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먹고 줄넘기 하면 키 커질까 [그랬구나] 

김은빈 2023. 5.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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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우유도 많이 먹고, 매일 줄넘기 운동을 하는데 왜 키가 안 클까, 고민하는 청소년과 부모가 많다. 유독 ‘키’에 관한 관심이 높다 보니, 관련 속설도 많은 편이다. 정말 키는 ‘유전’이 전부일까, 후천적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있는 걸까. 

‘키 성장’에 관한 진실이 무엇인지 △이예나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방미란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소아과 교수 △조현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3인에게 물어봤다. 

우유 먹으면 키 크는 데 효과가 있나요?

이예나 교수·조현 교수: 우유를 마시는 것과 키 성장은 사실 관련성이 크진 않습니다. 우유의 어떤 영양소가 키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우유는 칼슘,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으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섭취가 권장되는 식품입니다. 

방미란 교수: 좋은 영양소가 포함된 식품이 풍부한 시대이기 때문에 우유와 키 크는 것을 반드시 연관지어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키 성장엔 골고루 먹는 식습관이 중요합니다. 근육과 골격의 성장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하고 하루에 주먹 크기 이상의 고기나 계란, 생선을 먹거나 500mL 정도의 우유를 먹으면 충분합니다. 

줄넘기 등 운동을 하면 키 크는 데 도움이 될까요?

방미란 교수: 성장판은 뼈마디 양쪽 끝에 위치하며 수직 방향으로 성장하는데요. 줄넘기 같은 점프 운동은 뼈에 수직 방향으로 압력이 가해져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12주간 줄넘기를 실시한 실험군이 줄넘기를 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성장호르몬과 성장촉진인자(IGF-1)가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사실 줄넘기 같은 특정 운동뿐 아니라 모든 운동은 적당히 했을 때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식욕을 자극해서 다양한 영양소의 음식을 먹을 확률을 높이고 키 성장에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조 교수: 줄넘기 등의 운동을 통해 근육의 힘을 키울 수 있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서 성장판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키 크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무리한 운동은 성장판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온몸의 근육을 골고루 쓰는 운동을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예나 교수: 줄넘기가 성장판을 자극한다고 생각해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하라고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과학적으로 규명된 바는 없습니다. 아이가 줄넘기를 싫어한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게 더 좋습니다. 줄넘기가 다른 운동에 비해 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살은 키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이예나 교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2차 성징이 시작되며 급성장기가 오는데요. 여자는 초등학교 4~5학년, 남자는 5~6학년 즈음입니다. 이때는 말 그대로 먹은 만큼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다만 급성장기 전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생 때는 비만할 경우 오히려 성조숙증의 위험이 있고, 키 성장에 방해될 수 있습니다.

방미란 교수: 먹을 게 없던 시절의 옛말입니다. 요즘은 오히려 영양 과잉 시대라, 소아비만은 키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만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니, 삼시 세끼를 챙겨 먹고 현재 체중에서 더 늘어나지 않게 관리해야 합니다.

조현 교수: 소아비만은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가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체내 지방이 과도하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게 되고,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이라는 물질이 2차 성징을 앞당겨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성조숙증은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하고, 아이들의 성장이 빨리 종료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불 켜고 자면 키가 안 큰다는 말도 있는데요. 

조현·방미란 교수: 실제로 키 성장에 있어 충분한 수면은 중요한 요인입니다. 잠을 자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분비가 되기 때문인데요. 성장호르몬은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에 따른 영향을 받습니다. 불을 켜고 잘 경우 멜라토닌 생성이 억제돼 성장호르몬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잠들기 직전에는 스마트폰 같은 영상기기를 멀리해야 합니다. 또 잠들기 1~2시간 전에는 조도가 낮은 조명을 켜고 서서히 빛을 차단하며 수면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예나 교수: 수면의 질은 키 성장과 연관관계가 있습니다. 불을 켜고 잘 경우 수면의 질이 떨어져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될 수 있습니다. 수면시간도 중요한데요. 초등학교 저학년 전까지는 9~10시간, 사춘기 땐 8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키는 유전인가요?

이예나·조현·방미란 교수: 그렇습니다. 70~80%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후천적 노력으로 선천적으로 정해진 키를 바꿀 수 있을까요?

이예나 교수: 유전적 요인이 상당히 크지만, 후천적 노력에 의해서 달라지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 중 한 분은 키가 크고, 한 분은 키가 작다면 아이의 키가 큰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엄마와 아빠 키의 평균으로 아이의 최종 키 가능 범위를 가늠하는데요. 오차범위가 ±10㎝ 정도라서 20% 정도는 후천적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방미란 교수: 유전 요인이 80%가 넘는다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거의 부모보다 훨씬 큽니다. 유전자가 ‘최종 성인 키’를 80%가량 결정한다는 기존 통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평소 규칙적 생활 습관과 균형 잡힌 음식, 유산소 운동 등 후천적 노력을 기울인다면 선천적으로 정해진 키보다 더 클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현 교수: ‘숙면, 운동, 영양’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수면시간이 긴 것보다 숙면을 취할 때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고, 규칙적 운동은 성장판에 자극을 줘 키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영양소가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근육과 뼈의 성장을 돕고 성장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해야 합니다.

‘작은 키’에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 고민 그만

이예나 교수: 우리나라는 외모지상주의가 심해서 키가 크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키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80% 정도이기 때문에, 노력을 해도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부모님들과 아이들도 좌절하고, 위축되는 모습을 의료 현장에서 많이 보는데요. 키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이므로, 키 성장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구나. 어릴 때 찐 살은 키로 간다는 어른들의 말은 거짓이었다. 키는 유전적 요인이 크다. ‘키 커야 하니 우유 많이 먹고 줄넘기 하라’고 강제하기보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균형 잡힌 식단과 숙면을 취하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 키가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니 스트레스 받지 말자.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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