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씹기' 당뇨 잡고 맛도 잡는다…혈당관리식 5주차 '메뉴' [하루 한 끼, 혈당관리식]
[하루 한 끼, 혈당 관리식] 중앙일보 COOKING과 아주대병원 영양팀에서 8주 동안 매일매일, 쉽고 맛있는 혈당 관리식을 소개합니다. 하루 한 끼, 나를 위해 요리하며 당뇨병 전단계(이하 전당뇨)까지 잡아보세요. 매주 토요일에는 그 주의 식단과 식단에 쓰인 식재료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영양학적인 면에서 어떠한 효능을 가졌는지 알면, 8주간의 관리가 끝나더라도 일상에서 혈당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천천히 씹고, 적당량 먹는 습관을 들이자.
혈당 관리식 5주 차에서는 식단만큼이나 중요한 식사습관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 언급할 식습관은 ‘적당량을 먹는 것’입니다. 아주대병원 영양팀의 이연희 영양사는 “개인적으로 식단조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질 좋은 식품을 적당량 먹는 것. 과식을 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과식은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죠. 또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의 사람에 비해 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2.6배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번째 식습관은 ‘천천히 씹기’입니다. 천천히 씹는 행위는 의외로 중요합니다. 일단 음식이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변해 위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천천히 오래 씹으면서 구강과 위장관 내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죠. 혈당의 상승 속도 역시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식사 시간이 길어지며 자연스레 영양소의 흡수가 지연되죠. 물론 식품 고유의 혈당지수(Glycemic Index)는 변하지 않지만, 음식이 소화기관으로 소량씩 들어가며 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죠. 더불어 포만감도 길게 이어집니다. 먹는 속도와 비만 발생의 상관관계는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증명된 적 있죠. 실제로 천천히 먹는 사람이 빨리 먹는 사람에 비해 과체중이 될 확률이 두 배 이상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 30번을 씹어 넘기라고 조언합니다.
천천히 씹는 행위가 건강에만 좋은 건 아닙니다. ‘미식’에도 도움이 되죠. 인간의 미각은 미뢰의 감각과 후각에서 유래합니다. 음식이 입 안에 있을 때 이 음식의 맛과 향이 어떤지 더 잘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다 오랫동안, 더 섬세하게 맛을 느낄 수 있죠. 이번 5주 차에는 천천히 꼭꼭 씹어 건강도 챙기고 미식의 세계에도 입문해보세요.
[5주차 장보기] 닭고기・톳・우엉・흑임자
다섯째 주 식단과 메인이 되는 여섯 가지 재료에 대해 소개합니다. 고르는 법과 보관법도 함께 알아봤습니다.
① 소화 잘되고 기력 보강해주는 ‘닭고기’
체중 감량 중이거나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닭고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백질이 많으면서 지방과 콜레스테롤, 열량은 낮기 때문이죠. 김미향 영양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라 닭고기와 소고기 영양소 함량(100g 기준)을 비교해 보면, 닭고기의 단백질이 소고기보다 30~50% 많다. 반대로 지방은 1/20 정도로 낮다. 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소화 속도는 느리고, 섭취하는 열량은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닭고기는 가늘고 연한 근섬유로 구성돼 있어서 소화‧흡수가 잘되는 단백질원입니다.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해 기력을 보강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죠. 5주 차 식단에는 단백질이 풍부한 닭 안심을 사용했습니다. 안심은 가슴살 안쪽에 가늘고 길게 붙어 있는, 대나무 잎 모양을 한 부위입니다. 김 영양사는 “닭 한 마리에서 2조각의 안심이 나온다. 기름(지방, 콜레스테롤 등)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부위”라고 말합니다. 닭고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기가 없어지고 연해지니, 눌러서 단단한 느낌이 드는 걸 고르면 됩니다.
② 수용성 식이섬유 풍부한 바다의 채소 ‘톳’
톳은 바닷가의 바위에 붙어사는 해초입니다. 칼슘과 철분, 요오드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고 식이섬유도 많이 함유하고 있죠. 해조류의 식이섬유는 수용성 식이섬유입니다. 식이섬유는 물에 녹느냐 아니냐에 따라 수용성과 불용성으로 구분하죠. 수용성 식이섬유는 주로 과일과 해조류에 풍부합니다. 이연희 영양사는 “수용성 섬유소의 일부는 겔을 형성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혈당 반응 속도를 늦춰서 혈당을 천천히 상승하게 한다. 또 인슐린 분비를 감소하는 역할을 해 당뇨병 또는 전당뇨 단계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바다의 채소’라는 별명처럼, 톳은 채소 대용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양념장이나 고추장에 무쳐서 생채처럼 먹어도 맛있고, 두부를 으깨 톳과 섞어 먹어도 별미가 되죠. 쌀과 함께 섞어 밥을 지으면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감칠맛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톳은 광택이 나면서 탄력이 있고 굵기가 일정한 게 좋은 상품입니다. 손질할 때는 흐르는 물에 헹궈서 이물질을 제거한 후, 20~30분 정도 물에 담가 불리면서 소금기를 제거하는 게 좋습니다. 잘 손질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살짝 날 수도 있는데, 물에 불릴 때 식초를 조금 넣으면 비린 맛이 없어집니다.
③ 변비는 예방하고 혈당은 완만히 올려주는 뿌리채소 ‘우엉’
우엉은 전체 무게의 40% 정도가 식이섬유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섬유소가 장을 자극해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죠. 우엉이 변비를 예방하는 데 좋다고 알려진 이유입니다. 우엉에는 철분과 사포닌도 함유돼 있습니다. 철분은 빈혈을 예방하고, 사포닌은 면역기능을 강화해줍니다. 뿌리에 많은 이눌린도 주목해야 할 성분 중 하나입니다. 천연 다당류인 이눌린은 당분과 지질의 흡수를 늦춰 혈당이 완만하게 올라가도록 돕습니다. 이혜경 영양사는 “우엉을 볶아서 차를 끓여 마시면 무기질이 풍부해져 후식으로 좋다”면서 “이눌린은 가열해도 성분의 변화가 거의 없다. 하지만 소화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날로 먹는 것보다 가열해 먹는 게 위장 장애가 적다”고 덧붙입니다.
긴 막대기처럼 생긴 우엉은 가을과 겨울 사이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우엉을 고를 때는 껍질이 밝은 갈색이며 매끈하고 흠이 없는 것, 딱딱하지 않고 휘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또 잔뿌리나 혹이 많지 않은 것이 좋은 상품이죠. 그렇다고 잔뿌리나 흙이 너무 없으면 중국산일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우엉은 껍질째 사는 걸 추천합니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것이 신선하고 풍미도 있기 때문이죠. 바로 쓰지 않을 때는, 씻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해지지 않도록 신문지 등으로 싸서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됩니다.
④ 항산화 효과 강력한 안토시아닌 함유한 ‘흑임자’
참깨는 품종에 따라 씨앗 껍질의 색깔이 다릅니다. 백색‧흑색‧황색‧회색‧갈색 등이 있고 그중 색깔이 검은 것을 흑임자 또는 검은깨, 검정깨라고 부르죠. 참깨는 지방 52%, 단백질 20%, 탄수화물 20% 정도를 함유하고 있으며, 칼슘과 철분, 그리고 비타민 B1과 B2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지현 영양사는 “색깔만 다를 뿐, 흑임자와 참깨는 영양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흑임자에는 흰깨에 없는 항산화 성분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안토시아닌’이다”라고 말합니다. 안토시아닌은 검은색을 내는 색소 성분인 동시에 강한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시력 회복과 당뇨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죠.
흑임자는 낟알의 크기가 고르고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볶으면 옅은 검은색이 됩니다)인 걸 고르면 좋습니다. 국산은 낟알이 작고 둥글며 깨물었을 때 고소한 맛이 강한 편입니다. 껍질은 얇고 잘 벗겨지죠. 반면 수입은 낟알이 크고 길쭉하며 껍질이 두껍고 잘 벗겨지지 않는 편입니다. 또 고소한 맛이 약하다고 합니다. 오래 보관할 때는 냉동 보관(-20℃~0℃)을 권장하는데, 반드시 밀봉해서 보관하세요. 실온에서는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하면 됩니다. 손질할 때는 모래나 마른 풀들을 골라내고, 여러 번 잘 씻은 다음 볶아서 사용합니다.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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