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좋은데 사물이 휘어져 보여요…전신마취 수술해야 할수도 [건강한 가족]
망막전막증 바로 알기
망막에 막 조직 생기며 시력 저하
노화 원인, 60~80대에 주로 발생
환자 시력 보존이 수술 주목적
질환 진행에 따른 중심 시야 비교
왼눈의 시야가 흐릿해지고 붓는 느낌으로 불편했던 이모(66)씨는 이달 초 병원에서 망막전막(앞막)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안구의 가장 깊숙한 부위에 위치한 망막 앞에 불투명한 막 조직이 생겨 시력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이씨의 좌안 시력은 지난 2년간 0.6에서 0.4로 떨어졌다. 이씨는 “전막을 제거하는 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수술 시간도 1~2시간이라고 해 고민된다”며 “하지만 수술을 안 하면 시력을 잃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망막전막증으로 고민인 사람이 적지 않다. 노화가 주원인인 망막전막증은 60~80대에 주로 발생한다.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의 한가운데이면서 시각세포가 집중된 황반 표면에 비정상적인 전막이 생긴다.
전막이 황반을 잡아당겨 황반에 주름이 생기고 중심 두께가 두꺼워지면 시력 저하, 변형시(사물이 휘어져 보임), 부종을 유발한다. 기계적인 힘이 황반을 변형시킨 것이라 약물로는 치료가 안 된다. 망막 앞에 위치한 유리체를 먼저 제거한 뒤 전막에 접근해 황반이 손상되지 않도록 막을 벗겨내야 한다.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노영정(안과 병원장) 교수는 “망막 위에 껌처럼 유착된 전막을 떼는 난도 높은 수술이라 1시간 이상 수술 시간이 소요되고, 고령 환자에게는 대부분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전신마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질환에서 중요한 점은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환자의 시력을 보존하는 것이 수술의 주목적인데, 증상이 가벼울 땐 정기 검진을 하며 수술을 연기해도 된다. 하지만 시력이 너무 낮을 때 수술하면 수술 후 최종 시력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시력 변화 적으면 수술 불필요
일반적으로 망막전막증 환자의 5명 중 4명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노 교수는 “망막전막 때문에 황반 주름이 심해도 시각세포는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기도 해 시력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며 “장기간 시력이 안정적이면 수술이 필요하지 않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술은 변시증이 심하거나 시력이 0.5 이하로 지속해서 떨어지는 시기에 권한다. 사물이 휘어져 보이는지와 시력 저하 속도, 본인이 생활할 때 얼마만큼의 시력이 필요한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여부·시기를 결정하는 게 좋다.
망막 전막 제거 수술의 목표는 시력이 더 떨어지는 걸 막는 것이다. 단기간에 예전의 시력으로 되돌아가는 수술은 아니다. 노 교수는 “시력이 떨어지다가 수술 후엔 시력 저하를 막는 엘(L)자형 시력을 유지하고, 시력이 개선되는 경우도 장기간에 걸쳐 회복된다. 변형시도 완벽히 교정되는 것은 아니며 이전보다 완화되는 정도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술 전 시력이 높으면 최종 시력이 높고, 너무 낮으면 시력 회복이 더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수술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과거엔 80세 이상이면 망막 수술을 대부분 포기했지만 지금은 고령이어도 적극적으로 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전막 때문에 한 눈의 시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는데도 일부 환자는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주시안(주로 사용하는 눈)이 아닌 비주시안에 전막이 생겨서다. 질환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오래 방치하는 원인이 된다. 노 교수는 “평상시에 자주 한 눈씩 번갈아 가리면서 일정한 거리의 목표를 설정해 스스로 시력을 점검하면 심각한 시력 저하는 쉽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령화로 인해 건강한 눈에도 언제든 다양한 황반 질환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한 눈의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방치하지 말고 최대한 시력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급 황반 질환과 감별 필요
백내장과 망막전막증이 함께 있으면 국소마취 수술인 백내장 수술을 먼저 하고 전막 제거 수술은 미루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노 교수는 “50세 이상인 경우 백내장 수술과 망막 전막 제거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추세다. 그러나 망막 전막이 경하면 시력 저하의 주원인이 백내장일 수 있기 때문에 백내장 수술을 먼저 시행하는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망막전막증을 진단하는 검사는 빛간섭단층촬영(OCT)이다. 여러 황반 질환을 함께 찾아낼 수 있다. 노 교수는 “증상이 심한 전막이 아니면 초기에는 진행 속도를 보기 위해 3~4개월에 한 번씩 검사하고, 경하거나 진행이 더디면 이후엔 6개월~1년 주기로 추적 관찰한다”며 “환자 스스로 평소 건강한 눈을 가리면서 망막 전막이 있는 눈으로 글자나 암슬러 격자를 보고, 변형시가 악화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변형시는 망막전막증뿐만이 아닌 다양한 황반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는 게 좋다. 노 교수는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황반변성 등 때문에 시력 저하와 변형시가 생기기도 한다. 갑자기 이런 증상이 발생하면 망막 전문의에게 가급적 신속히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 망막전막증
「 ▶주요 증상
-중심 시야가 흐리다
-시력이 떨어졌다
-기둥이 휘어 보인다
▶추적 관찰
-빛간섭단층촬영(OCT)으로
-진행 속도 따라 3개월~1년 간격
▶적정 수술 시기
시력이 높지만 사물이 휘어져 보인다
시력이 0.4~0.5 이하로 지속해서
저하된다
」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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