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민실위 "세월호 참사 '음모론' 중심에…MBC·김어준 '부족한 보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둘러싼 음모 뒤에 숨어 인기와 자리 탐하는 자에게 '이제 멈출 때"라고 짚어 줘야"
부족한 보도…목포 MBC <세월호 내부 변형 확인, 외력의 흔적?> , <조타수 인터뷰 "배 날개에 충격">
MBC 스트레이트 <세월호 참사 5년, cctv마저 감췄나?> …김어준의 AIS 항적 데이터 조작 의혹 제기 세월호> 조타수> 세월호>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비합리적 의혹'의 중심에 우리 언론의 부족한 취재와 보도가 있었다며 목포 MBC와 MBC '스트레이트'의 보도 및 방송인 김어준 씨의 주장 등을 언급했다. 민실위는 특히, 이같은 보고서를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음모 뒤에 숨어 인기와 돈과 자리 따위를 탐하는 자에게 '이제 멈출 때'라고 짚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실위는 지난 4일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작성한 14페이지 분량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를 통해 "참사 초기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서 기자들은 '기레기'로 호명되며 거센 국민적 비난에 직면했다"며 "참사 9주기를 맞은 올해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각종 SNS상에는 참사 초기부터 제기됐던 잠수함설, 앵커설, 고의적 구조 방기설, AIS 항적 조작설, 국정원 연루설 등 수많은 의혹들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오랫동안 조사하고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지난 9년의 여러 수사와 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의 핵심 과제인 세월호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 이유 등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고 세간의 각종 의혹들도 대다수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간극은 어디에서 빚어진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현 상황을 '참사의 진상규명이 내용적으로는 완성되었지만 사회적인 공인을 획득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라 규정한다"고 부연했다.
민실위는 "이 같은 괴리를 야기한 중심에 지난 9년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과정에 대한 우리 언론의 '부족한 취재와 보도'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부족했던 보도들'을 소개했다. 민실위는 특히, 이같은 보고서를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음모 뒤에 숨어 인기와 돈과 자리 따위를 탐하는 자에게 '이제 멈출 때'라고 짚어 줘야 한다"며 "한국 사회가 더 이상 음모 따위로 비용을 치르지 않게 언론이 '거짓 없는 사실, 곧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민실위는 우선, 목포 MBC가 지난 2018년 8월 2일 보도한 <세월호 내부 변형 최초 확인…외력의 흔적?> 제하의 리포트를 지적했다.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일부 변형이 발견됐는데 "'뒤에서 앞으로 미는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목포 MBC는 또 <세월호 조타수 단독 인터뷰 "배 날개에 충격 있었다">라는 리포트에서는 "뭔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는 내용의 전 세월호 조타수 인터뷰를 내보냈다. 세월호 침몰이 외력에 의한 것이라는 일명 '외력설'에 무게를 둔 보도였다.
보고서는 이같은 보도에 대해 "외력설을 주장하는 특정인의 개인적 입장을 검증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꼬집었다. 조타수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전했을 뿐,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교차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 조타수의 인터뷰는) 종국적으로는 법정에서도 아무 효력을 갖지 못했던 사고 당시 주관적 느낌 진술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세월호가 잠수함에 부딪혀 침몰했다는 외력설은 문재인 정부 시절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조사 과정에서 대한조선학회의 검증과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모형항주시험 최종보고서를 통해 기각되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정됐다. 두 전문 기관은 세월호 침몰의 근본적 원인이 극도로 취약했던 복원성에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MBC '스트레이트' 방송 역시 '부족했던 보도'로 보고서에 이름을 올렸다. MBC 스트레이트는 2019년 4월 15일 자 방송에서 <세월호 참사 5년, CCTV마저 감췄나?>라는 주제로 방송했다. 세월호 선내 CCTV 영상 저장장치인 DVR이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사참위의 주장에 힘을 싣는 내용이다. 하지만 2021년 5월 10일 출범한 세월호 특별검사는 3개월간의 수사 끝에 모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특검은 "있는 사실을 못 밝힌 것이 아니라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대해 "취재 착수 단계부터 사참위의 주장이 사실일 것으로 단정했다", "사참위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만을 충실히 반영한 보도였다", "복잡한 변수들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취재의 결과물" 등으로 질타했다. 그러면서 "저널리즘 본령인 '사실 확인의 책무'가 지켜지지 않은 보도는 결과적으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진실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보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보고서는 참사 직후부터 제기된 세월호 AIS 항적 데이터 조작 의혹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발원지는 한겨레TV가 정규물로 편성해 방영한 <김어준의 파파이스>였다"며 "이 프로그램에 다큐멘터리 감독 김지영 씨가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출연해 세월호 AIS 항적에 대한 수많은 의혹들을 제기하며 대중적으로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방송은 한겨레 소속 기자들이 김어준, 김지영 씨와 함께 배석해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을 취했다"며 "대중으로 하여금 김어준, 김지영 씨가 제기한 의혹이 한겨레의 실력 있는 기자들로부터 상당한 합리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여겨지도록 만든 중요한 기제였다. 그러나 한겨레는 검증 취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김어준, 김지영 씨의 세월호 AIS 항적 조작 의혹은 '누군가 좌현 앵커를 고의로 투하시켜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황당한 가설로까지 이어졌다. 한겨레는 '검증되지 않은 AIS 항적 조작설과 앵커 침몰설' 방송 내용을 결국 인터넷 면에 기사로 출고하기까지 했다"고 비난했다.
보고서는 "김어준, 김지영 씨는 수개월간 한겨레TV를 통해 제기한 의혹들을 종합해 영화를 제작하겠다며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 20억 원 넘는 후원금을 모았다. 약 3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2018년 4월 11일 세월호 AIS 항적 조작과 고의 침몰설을 주장한 영화 <그날, 바다>가 개봉됐다. 영화는 '사실의 기록'을 의미하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AIS 조작과 앵커 투하라는 비합리적 공상과 무책임한 의혹들로 채워진 공상과학물이나 다름없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영화 <그날, 바다>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세월호의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항적 데이터는 사고 당시 선체의 거동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기초 자료였다"며 "그러나 참사 초기 정부가 항적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해 여러 차례에 걸쳐 수정 항적을 내놓으면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영화 <그날, 바다>가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러나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의 AIS 항적 데이터를 네덜란드 항적수집업체 메이드스마트사의 데이터와 비교 검증한 결과 '조작이나 편집된 흔적이 없다'고 결론 내렸고, 이는 2018년 8월 내인설과 열린안 보고서에 공히 기재됐다"며 "그럼에도 선조위에 이어 출범한 사참위는 AIS 항적 조작 의혹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김어준, 김지영 씨도 <그날, 바다> 후속편 격인 영화 <유령선>을 2019년 4월 개봉하며 AIS 조작 의혹을 계속 제기했다. 2019년 11월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출범하자 416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은 영화 <유령선>을 근거로 AIS 항적 조작 의혹을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2020년 7월 뉴스타파는 영화 <유령선>이 주장한 참사 당일 AIS 항적에 대한 조작 행위는 전혀 없었다는 반박 검증 보도를 내놨다. 그러나 사참위는 2020년 12월 '참사 당일 해수부 상황실 모니터에 오후 4시 이전과 이후로 서로 다른 세월호 항적이 표출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는 AIS 데이터 조작 의혹과 관련돼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뉴스타파의 검증취재 결과 참사 당일 오전 4시 이전에 해수부 상황실에 표출됐던 항적은 세월호의 것이 아니라 주변을 항해하던 두라에이스호의 것이었음이 확인됐다. 며칠 뒤 검찰 특수단도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세월호 AIS 데이터 조작은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사참위 진상규명국은 선조위 조사, 뉴스타파 검증 보도, 검찰 특수단 수사 결과를 모두 수용하지 않은 채 AIS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를 계속했다. 결국 '조작' 결론을 담은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전원위원회에 상정했지만, 조사위원들은 2022년 5월 24일 제148차 전원위원회에서 '진상규명국의 조사 내용이 기존 선조위 조사와 검찰 특수단 수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며 이 보고서의 채택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AIS 조작 의혹 관련 조사 내용은 사참위 종합보고서에 일절 실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세월호의 AIS 항적 데이터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은 세월호 선조위 조사,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 사참위 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0년 12월 사참위의 '사고 당일 세월호 AIS 항적 관련 의혹' 발표를 거의 모든 매체가 보도했다. 국가조사기구의 공식 발표였던 만큼 일단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그러나 이 발표 내용이 과거 선조위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만큼 사후적으로라도 타당성에 대해 검증 취재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이를 시도한 매체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민실위는 "지난 9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과정 동안 우리 언론이 남발한 수많은 '부족했던 보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며 "첫째, 선조위나 사참위 등 국가조사기구의 공식 발표를 받아쓰기만 한 뒤 검증에는 나서지 않았다. 둘째, 조사기구 내부 취재원으로부터 단독으로 제공받은 정보를 사실상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며 검증 없이 추가 취재를 이어갔다. 셋째, 보도한 내용들에 오류가 있었음이 사후에 드러나도 이를 정정하거나 보완하는 후속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종합해 본다면 2014년 참사 초기 '기레기' 호명의 핵심 이유 중 하나였던 '검증 없는 받아쓰기식 보도'가 9년 동안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족했던 보도'의 원인을 모두 찾아 단시간에 교정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본 보고서가 지적한 요소들 외에도 각 매체 단위에서 성찰적 회고를 통해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반복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재난과 참사 현장을 언론은 또다시 지킬 것이고 그 진상규명을 위한 긴 과정들도 반드시 취재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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