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폴트 공포 확산…먹구름 드리우는 세계 경제 [GO WEST]
IMF "세계 경제 충격 우려"
美 은행 또 '뱅크런'
3. 끝나지 않은 美 긴축 공포
[한국경제TV 박찬휘 기자]
<앵커>
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당장 디폴트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정작 오늘 예정됐던 미국 부채한도 협상은 다음주로 연기됐다고요.
<기자>
네. 간밤 미국 증시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양호하게 나오면서 상승 출발했지만, 장중 미국 지역은행이 급락하고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나오면서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미국 지역은행 소식은 잠시 뒤에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부채한도 상향 여부'입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가 상향되지 않는다면 다음 달 1일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지난 9일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가 만나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에 대해 협상했지만 불발됐는데요.
이들은 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오늘 2차 회동을 약속했지만, 이 마저도 다음 주 초로 연기됐습니다.
미국 정부 디폴트라는 중대사를 두고도 좀처럼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것은 양측의 의견차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모두 부채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것에는 뜻이 같지만, 부채한도 상향에 대한 전제조건에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주장하고 있고, 반면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 전제조건으로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을 내건 상황입니다.
<앵커>
2차 회동 연기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네. 협상 연기가 단순히 일정만 미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간 협상이 다음주로 연기됐고, 대신 주말간 양측의 실무자 회동이 진행된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 측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실무 수준의 대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오늘 협상 연기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공화당 간의 긍정적인 교류의 신호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매카시 의장도 "지도자들이 다시 모일 만큼 충분한 진전이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협상 연기가 양측의 대화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는 전혀 아니라고 시장의 우려에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9일 협상 불발 이후 "논의에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강경한 발언에서 톤을 한층 낮춘 겁니다.
다만 외신들은 다음주로 연기된 협상이 타결되기 위해서는 주말 간 이뤄질 실무 협의에서 백악관 측이 공화당이 주장하는 재정 지출 감축 사안을 일부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이에 대해 백악관에서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주말 간 실무자 회담 결과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미국 정부 디폴트를 앞두고 여야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디폴트가 발생하면 시장은 어떤 충격을 받게 되나요?
<기자>
네.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게 되면, 정부는 연금 지급을 연기하거나 중단하는 등 연방 서비스를 중단하게 됩니다.
또한 고령층에 대한 복지 혜택도 끊기게 되는데요.
이에 따라 미국 국민, 특히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패닉에 빠질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부채를 보유한 국가에 돈을 지급하기 위해 달러가 대거 풀리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전망인데요.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신용을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도 치솟을 것으로 보여 채권시장 쇼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인데요.
월가 전문가들은 디폴트가 발생하면 몇 시간 안에 증시가 5~7%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기업들이 투자를 줄임과 동시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이것이 미국과 전 세계 경기 침체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백악관 경제학자들은 디폴트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83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GDP는 6.1%p 하락하며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편 의회와 부채한도 협상에 최종 실패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수정헌법 14조'를 시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수정헌법 14조'는 '연방정부의 모든 채무는 준수돼야 한다'는 규정인데요.
'법률로 인정한 국채는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채무 상환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부채한도 상향 없이 행정명령만으로 추가 부채를 발행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미국 디폴트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데, 그 충격파가 전 세계 경제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고요.
<기자> 네. 줄리 코잭 IMF(국제통화기금) 대변인은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게 되면 차입비용 증가 가능성을 포함해 글로벌 경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당사자가 시급히 이 사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미국 당국은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 리스크에 대한 경계도 늦춰선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는 미국의 디폴트 상황에 대비해서 전시상황실인 '워룸'을 마련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CEO(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그러면서 "디폴트 상황을 대비해 '워룸'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주 1회 워룸 회의를 소집하고 있고, 디폴트 예상 10일 전인 21일부터는 매일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다이먼 CEO는 부채한도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왔는데요.
"디폴트는 전 세계 고객들에게 타격을 주기 때문에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당사자들에게 제발 합의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다음 키워드로 넘어가겠습니다.
은행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전날 미국 지역은행이 또 다시 급락했다고요?
<기자>
네. 앞서 실리콘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잇따라 파산하며 미국 은행 리스크에 불을 붙였는데요.
이들 은행들에 이어 4번째로 파산 가능성이 제기된 미국 지역은행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가 간밤 20% 넘게 급락했습니다.
장 초반 30% 가까이 빠지는 등 높은 변동성에 장중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팩웨스트 뱅코프가 다시 급락세를 보이면서 다른 지역은행들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는데요.
다만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은행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부각되며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지역은행주들이 다시 급락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네. '뱅크런'이 확인되면서 은행 리스크가 재조명됐기 때문입니다.
뱅크런이란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를 말하는데요.
팩웨스트 뱅코프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주 보유 예금 규모가 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일까지 280억 달러였던 예금 규모는 250억 달러로 30억 달러나 줄었는데요. 우리 돈 4조 원 수준입니다.
특히 팩웨스트 뱅코프의 매각설이 나온 직후 4~5일 이틀 동안 예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간 것이 확인됐는데요.
지난해 말과 비교해보면 약 10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겁니다.
지난해 말 기준 팩웨스트의 예금 규모는 340억 달러였습니다.
이에 대해 팩웨스트 뱅코프는 "파산설 관련 보도로 인해 고객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예금이 대거 빠져나갔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팩웨스트 뱅코프 파산에 대한 월가의 생각은 어떤가요?
<기자>
네. 파산 여부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 파산에 가장 근접한 은행이라는 것에는 부정할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팩웨스트 뱅코프가 미국 내 가장 약한 은행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는데요.
그러면서 "현재 시장은 팩웨스트이 파산할지, 다른 대형 은행에 인수될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밖에 지역은행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 디폴트 이슈까지 겹치면서 파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글로벌콘텐츠부 박찬휘 기자였습니다.
박찬휘 기자 pch8477@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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