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 국민의 대표 자격 있는가 [임상균 칼럼]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 사고
그가 보편적 국민 위한 정치할 수 있을까
국정감사 때면 국회의원들이 이런 호통을 자주 친다. 혹자는 “기껏해야 몇만 명 표를 얻어놓고는 무슨 국민의 대표”라고 비난하지만 틀린 말이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특정 신분이나 세력을 대표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프랑스 헌법은 “현(縣)에서 지명된 대표자는 그 현의 대표자가 아니라 전 국민의 대표자”라고 규정했다. 이것이 의회 제도의 기본 개념이 됐다. 독일 바이마르 헌법도 “의원은 전 국민의 대표자로서, 오직 자기의 양심에 따라서만 행동하고 위임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그래서 더욱 엄격한 덕목이 요구된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신분의 무게다. 필요한 덕목은 청렴성, 성실성, 추진력, 겸손 등 다양하다. 특정 집단과 지역만이 아닌 국민의 대표라는 위치에 주목하자면 보편적 균형 감각 또한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독일의 막스 베버도 정치인이 지녀야 할 세 가지 덕목으로 ‘객관적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 감각’을 꼽았다. 보다 많은 국민의 요구에 공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안을 만들며 정치를 해야 하는 국회의원이다. 극단적 사고방식 혹은 비상식적 판단력을 가졌다면 그런 정치인이 보다 많은 국민의 이익을 보호할지 의문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100달러 지폐의 인물인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도 13개 덕목 중 하나로 중용을 제시했다. 그는 “훌륭한 정치인이 되려면 극단을 피해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김 의원의 자산 증식 과정, 거짓말 논란, 이해 충돌 등 다양한 이슈는 결국 법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문제는 베버가 강조한 균형 감각이다.
김 의원은 2020년 말 기준 LG디스플레이 주식 9억4002만원어치, 예금 1억4769만원 등의 재산을 신고했다. 전 재산의 86%를 특정 종목 주식에 몰빵을 했다. 그것도 전세보증금 6억원을 빼서 주식 사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투자다.
이후 LG디스플레이 주가가 올라 현금화한 돈 대부분은 변동성이 매우 심한 암호화폐에 투입됐다. 첫 투자 대상은 그중에서도 투기성이 강한 코인인 ‘비트토렌트’였다. 벌어들인 돈은 빗썸으로 옮겨 가 ‘위믹스’라는 코인에 또다시 몰빵을 한다. 그것이 2022년께는 총 89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그의 대부분 재산이 특정 코인에 집중된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겁이 나서라도 할 수 없는 투자다.
위믹스 가격이 그렇게 급등했는데도 끝까지 안 팔고 버틴 것도 신기할 정도다. 심지어 위믹스로 번 돈을 또다시 ‘클레이페이 토큰’이라는 출시 한 달도 안 된 신생 코인에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것도 하루에 토큰 59만개를 매수했는데, 당시 해당 토큰의 하루 거래량이 20만~80만개였다고 한다. 확실한 내부 정보나 고도의 전문성이 없다면 수십억원의 전 재산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냅다 질러버린 것이다.
보편적 상식과 균형 감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 사고방식과 판단력이다. 그런 사람에게 우리를 대신해서 법률을 만들고 국정을 감시하라고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9호 (2023.05.17~2023.05.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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