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 '테라·루나' 권도형과 측근 보석 신청 인용

각각 보석금 40만 유로…경찰 감독 아래 가택연금
현지 법원 "재산 상태 고려"…현지 검찰 반발
권씨와 측근, 공문서 위조 혐의 무죄 주장
석방 뒤 현지 재판 계속…국내 송환 불투명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비예스티/연합뉴스

전 세계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장본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에게 몬테네그로 법원이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12일(현지시간) 권 대표와 측근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의 보석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와 한씨는 보석금으로 각각 40만 유로(약 5억8000만원)를 내면 석방된다.

권 대표는 보석이 허가되면서 석방된 뒤 현지 경찰의 감독 하에 가택에 연금된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형사 절차가 끝날 때까지 도주하지 않고 정기적인 법원 소환에 응할 것을 약속했다"면서 "피고인들의 재산 상태를 고려했을 때 40만 유로의 보석금을 잃을 가능성이 도주 의욕을 꺾을 수 있는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도주하거나 감시조치를 위반할 경우 보석금은 파기되며 법정사무 특별예산에 편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권 대표와 한씨에 대한 1시간 30분 가량의 재판이 진행됐다. 이들은 해외 도피 당시 사용한 코스타리카 여권이 적법한 것이라며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무죄를 주장하고 보석을 청구했다. 권 대표는 여권 위조 여부를 코스타리카 당국에 공식 확인해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했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두 사람의 보석 요구에 반대했다. 특히 검찰은 피고인들의 재력에 비해 보석금이 매우 적은 점과 위조 여권과 관련 코스타리카 당국에 확인 절차를 거쳤다며 추가 확인은 필요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바나 베치치 판사는 공식 경로를 통해 코스타리카 당국에 재확인하라고 명령했다.

권 대표는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약 400억달러(약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후 한국과 미국의 수사망을 피해 해외도피 행각을 벌여왔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은 지난해 9월 권 대표에 대해 195개국에 '적색수배'를 내렸다. 이후 권 대표와 한씨는 지난달 24일 몬테네그로의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당시 이들의 수하물에서도 위조된 벨기에 신분증이 발견됨에 따라 공문서 위조 혐의를 받는다.

한국 검찰과 미국 검찰 양측은 각각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의 송환을 요청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3일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 사용으로 체포되자마자 증권 사기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우리 법무부도 현지 재판이 끝나는 대로 권 대표의 국내 송환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현지 재판이 진행 중임에 따라 권 대표의 국내송환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공문서 위조 혐의가 인정될 경우 몬테네그로 법률에 따라 최대 5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즉 두 사람이 몬테네그로 교도소에서 복역을 마친 뒤에야 다른 나라로 신병이 인도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권 대표와 측근이 미국으로 먼저 송환된다면 재판을 받고 형기를 마친 뒤 이후 한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는다.

한편 이들의 다음 재판 날짜는 다음달 16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