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또 이 곡은 이현도가 가장 아끼는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듀스의 멤버이자 오랜 친구인 고 김성재와 추억이 담긴 뮤직비디오 때문이라도 한다. 김 씨는 듀스 해체 이후, 1995년 11월 19일 솔로 곡 '말하자면'으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가졌다. 하지만, 다음날인 20일 오늘 오전 7시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호텔 별관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듀스에 대해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라고 정의했다. 김 평론가는 "듀스는 최근 데뷔 30주년을 맞아 무신사, 반스 등 유통업계와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음악적으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소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듀스는 90년대 문화를 선도했던 그룹이다. 그들의 이미지가 지금까지도 혁신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한국 대중가요계에 끼쳤던 영향력과 위상이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MZ세대 사이에서도 듀스의 곡을 듣는 것에 대해서는 "레트로 열풍을 넘어서, 그 자체로 멋이 있는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