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백지원 무대 복귀작 '벚꽃동산'…"120년 전 체호프극에 '내'가 있죠"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벚꽃동산’은 뚜렷하고 간명한 사건은 없지만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하죠. 그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가 작고한 해 발표한 유작 ‘벚꽃동산’으로 연출 인생 30년 만에 처음 체호프극 연출에 도전한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말이다. 지난 4일 개막해 28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벚꽃동산’의 김광보 연출과 주연 배우 백지원‧이승주가 1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첫날 공연부터 호평 받으며, 전회차 전석이 매진됐다.
‘벚꽃동산’은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와 함께 체호프 4대 희곡에 꼽힌다. 주인공은 몰락한 귀족 지주 라네프스카야(백지원)다. 불운한 결혼생활 끝에 6년 만에 외국에서 고향에 돌아온 라네프스카야는 가문의 삶의 터전이었던 벚꽃동산을 잃게 될 만큼 가세가 기운 상황에도 씀씀이를 줄이지 못 한다. 라네프스카야 집안의 농노의 자식이자 자수성가한 사업가 로파힌(이승주)은 벚꽃동산을 별장으로 개조해 돈을 벌라고 조언하지만, 라네프스카야는 그가 자신의 수양딸 바랴(정슬기)와 결혼하길 바랄 뿐이다.
라네프스카야, 몰락 알고도 외면하는 비애 강조
김 연출은 “‘벚꽃동산’의 기존 해석들은 제가 읽은 라네프스카야와 전혀 달랐다. 라네프스카야의 허황된 모습을 강조했더라.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의 정서적 흐름을 비극으로 봤다”고 말했다. 또 “백지원 배우의 장점은 호흡이 굉장히 아래에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역할을 하든 신뢰를 줄 수 있는 목소리다. 마냥 천진난만한 라네프스카야가 아닌, 무게감과 아픔이 있는 라네프스카야를 생각하자마자 그가 떠올라 출연 제안을 했다”고 덧붙였다.
'우영우''드림' 백지원 5년만에 무대 복귀
극 중 시대 변화의 이면엔 ‘사랑’이 강조된다. 백지원은 “라네프스카야는 사랑을 쫓는 사람이다. 모든 세상 가치가 사랑으로 해결된다고,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믿는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 오면 사랑으로 도망친다. 이렇게 큰 줄기를 잡고 연기했다”고 했다.
배우 뒷모습 거울처럼 비춘 유리 저택
"살았지만 도무지 산 것 같지 않아" 삶의 성찰
정신이 흐려져 가던 그는 텅 빈 저택에서 홀로 깨어나 “다 잠겼군”이란 혼잣말을 중얼댄다. 벚꽃동산이 그의 무덤이 되리라 짐작하게 하는 대사다. 김 연출은 체호프극을 권유 받고 ‘벚꽃동산’을 읽다가 피르스의 마지막 대사에 꽂혀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살긴 살았지만 도무지 산 것 같지 않아. 아무 것도 없군. 아무 것도...’라는 대사에서 인생의 성찰을 느끼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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