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야생화 향 그윽한 성도들의 쉼터 [우성규 기자의 걷기 묵상]

우성규 2023. 5. 1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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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가평 그린캠프유스호스텔
경기도 가평 화악산 자락의 그린캠프유스호스텔 전경. 서울 광장교회 수양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린캠프유스호스텔 제공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화악산(1468m) 동남쪽 자락에 가평 그린캠프유스호스텔이 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소속 서울 광장교회(양재철 목사)가 수양관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33만㎡의 드넓은 부지에 산과 계곡, 하중도(河中島)인 플라워아일랜드와 그림 및 수석 전시관이 있다.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가평역에서 내린 후 목동터미널까지 버스를 이용한 뒤 성산기도원 방향으로 환승하면 좋으나 차편이 많지는 않다.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인들과 함께 자동차로 간다면 조금이라도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여럿이 함께 타길 권한다.

지난달 그린캠프유스호스텔 앞에서 양민정(71) 순천복음교회 원로목사를 만났다. 양 목사는 2019년 은퇴 전까지 성도들과 함께 전국적으로 이름난 순천복음교회 매화정원을 가꾼 주인공이다. 지금은 순천보다 훨씬 추운 경기도 가평 이곳에 4년째 머물며 광장교회 수양관 부지 전체를 정원으로 가꾸고 있다. 양 목사는 “나무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예뻐지고 좋아지는 보물”이라며 “다음세대와 손자세대를 생각하며 시간이 갈수록 아름다움을 뽐내는 숲과 정원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양 목사의 안내로 유스호스텔 입구의 분재원부터 둘러봤다. 햇볕을 좋아하는 곰솔과 해송부터 소사 동백 철쭉 등나무 매화 등 나무 종류만 300분 이상, 전국 산천에서 수집한 야생화가 500분 이상 모여 있다. 양 목사는 이들 화분 하나하나에 물을 주고 어루만지며 가꾼다. 순천에서 가져온 화분이 혹시라도 눈과 바람에 꺾일까 봐 비닐하우스에 라디에이터까지 설치하고 기온과 습도를 측정해 노트에 빼곡하게 기록했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정성이 이보다 더할까 싶다.


분재원을 나서면 화악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이다. 광장교회에서 길을 낸 잣나무 숲길 바닥에 솔잎이 가만히 쌓여 향기로운 내음과 폭신한 느낌을 선사한다. 유스호스텔과 계곡과 플라워아일랜드 전체를 조망하며 20여분 걸으면 신선폭포에 도착한다. 장엄한 물줄기는 우기에만 볼 수 있는데, 그 아래 화악천 계곡의 수량은 청계천보다 많아 보였다. 화악산 깊은 계곡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승선교 도보다리를 건너면 150여종의 야생화 집단 서식지인 플라워아일랜드에 닿는다. 애기술패랭이 하늘매발톱 제비동자꽃 등이 축구장 여러 개 크기의 숲에서 군락을 이루어 피고 진다.

진짜 보물은 플라워아일랜드 건너편 정원에서 만날 수 있다. 순천복음교회 매화정원처럼 양 목사가 전국의 매화 서식지와 해외에서까지 들여온 홍매 청매 흑매 백매가 봄철 말 그대로 고매한 향기를 뽐낸다. 매화뿐만 아니라 소나무 향나무 백일홍 등 정원 예술의 극치를 만날 수 있다. 매화향 가득한 봄소식에 가슴앓이하며 남쪽으로 차를 몰던 수도권 사람들은 이제 경기도 가평으로 발걸음을 돌려도 된다.

정원을 통과하면 양 목사가 평생 모아온 수석과 그림 전시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수석을 모르는 기자를 위해 양 목사는 분무기로 물을 뿌려 음영을 드러내며 무심한 듯 벽에 걸린 그림들을 설명하는데, 알고 보니 한국화 근대 육대가(六大家)로 꼽히는 청전 이상범, 의제 허백련, 이당 김은호, 심산 노수현, 소정 변관식, 심향 박승무 화백의 진품들이다. 매화가 좋아 하나둘 모은 그림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동양화가 컬렉션으로 자라났다. 오후 내내 함께 걸으며 일행을 안내한 양 목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자연 속에서 문화 예술은 물론 사회 생태적 안목을 길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목은 좋은 것을 보는 눈입니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섭니다. 바라보면 시름을 잊게 만듭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멋진 것입니다. 일상에 지친 성도들에게 교회가 믿음의 동반자 역할뿐만 아니라 쉬어가는 쉼터 역할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평=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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