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휴대전화 폐기 송영길, 강래구와 유사…구속사유" [법조계에 물어보니 146]

김남하 2023. 5. 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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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현지선 학교 제공 휴대폰 사용…귀국하며 반납 후 새로 개통해 제출" 주장
법조계 "본인 향한 의혹제기 사실이라는 의심 들게 하는 소행…프랑스 유학 시점도 의문스러워"
"지난해 이정근 금품수수 혐의 구속 당시 이미 인지했을 수도…검찰이 사실관계 파악 및 입증해야"
"스스로 檢 찾아가 도주우려 입증 어렵지만 보여주기일 뿐…돈봉투 의혹 요건에 개입 정도 소명해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 후 출입을 거부당하고 조사가 무산되자 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시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프랑스로 출국한 뒤 국내에서 사용했던 휴대폰을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초기화된 휴대폰을 검찰에 제출했다가 구속된 또 다른 핵심 피의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케이스와 유사하다"며 "휴대폰 폐기 행위는 명백한 증거인멸이며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거인멸 행위로 주장해 구속에 이르게 하려면 검찰의 사실관계 파악과 입증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최근 "수사를 앞두고 주요 증거물을 폐기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방어권 보장을 넘어서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의 캠프 관계자들이 민주당 현역 의원 등 40여명에게 현금 9400만원을 뿌리는 과정에 송 전 대표가 관여한 정황을 파악해 수사 중이다.


앞서 작년 12월 파리 그랑제콜(ESCP·파리경영대학원) 방문연구교수 활동을 위해 프랑스로 출국한 송 전 대표는 국내에서 사용하던 휴대폰을 현지에서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귀국하기 전 까지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휴대폰을 사용했다고 한다. 귀국하면서 송 전 대표는 학교가 제공한 휴대폰을 반납했고, 또 다른 휴대폰을 다시 개통해 지난달 검찰에 제출했다.


그런데 제출한 휴대폰은 연락처, 통화내역, SNS 등이 삭제된 소위 '깡통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프랑스에서 국내 회선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에 버렸다"며 "휴대폰을 폐기한 시점도 (송 전 대표가) 수사 대상에 오르기 전인 지난해 12월"이라며 '증거인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송 전 대표의 주장과 달리 휴대폰 폐기 행위 자체가 명백한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무법인 홍익 이헌 변호사는 "스스로 증거인멸을 한 것이나 다름 없고, 본인을 향한 의혹 제기가 사실이라는 의심을 들게 하는 소행이다. '1~2년에 한 번 휴대폰을 교체하지 않느냐'는 그의 주장도 이해되지 않는 말이다. 변호사 출신인데도 금방 정계로 들어와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또 (송 전 대표는) 수사 대상에 오르기 전인 12월에 이미 휴대폰을 폐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본인이 관련돼 있는 범죄에 해당하는 증거라고 사전에 생각했다면 수사 착수 여부나 시점을 떠나 언젠가 자신을 향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에 유학을 간 시점도 의문이 든다. 정권 교체 이후 민주당이 야당으로 바뀐 상황에서 얼핏 도피성 외유로 보여지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스스로 의심을 사고 오해 될 만한 일을 왜 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시작이 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앞서 10억원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이미 (송 전 대표가) 내부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휴대폰을 버린 것은 아니냐는 의심도 해볼 만하다"며 "다만, 이는 검찰이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밝혀나가야 할 부분이다. 증거인멸 행위로 주장하려면 내부적으로 사전에 인지 했는지 여부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진실 채희상 변호사 또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숨기고 싶기 마련이다. 휴대폰 폐기는 법적으로 구속 요건이나 위법성은 충족이 되기 때문에 명백한 증거인멸 염려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수사 개시 전 일반적 절차를 통해 폐기한 것이라면 증거인멸 목적이 없다고 볼 수도 있어 우선 사실관계 파악이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인 전직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강래구 씨가 8일 오후 두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송 전 대표의 케이스는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씨의 케이스와 매우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강씨가 휴대폰을 초기화해 제출하거나 공범들 간 말을 맞춰 증거인멸을 한 정황을 파악해 영장을 청구했고, 결국 지난 8일 강씨의 구속이 결정됐다. 이 같은 선례를 봤을 때 송 전 대표의 주장과 행위 역시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강씨와 마찬가지로 증거인멸을 했다고 볼 수 있고, 앞으로도 추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본인이 귀국하고 스스로 검찰을 찾아갔으니 구속 요건 중 하나인 도주 우려는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 부분도 '보여주기'일 뿐이라고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채 변호사는 "휴대폰 자료를 인멸하고 새로운 휴대폰을 제출한 시기와 아무 자료도 없는 휴대폰을 제출한 행위 등을 살펴보면 자료 인멸 목적으로 충분히 추론이 가능하고 강씨 사례와 유사하게 구속 사유로 충분하게 판단될 수 있다"며 "다만 구속까지 이뤄지려면 구속 요건 중 하나인 범죄소명 부분도 수사 단계에서 확실히 입증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깡통폰'을 제출했다는 행위 하나 만으로는 구속이 쉽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돈봉투 의혹 요건에 어느 정도 개입됐는지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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