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몇 조각에 반찬은 탄수화물 범벅... 우리 회사 식당은 왜 이리 부실한가요?[오늘도 출근, K직딩 이야기]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5. 1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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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 물가가 5.8%로 치솟으면서 외식 부담이 가중되는 추세인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구내식당이 점심식사를 하려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매경DB)
#수도권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승연(가명, 32)씨는 점심시간이 좀처럼 즐겁지 않다. 부실한 회사 구내식당 때문이다. 김 씨의 회사는 과거부터 구내식당 평판이 좋지 않았다. 급식업체도 몇 차례 바꿨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급식업체에 단가를 낮게 책정한 탓이다. 급식업체에서도 단가를 올리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답만 내놨다. 최근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물가가 오르면서 식단이 더 부실해졌다. 기본적인 영양 밸런스가 엉망인 날도 있었다. 고기·생선같은 단백질 류 음식을 찾아보기 힘든 사례가 자주 등장했다. 부실한 구내식당에 지친 김 씨는 결국 근처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편의점 도시락엔 고기라도 좀 들어있지 않나, 식당도 복지라는 데 왜 이리 투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올해 들어 직장인 사이에서 ‘필수 복지’로 떠오른 시설이 있다. 바로 구내식당이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주머니 사정이 얇은 직장인들의 구내식당 이용률이 크게 올랐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복수응답) 점심식사에서 구내식당을 이용한다는 비율은 50.8%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반면 일반 식당에서 사 먹는다는 비율은 지난해 61.5%에서 올해 50.1%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물가 상승이 직장인들을 비교적 저렴한 ‘구내식당’으로 이끌었다. 모바일 식권 서비스를 운영하는 ‘식신’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직장인 평균 점심값은 1만228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는 외식 가격이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서울의 경우 만 원으로는 왠만한 한 끼 식사 해결도 어려운 지경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기준 대표 외식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올랐다. 서민 음식이라 불리던 냉면(1만692원), 비빔밥(1만192원)의 평균 가격은 모두 1만원을 웃돌고 있다. 1년 사이 16.3% 뛴 자장면을 비롯해 삼겹살(12.1%), 삼계탕(12.7%), 김밥(10.3%) 등도 가파르게 올랐다.

여기에 더해 재택 근무가 종료되고, 출근이 다시 재개된 것도 구내식당 이용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구내식당으로 몰리는 직장인이지만 만족도는 천차만별이다. 회사마다 구내식당의 사정이 제각각이라서다. 대기업처럼 ‘좋은’ 구내식당을 기대했다가 부실한 자기 회사의 구내식당을 보고 실망하는 사례가 적잖다.

왜 같은 업체가 운영하는 식당이라도 이렇게 차이가 큰 걸까. 구내식당은 일반적으로 삼성 웰스토리, 풀무원 같은 단체급식 전문 업체들이 도맡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급식업체는 계약을 맺은 회사가 정해주는 단가에 맞춰 식재료를 공급하고 식단을 짠다. 이들 업체에서 파견된 영양사가 영양을 고려해 메뉴를 정한다. 급식의 질 차이는 원청인 회사가 정해주는 ‘단가’에서 결정난다. 회사가 단가를 높이 책정해 비싼 값을 지급하면 급식업체가 만드는 식단의 품질도 상당히 높아진다. 질 좋은 구내식당으로 유명한 대기업, IT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1인당 식단가가 1만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계약 업체가 돈을 적게 지불 하면 같은 급식업체라도 식단이 부실한 경우가 대다수다. 급식업체도 결국엔 이윤을 남겨야 한다. 상대적으로 비싼 고기류·생선류가 식단에서 자주 빠질 수밖에 없다. 급식업체 관계자는 “구내식당이 부실하면 직원들 다수가 회사를 바꾸거나 영양사를 바꿔 달라고 요구한다. 문제는 이들의 능력이 아니다. 단가 문제다. 단가를 높이지 않으면 영양사를 바꾸거나 급식업체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위해 단가를 높이고 꼼꼼히 업체를 관리하는 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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