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동부 유혈 사태로 60명 사망… 다수 기독교인

김아영 2023. 5.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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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에서 부족 간 폭력 사태가 발생해 60명이 사망했으며 최소 50개 교회가 파괴되거나 불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현지시간) NDTV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비렌 싱 마니푸르주 총리는 "이번 폭력 사태로 지금까지 약 60명이 숨졌으며 231명이 다쳤다. 주택 1천700여채가 불탔으며 3만5천655명이 폭동을 피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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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50개 교회 파괴되거나 불에 타, 3만여명 폭동 피해 대피
인도 마니푸르주의 한 교회가 전소된 상태. 인도복음선교회 제공

최근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에서 발생한 부족간 유혈 사태로 60명이 사망했고 최소 50개 교회가 파괴되거나 불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는 대부분 기독교인이며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수 부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을 둘러싼 부족간 갈등에서 촉발된 사태지만 이면에는 종교적 박해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현지시간) NDTV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비렌 싱 마니푸르주 총리는 “이번 폭력 사태로 지금까지 약 60명이 숨졌으며 231명이 다쳤다. 주택 1천700여채가 불탔으며 3만5천655명이 폭동을 피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인도복음주의연합(Evangelical Fellowship of India)과 외신도 이번 사태로 최소 50개 교회가 불타고 수만명의 기독교인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은 나갈랜드주, 메갈라야주, 미조람주 등 인근 지역에 피신했거나 주정부가 마련한 대피소 등에 머무르고 있다.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에서 발생한 부족 간 소요 사태로 인해 대피한 주민들이 지난 7일 군사 주둔 지역 내 임시 보호소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전인도선교사협의회 관계자인 A선교사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마니푸르주가 16개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1개 지역은 정부에 의해 통제됐지만 5개 지역은 부분적 폭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4만5000여명이 피신했고 이중 4000여명이 중앙정부가 마련한 텐트에서 열악하게 숙식하고 있다. 사망자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마니푸르주에 있는 추라찬드푸르, 임팔 등 여러 지역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유혈 사태의 희생자인 기독교 공동체 부족인 쿠키족은 힌두교도인 메이테이족을 공격자로 지목하면서 힌두 민족주의 정부가 가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 마니푸르주 지도

소수 부족의 정부 지원 정책 둘러싼 갈등

메이테이족은 쿠키족과 토지 소유권 및 차별 철폐 조치 정책에 대해 오랫동안 긴장 관계에 있었다. 메이테이족은 마니푸르주의 평야 지대에 거주하며 오랫동안 정치 및 경제 분야에서 지배력을 유지한 부족이다. 쿠키족을 비롯한 여러 부족은 산 지대에 거주하며 수렵 채집 및 간단한 농경 등을 해왔다.

인도에서 원주민으로 불리는 부족민은 약 1억4000만명이다. 카스트 제도에 포함되지 않는 비주류 집단으로 인구의 10%를 차지하지만 최하층에 속한다. 인도 정부는 이들을 지정부족(ST)로 정해 대학교 입학, 공무원 채용, 토지구매와 관련된 정원 할당 등 여러 혜택을 줬다. 쿠키족은 ST에 해당한다.

메이테이족은 정부로부터 토지권 등 더 큰 권한을 부여받고자 ST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지난달 20일 마니푸르주 고등법원이 주정부에 메이테이족의 요구를 고려하도록 지시해 메이테이족, 쿠키족 등의 부족 사이에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ST에 이미 편입된 소수 부족들이 불리한 상황에 부닥쳤다며 메이테이족의 요구에 반대하는 평화 시위를 했는데 유혈 사태로 확대됐다.

이 같은 법원 판결이 나온 배경에는 집권 여당이자 힌두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인도인민당(BJP·Bharatiya Janata Party)의 행보와도 연관이 깊다. BJP가 2017년 주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비렌 싱 총리는 부족 정착지 대부분을 보호림으로 재정의해 부족을 불법 이민자로 낙인찍었다.

기독교인들이 표적이 된 인도 마니푸르주의 폭력 장면. 영국 오픈도어 캡처

세계인권단체들, 인도 정부 행보에 인권침해 지적

그동안 세계 인권 관련 단체들은 이런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인도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2021년 연례 보고서에서 “BJP가 이끄는 인도 정부가 힌두 민족주의 정책을 조장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지독한 종교 자유 침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기독교박해 감시 단체인 차이나에이드(ChinaAid)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인도에서 발생한 반기독교 폭력 사례 710건을 확인했다.

영국 오픈도어는 지난 10일 “마니푸르주에서 파괴된 건물 중에는 교회, 기독교 가정집, 신학교가 있다. 폭력이 기독교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최악의 박해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피한 기독교 부족의 안전과 피해 지역의 평화 등을 위해 기도할 것을 전 세계 교회에 요청했다.

인도 마니푸르주의 한 교회가 전소된 상태. 인도복음선교회 제공

동시다발적 공격, 계획된 기독교 박해

인도 선교사들도 부족 갈등으로 보이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종교 박해라고 입을 모았다. 인도복음선교회 대표 김정식 목사는 “힌두교 급진주의 단체인 민족봉사단(RSS)이 인도 북동부 지역에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마니푸르주의 여러 지역에서 메이테이족이 쿠키족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것을 보면 미리 계획된 기독교 박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BJP가 북동부 지역에서 세력을 확대한 게 얼마 안 되는데 2년 전부터 기독교를 혹독하게 통제하며 탄압을 시작했다”며 “인근의 나갈랜드주 메갈라야주 등은 기독교주로 90% 이상의 복음화율을 보이는데 마니푸르주는 기독교와 힌두교의 교세가 비슷하다. 최근 이곳에서 기독교가 왕성해지자 힌두교가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 마니푸르주의 한 주택이 화제로 타오르고 있다. 인도복음선교회 제공

A선교사도 “메이테이족에서도 기독교인이 있는데 힌두교도들이 같은 종족임에도 메이테이족의 교회를 불살랐다”며 “이런 것들을 보면 메이테이족이 단순히 ST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했다기보다는 종교적 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RSS가 마니푸르주의 기독교인들을 힌두화시키기 위해 벌인 종교박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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