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가 뭐라고…타고 있던 비행기 추락시킨 유튜버(종합)

업체와 광고 계약·증거 인멸까지
검찰 "최대 20년형 받는 중범죄 해당"

미국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 출신 스카이다이버 유튜버가 유튜브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자신이 타고 있던 경비행기를 고의로 추락시킨 혐의를 인정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ABC·NBC방송 등은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 왔던 트레버 제이컵(29)이 최근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으며, 이에 따라 최고 20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이컵은 2021년 12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 'TrevorJacob'에 '나는 내 비행기를 추락시켰다(I crashed my airplane)'라는 제목의 12분 48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영상 도입부에서 제이컵은 밝은 표정으로 직접 경비행기를 몰며 미국 캘리포니아 상공을 난다.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 프로펠러가 멈추자 곧 제이컵은 운전석 문을 열고 아래쪽 지형을 살핀 다음 주저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린다.

자신이 몰던 경비행기에서 뛰어 내리는 유튜버 트레버 제이컵의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셀카봉을 든 채 맨몸으로 하강하던 그는 낙하산을 편 덕분에 팔 등에 약간의 상처만 입었을 뿐 무사히 착륙했다. 그러나 조종사 없이 창공을 떠돌던 비행기는 이륙 35분 만에 캘리포니아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 한복판에 추락하고 말았다. 이 영상은 이날 기준 297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지금까지 301만회가 넘게 조회됐다.

영상이 처음 올라왔을 때부터 일부 시청자는 추락이 조작됐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제이컵이 처음부터 낙하산을 매고 있었던 데다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킬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일럿 등 비행 전문가들도 조작이 맞는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 직후 제이컵은 뉴욕타임스(NYT)에 "유튜브 조회 수 때문에 일부러 추락시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해명은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미 캘리포니아 중앙 연방검찰청에 따르면 제이컵은 최근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에 제출한 유죄합의서에서 한 지갑 제조사와 광고 계약을 맺고 영상을 찍었다고 자백했다.

앞서 지난해 한 유튜버는 제이컵이 원래 16분 41초 길이의 영상을 올렸다가 도입부 4분가량을 잘라냈다고 주장했다. 이 유튜버가 공개한 삭제 전 원본 영상에서 제이컵은 이륙 전 비행기 앞에서 지갑 하나를 들어 보이며 업체에 감사를 전한다.

또 검찰은 제이컵이 연방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추락 현장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함께 인정했다고 밝혔다. 비행기 추락 한 달 뒤 그는 미 연방항공국(FAA) 조사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비행기 잔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제이컵은 몇 주 전 추락 현장을 정리했는데, 그는 헬리콥터로 산에 있던 비행기 잔해를 격납고로 가져간 다음 조각조각 잘라 폐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 상황에 관한 진술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가 당초 FAA에 낸 답변은 비행기가 이륙 35분 뒤 동력을 완전히 잃었고 안전한 착륙 방법이 마땅히 없어 뛰어내렸다는 것이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제이컵이 저지른 행위는 최대 20년 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한다. 제이컵의 비행기 조종 면허는 지난해 취소됐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