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얼라이브] “예수의 마음 품고 서로 바라볼 때 화목할 수 있다”

윤중식 2023. 5. 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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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의 목회’ 펴낸 오철훈 흰돌교회 목사
오철훈 목사가 지난 8일 서울 중랑구 흰돌교회 목양실에서 갈등과 분열의 시대, 화목의 목회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오 목사는 “인간의 생각과 마음만으로는 온전한 화목을 이룰 수 없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서로를 바라볼 때 진정한 화목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흰돌교회 제공


부산 수산대 해양학과를 졸업한 오철훈(58) 흰돌교회 목사의 꿈은 원래 고기 잡는 어부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은 달랐다. 바로 장로회신학대 신대원으로 안내해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드셨다. 오 목사의 목회 철학을 두 글자로 표현하면 ‘화목’이다. 교회 부흥의 비결을 묻는 말에 고(故) 한경직 목사님이 평소 강조하신 말씀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교회는 교인들끼리 싸우지 않고 화목하기만 하면 저절로 부흥된다는 말씀이었다. ‘아하, 바로 이것이구나!’ 오 목사가 화목의 목회를 해야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였다. 오 목사는 2006년 흰돌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17여년 동안 초지일관 화목의 목회를 펼치고 있다.

화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서울 중랑구 흰돌교회에서 오 목사를 만나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한 해법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오 목사는 “사람의 마음만으론 온전한 화목을 이룰 수 없다”면서 “예수의 마음을 품고 예수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 화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목이라는 한자를 보면 화(和)는 벼 화(禾)자에 입구(口) 자로, 먹을 것을 두고 서로 화목하게 나누어 먹는 모습이라 풀이했다. 이익 앞에서 서로 양보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면 화목할 수 없다는 말씀이다. 목(睦)은 눈 목(目)자에 언덕 륙(坴) 자로 눈두덩이가 언덕처럼 볼록 솟아오른 모습이라고 했다. 서로를 바라볼 때 도끼눈처럼 뜨고 사납게 바라보지 말고 서로 후덕스러운 눈길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예수의 마음을 품고 서로 양보하고 내가 먼저 손해 보고 예수의 눈으로 바라볼 때, 상대방의 단점 대신 장점을 보고 칭찬하고 격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 목사는 평상시 목회자가 교인들을 바라볼 때도 예수의 눈으로 바라보고 교인들이 목회자를 바라볼 때도 예수의 눈으로 바라볼 때 화목할 수 있다는 말씀을 재차 강조했다. 오 목사의 목회철학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국교회가 화목한 교회가 되기만 하면 예배 선교 교육 봉사 교제는 저절로 이루어질 줄 믿습니다.”

“당신들이나 잘하세요”
오철훈 목사가 지난 1일 강원도 속초시 영동극동방송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흰돌교회 제공

평소 예배는 잘 드리는 것 같은데 교인들끼리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목하지 못하는 오늘의 한국교회 현상에 대해 오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신 말씀을 소개하며 안타까워했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우려스럽고 슬픈 현실이 일상화됐다고 했다. 믿는 이들이 전도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은 ‘당신들이나 잘하세요’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오 목사는 예수님이 산상수훈(마 5~7)에서 하신 말씀을 들었다. “그러므로 네가 만약 제단에 예물을 드리다가 네 형제가 너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 생각나면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두고 우선 가서 그 사람과 화해하여라. 예물은 그다음에 돌아와 드려라.”(마 5:23~24, 우리말성경) 아프리카 주민과 튀르키예 난민들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가까운 교회 식구들을 사랑하고 화목하면 전도는 자연히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세상 사람들은 교회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믿지 않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예수는 좋은데 교회는 싫다’는 답을 한다고 했다. 오 목사는 그 이유를 교회 안에서는 잘 믿는데 교회 밖에서는 말씀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진정한 예배의 시작은 예배당 문을 나설 때 시작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회 예배에서 말씀에 은혜를 받고 감격 속에 찬송을 부르며 기도 응답을 받았다면 이제 가정으로 돌아가 화목을 실천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장로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회 운영이다. 당회원들(목사, 장로)만 화목하면 항존직(안수집사, 권사)과 제직들, 성도들은 다 따라오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가 먼저 자신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오 목사는 말했다. ‘목사가 살면 교회가 죽고 목사가 죽으면 교회가 산다’는 말씀이다. 지금까지 31년 목회 사역을 하면서 오 목사가 내린 결론은 교회 문제의 90%는 목회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건강처럼 화목 목회도 예방이 중요

화목의 목회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화목은 예방이 중요하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한번 건강을 잃고 나면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물질, 큰 비용을 지급해야만 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일단 교회의 화목이 깨지고 나면 그 화목을 다시 회복하기란 정말 어렵다. 교회가 분쟁이 나면 노회에서는 수습위원회나 수습전권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전권위원회가 구성된다고 할지라도 해결될 수 없다. 일단 분쟁이 나면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평상시 목회자와 교인의 관계는 사랑과 존중의 관계가 돼야 합니다. 그러한 신뢰 관계가 한번 깨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 목사는 어려서부터 믿음의 가문에서 모태신앙으로 자랐다고 했다. 그래서 성경 구절도 많이 암송했다. 특히 고린도후서 5장 17절 말씀은 청년 때부터 외우고 있는 말씀이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오 목사는 예수 믿는 순간부터 자신이 새로운 피조물이 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이 말씀이 얼마나 좋은 성경 구절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다음 구절이라고 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으니”(고후 5:18)라는 말씀이다. 새로운 피조물에 맡겨주신 직분이 있는데 그것은 목사 장로 권사 집사 직분이 아니라 바로 화목하게 하는 직분이라는 것이다. 누구든지 예수를 믿는 순간부터 화목의 도구가 돼야 한다는 말씀이다.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저서 ‘화목의 목회’를 펴들고 있는 오철훈 목사 모습. 흰돌교회 제공


최근 ‘화목의 목회’(렛츠북)라는 책을 펴낸 오 목사는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자신이 가정에서 사모와 생활하다 보면 목사이지만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과거 같으면 가장의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아내에게 큰소리를 냈을 것인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화목의 목회’를 쓴 이후 자신이 대서특필해놓고 가정에서도 지키지 못한다면 책은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문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오 목사는 목회자로서 인문 고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103세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의 강의를 듣고 난 후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김 교수가 어느 은퇴 목사 모임에 가서 강의하면서 ‘혹시 목사님들 중에 논어를 읽으신 분이 계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대다수가 읽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목사이기 전에 적어도 지도자라면 논어는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씀을 새겨들었다고 한다.

오 목사가 논어를 처음 읽게 된 것은 2016년 10월이었다. 당시 4명의 목사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고전 읽기 모임을 결성하고 처음 읽은 책이 바로 논어였다. 오 목사는 논어를 읽는 가운데 화목의 목회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몇 구절이 있습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즉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배움은 끝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 즉 세 사람이 함께 걸어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입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모든 사람이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견리사의(見利思義)’ 즉 이익이 보이면 이것이 옳은가 그른가를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오 목사는 논어를 읽으면서 동양 고전의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되었고 했다. 그 이후 맹자 대학 중용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관자를 비롯해 오긍의 ‘정관정요’, 손무의 ‘손자병법’, 강태공의 ‘육도삼략’, 사마천의 ‘사기’ 등을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코로나19가 창궐한 기간을 빼고는 매달 모여 꾸준히 독서한 것이 어느덧 7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회고했다.

최근에는 서양 고전으로 크세노폰의 ‘키로파에디아’, 헤로도토스의 ‘역사’ 등을 읽고 있다. “어느 교수님은 책을 만져만 보아도 실력이라고 하셨다는데 그동안 고전 독서를 꾸준히 해온 저 자신이 대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감사한 것은 고전 연구를 통해 성경을 보는 눈이 훨씬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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