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맹에 붕어빵 팔던 제가 스타트업을… 주님의 오묘한 계획이죠”

최기영 2023. 5. 1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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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쎄오 열전] <13> 디지털 트윈 기술 개발 업체 김지인 팀솔루션 대표
김지인 팀솔루션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과 크리스천 CEO로서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새로 건조(建造)한 10만t급 컨테이너선이 거친 파도를 넘어 항해하고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을까. 원전을 해체하기 위해 투입된 전문가가 고방사능 환경 접근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가정을 직접 검증하기 위해선 천문학적 비용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그 부담을 내려놓게 해준다. 컴퓨터 가상세계에 현실 속 사물과 구조의 쌍둥이를 만들어 현실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것. 바로 ‘디지털 트윈’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김지인(41) 팀솔루션 대표의 눈에선 빛이 났다. 두 팔로 제스처를 취하며 디지털 설계도를 설명할 땐 눈빛이 더 강렬해졌다. 그는 독보적인 디지털 트윈 기술로 창립 7년여 만에 유수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의 대표다.

팀솔루션은 세계적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차 SK텔레콤 미쓰비시 항공우주산업(KAI)과 파트너십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석유 화학 플랜트의 경우엔 건설 단계에서 어떤 중대 사고가 벌어질지 모르죠. 현장의 복잡도와 안전에 대한 필요가 굉장히 높은 분야입니다. 신도시를 건설할 때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미리 교통 혼잡도를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팀솔루션의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구현한 대형 선박의 구조 사용자 화면. 팀솔루션 제공


김 대표는 “인생 대부분을 컴맹으로 살아왔는데 컴퓨터 없이는 상상도 못 할 일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기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양한 데이터 값과 정보들을 조합해 가상 세계에 3D 모델링으로 공간을 구축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일은 그가 걸어온 삶의 역경, 자신만의 솔루션을 마련하는 과정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1992년, 그는 교회 부흥회를 다녀오던 어머니를 뺑소니 교통사고로 잃었다. 모태신앙으로 교회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늘 어머니의 찬양이 흐르던 집에서 살던 그에게 모친의 죽음은 청천벽력 그 자체였다.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고 아버지와 3남매는 나고 자랐던 울산을 떠나 전국으로 둥지를 옮겨 다녀야 했다.

3남매 중 장녀였던 김 대표의 타고난 책임감과 리더십은 그때부터 발휘됐다. 중고교 시절 6번의 전학을 다니면서도 학교에선 전교 회장을 맡았고 집에선 동생들의 엄마가 돼줬다. “아무리 생활이 힘들고 어려워도 3남매를 양육 시설에 보내지 않고 가족의 울타리에 머물게 해준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무한 긍정의 힘이 느껴졌다. 수능을 목전에 두고 생계를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한 김 대표는 붕어빵 장사를 하며 삶의 궤도를 수정했다.

“내가 사장이 되어 붕어빵을 팔면서 신문 배달, 빵집 알바를 할 땐 보이지 않던 수익 창출의 메커니즘이 보이더군요. 동대문에서 물건을 떼어 지방에서 판매하는 과정에서 유통에 대해서도 배우고 고향으로 돌아와 요식업을 하면서 큰 수익을 거둬 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빚도 갚고 살만해지기도 했는데 마음은 공허했어요.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오랜 시간 하나님을 떠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죠.”

울산 대영교회(조운 목사) 성도인 김 대표는 “인간적으론 이해되지 않았던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오묘한 계획이었음을 깨닫게 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고 회상했다. 울산의 한 에이전트 회사에서 해외 선주사의 외국인 담당자 관리 업무를 맡던 김 대표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당시 조선업 협력업체를 다니던 남편과 부부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인연은 팀솔루션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트윈’의 기반이 되어 공동대표로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창업하기까지 2년여를 기도하며 준비했는데 교회 성도들이 열과 성을 다해 함께 기도하고 응원해주셨어요. 팀솔루션 지분 절반은 성도들의 기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웃음)

울산의 팀솔루션 본사에서 제품 개발을 위해 논의 중인 개발자 모습. 팀솔루션 제공


팀솔루션에게는 디지털 트윈 기술 외에도 두 가지 중요한 동력이 있다. 김 대표는 이를 ‘내부 나눔과 외부 나눔’이라 했다. 매주 한 차례씩 산업 트렌드와 해외 보고서 등을 리서치하고 팀별로 공부한 내용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매달 한 번 내부 세미나를 열어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매주 한 번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 영감을 얻고 팀솔루션을 소개하는 교제 시간이 외부 나눔이다.

최근엔 보육원 퇴소를 앞둔 자립준비청년들을 지원하고 채용연계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족이 돼주는 활동에도 열심이다. 그는 ‘사람을 이롭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업’이 팀솔루션의 핵심 가치라며 이 시대의 영쎄오들에게 지향해야 할 비전을 전했다.

“하나의 기업이 세상에 세워졌다는 건 하나님께서 반드시 그 기업을 통해 세상에 구현해 내고 싶은 모습이 있다는 겁니다. 한 기업의 대표로서 하나님께로부터 특별한 사명을 받은 사람이라는 걸 새기고 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예민한 귀를 준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귀이자 동시에 함께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요.”(웃음)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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