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복합원인’이 부른 참극…‘출생률 0.78명’

임현범 2023. 5. 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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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역대 정부 280조 투자했지만 변화 없어”
정현선 “기업과 사회의 이해가 필요”
황경석 “육아휴직 해보니 현실과 달라”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청년아고라: 저출생 '소멸되는 나라 한국'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황경석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홍보미디어부국장, 안소현 쿠키뉴스 기자,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가족정책연구실장, 백운희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전정희 쿠키뉴스 편집위원장,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부,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김연준 대학알리 대표.   사진=박효상 기자

저출생 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기형적 사회문제와 노동환경, 주거, 여성의 문제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음에도 역대 정부와 현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 아고라 : 저출생, 소멸되는 나라 한국’ 토론회가 12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회 주최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쿠키미디어, 대학알리가 함께했다.

정치권과 전문가, 언론, 부모, 청년들은 모두 저출생의 원인으로 사회적 문제를 꼬집었다.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는 “노무현 정부부터 시작된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280조를 들여 15년 이상 활동했음에도 특별한 결과는 없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저출산을 방지하는 것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정책 중 교육은 경쟁을 심화시켰고 공공주택 예산 감소는 거주 문제를 악화시켰다”며 “돌봄 문제의 해결책으로 외국인 돌봄 노동자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춘 대표는 “가족주의 정서가 강하다거나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원인으로 변명하면 헛발질”이라며 “(소득수준) 상위 20%의 혼인율은 높다. 하지만 나머지 80%는 결혼을 할 수 없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또 “노동환경이 열악해 구직과 취업을 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단순히 취업해야 한다는 말은 무책임하다”며 “청년이 결혼하지 않는 게 아니라 결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혼자들은 주거의 문제로 자녀를 낳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과 양육 사이에 선 여성

황경석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홍보미디어 부국장은 자신의 ‘육아휴직’ 경험을 통해 현실과 다른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육아휴직 정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 초기 3개월은 240만원, 나머지 기간은 90만원씩 지급하지만 생활이 유지되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을 소급해서 내야 하는 데 결국 마이너스가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두 시간 단축 근로를 한다고 했지만 기업에서 이를 받아줘야 가능한 것”이라며 “부모가 아이를 돌볼 때가 가장 건강한 상황이다. 최대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운희 정치하는 엄마 활동가는 “저출생이 문제라고 하면서 값싸게 돌보는 방법만 고려하고 있다”며 “양육 시간을 늘리는 게 아닌 돌봄교실 연장과 외국인 양육 노동자 등 경제 편익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임신과 육아, 휴직의 경력 단절 코스 밟으면 사회적 해고가 된다”며 “한국 여성들의 M자형 고용률을 살펴보면 일자리 불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형적인 사회 구조가 불러온 비극

최은경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가족정책연구실장은 현재 한국 사회가 보여주는 병폐에 대해서 짚었다. 경제발전과 함께 이어진 수도권 집중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했다.

최은경 실장은 “사회 경제발전시기에 지역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았다. 경제 인프라가 필요한 신호들이 있었음에도 지표나 기사 등이 나오지 않았다”며 “과거 국가가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각한 통계도 통하지 않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다. 답은 청년세대에 있다”며 “지역 안의 작은 사회부터 시작해 통계와 예산을 지켜보고 감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소현 쿠키뉴스 기자도 청년 세대가 느끼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 회사에 기여하고 미래세대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야 출산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이 저출생에 주는 변화

통일을 통한 저출생 문제의 변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전정희 쿠키뉴스 편집국장은 “청년 정책에서 통일 문제를 얘기하면 인식이 떨어진다”며 “국가나 민족 단위에서 더 향상성을 볼 수 있지만 의제가 통일되지 않고 파편화돼 이끌려가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현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이번 주제는 장기간에 걸쳐 나아가야 한다. 사회가 출생률 해결을 강요하기 어렵다”며 “통일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대결구도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걷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기업에서 동의를 해주고 장기적인 기업의 수요를 만들어내 소득의 근원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게 토론의 결론”이라고 전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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