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별·은하 같다" 외국인 홀딱…함안 'K-불꽃놀이' 올해는 언제?
“떨어지는 불꽃이 마치 별과 은하를 연상케 한다”
“호수 위로 별이 빛나고 떨어지는 것 같아 바라보면 모든 소원이 이뤄질 것 같다”
“오래 전에 어떻게 이런 신비한 순간을 만들었을까 놀랍다”
지난해 5월 경남 함안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된 한 영상을 본 외국인들의 반응이다. 영상 속 연못 위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줄엔 하얗고 기다란 봉 수천개가 매달려 있었다. 봉에 불이 붙자 숯가루가 탄 불꽃이 마치 꽃가루처럼 물 위로 흩날리며 장관을 이뤘다. 경남 함안군 무진정(無盡亭)에서 매년 열리는 ‘함안 낙화(落火)놀이’다.
2시간 불타는 ‘조선판 불꽃놀이’
주 무대인 무진정 앞 연못인 이수정(二水亭)에 낙화봉을 설치할 땐, 보존회 회원들이 흰 저고리와 바지를 입고 나선다. 전통놀이 방식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직접 뗏목을 타고 연못 위에 설치된 줄에 손수 낙화봉을 매단다. 그 개수가 2000~3000개에 달해 낙화봉 설치에만 3시간은 족히 걸린다. 해가 지는 오후 7시쯤부터 낙화봉 하나하나에 불을 붙이면, 조선판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낙화봉은 한 번 불이 붙으면 2시간가량 쭉 탄다. 폭죽이 하늘로 수직 상승해 ‘펑’하고 터진 뒤 금세 사라지고 마는 서양식 불꽃놀이와 다르다. 바람과 만난 불꽃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게 흩뿌려진다.
올해는 27일에 볼 수 있다
낙화놀이는 매년 음력 4월 초파일(석가탄신일)에 열린다. 올해는 27일이다. ‘조선판 불꽃놀이’, ‘K-불꽃놀이’로도 불리는 함안 낙화놀이는 대중에겐 2년 전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행사 땐 1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였다. 현재 함안군 인구가 6만1011명인 점을 고려하면, 지역 대표 관광상품이다.
조선 고종(1863~1907년) 때인 1890년 오횡목 함안군수는 함안읍성 전체에서 열린 낙화놀이를 보고 감탄, 시조까지 남겼다. ‘붉은빛은 꽃이 피어 봄이 머무는 듯하고 밝음은 별 무더기 같아 밤은 돌아오지 않네’는 그가 지은 시조의 일부다. 이 내용은 일기 형식으로 쓴 그의 『함안총쇄록』에 담겨 있다.
일제 땐 명맥 끊길 뻔...2000년대 복원
이처럼 오랜 전통을 지닌 함안 낙화놀이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명맥이 끊길 뻔했다.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으로 중단되면서다. 1945년 해방됐지만 곧이어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해 다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던 차 1960년대 함안 괴항마을 농민들이 복원을 시도, 부활이 기대됐다. 하지만 1980년대에 마을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다시 전통이 끊겼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함안면과 마을주민들이 모여 ‘함안낙화놀이보존회’를 설립하면서 다시 명맥을 잇게 됐다. 보존회 노력으로 2008년 전국 불꽃놀이 중 최초로 무형문화재(경남도 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됐다.
함안군 관계자는 “무진정 정취와 어우러져 2시간 동안 흩날리는 ‘불꽃 송이’가 방문객에게 춘야(春夜)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안=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태영호의 퇴장…그 뒤엔 MZ 보좌진 뿔나게 한 '평양 스타일' | 중앙일보
- '성전환' 엘리엇 페이지…유방절제술 뒤 전한 근황 | 중앙일보
- 집안일 안 해도 이건 꼭 했다, 세 딸 하버드 보낸 '엄마의 비밀' | 중앙일보
- 오재원, 박찬호 저격…"'코리안특급' 너무 싫다, 감사한 줄 몰라" | 중앙일보
- 안 굶어도 살 빠진다…세계 최고 지중해 식단 '한국식' 먹는 법 | 중앙일보
- 본인 다큐 본 문재인에…정유라 "이게 바로 박근혜와 좌파의 차이" | 중앙일보
- 아파트 야시장 '미니바이킹'에 치인 4살…머리뼈 골절됐다 | 중앙일보
- 난교파티서 50만원 내고 여고생과 성관계…일본 고교 교사 였다 | 중앙일보
- 시신 밭에서 사색 된 채 X자 표시…우크라 드론에 빈 러 군 (영상) | 중앙일보
- 현금 300만원 지갑 고스란히 찾았다…K양심에 놀란 러시아 여행객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